정말 싫어! 너도, 다른 사람을 가지고 노는 저 여자도!
...그럼 좋아하는 건 뭐예요?
화내고, 소리지르고, 괴로워하는 일 말고
승은선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이제와서 웃기는 소리 하지 마!!
*
축제로 인해 난장판이 된 학교.
승은은 갑자기 밀려오는 소음으로 메스꺼워진다.
'사람이 북적이는 것도 요란스러운 것도 전부 질색이다.'
희완은 주저앉은 승은을 발견하지만
이제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차련을 부르는 희완.
나랑 했던 약속!! 잊지 않았죠!!
'만약 채승은이 도망치더라도, 련선배만큼은 또 쫓아가주세요.'
희완과의 약속을 떠올린 련은 승은을 난장판 속에서 꺼내온다.
*
내가 말했지. 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난... 변하고 싶어.
옛날에 매듭짓지 못했던 일들이 있어서...
그때 억지로 잘라내야 했던 감정들이 지금까지도 날 붙잡아.
시도때도 없이 되살아나.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잊었을텐데,
왜 나만이 아직까지도 괴로워하는 걸까.
그런 나약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
그렇기 때문에 난 뭐든 계기가 필요했어.
이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했어.
그래서 너한테 접근한거야.
난 대체 뭣땜에 여기까지 온 건지...!
뭐가 새출발이냐고!
너무...
... 괜찮아.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변해야 할 필요 없어.
언젠가 련이 승은에게 했던 말.
* * *
난장판이었던 축제는 어느정도 정돈되고, 련과 승은이 함께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희완
련 선배한테는 못 당하겠네.
이걸로... 끝났구나.
한나는 그런 희완의 등을 밀어주며 말한다.
소원, 이루어지면 좋겠네.
희완의 소원은...
줄곧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미안해
-라고 한 마디를 건넨다면
너는 나를 용서하겠지.
나는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내가 용서를 빌고 채승은이 그걸 받아준다면
우리 사이 도대체 무엇이 남아있을까?
소란스러운 축제 한가운데에서 퍼진 희완의 외침은 련에게도, 민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희완의 외침이 닿은 것은 오직 승은 뿐.
* * *
축제가 끝나고, 학생회를 퇴부하게 된 승은.
그리고 학생회실 앞에서 희완과 마주친다.
난 널 용서한 게 아냐.
과거는 도망쳐도 변하지 않아. 그 증거로 네가 여기 있어.
새출발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지.
예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그게 나 자신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그러니까 이젠 아무것도 버리지 않아.
단 하나의 감정도 내려놓지 않을거야.
전부 짊어진 채로 한 발씩 내딛으면 돼. 나라면 할 수 있어.
나의 모든 것을 끌어안기로 한 이상
... 그래. 나도.
안녕.
안녕....
* * *
진짜 모든게 완벽했던 축제 편.
스토리, 대사, 연출,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음.
완전히 꼬여버린 희완과 승은의 관계를 더할나위없이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다고 생각함.
특히 이때 한나가 김희완의 등을 밀어주었던 장면은
이후 한나 에피소드에서 떡밥이 풀리면서 스토리의 탄탄함을 다시한번 보여주었지.
직접 보면 스크롤 연출도 훨씬 더 좋아...
연민의 굴레 정말 여러모로 추천하는 작품이야. 안 읽어봤다면 꼭 한 번 읽어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