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주인만큼 실망은 잠시 유보한다
하지만 홈페이지 인물 소개에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나이인 두 인물에 대한 묘사다. “이상한 애가 동훈을 뒤흔든다. 거칠고 무모한 스물 한 살의 지안. 그 아이의 말은 거침없다. 칼로 푹 찌르고 들어오듯 서늘하다. 하지만 그 아이, 동훈의 인생을 아는 것 같다. 동훈이 어디에 눈물이 나고, 마음이 고요해지는지를. 나이 마흔 다섯에, 처음으로 발견된 길가의 꽃이 된 기분...(박동훈, 45세/ 이선균)”, “여자 나이 45세, 거울보기도 싫어지는 타이밍. 이럴 때 돈 많은 중년들은 젊음 유지 보다는 고가의 명품으로 품위 유지에 신경 쓰는 쪽으로 넘어가는데, 돈이 없으니 속수무책.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한 나이에 빈털터리가 됐다(조애련, 45세/ 정영주).”
처음으로 발견된 길가의 꽃이 된 기분이라니. 거울보기 싫어지는 타이밍이라니. 이제 막 첫 주를 지난 만큼 입 닫고 지켜볼 생각이다. 부디 ‘실망’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되기를.
◆ 지안 캐릭터의 흥미로움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지안 캐릭터의 흥미로움만으로 계속 지켜보기에는 우려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중년 남성들의 과도한 자기연민은 방영 전부터 많은 이들이 지적하던 그대로였다. “나이 오십도 안돼서 집구석에서 삼시세끼 밥 쳐 먹을 줄 누가 알았겠어”라고 밥상을 갖다 바치며 한탄하는 노모의 말에 공감하다가도 드라마는 곧 그 속 터지는 엄마의 시점이 아니라 구박받는 남자들의 구구절절 한탄에 더 힘을 실어준다. 술 마시고 노상방뇨하는 49살 아저씨의 전립선까지 걱정하는 대목은 더 가관이다. 1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상훈(박호산)과 기훈(송새벽)이 “아저씨 마을”을 만들자는 대화를 나눈다. 남자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라면 끓여주고 단순하게 사는 안전한 마을. 그들이 70대 노모가 차려준 삼시세끼 밥상을 꼬박꼬박 받아먹는 40대 남자라는 점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냉소하지 않을 수 없다.
◆ 니 아저씨 너나 귀엽지
<나의 아저씨> 속에 나오는 아저씨들에게는 뭔가 변명거리가 많다. 변호사 아내 윤희(이지아)는 동훈(이선균)의 후배이자 직장상사인 준영(김영민)과 불륜 중이고, 준영은 동훈을 해고하기 위해 아랫사람들을 시켜 동훈에게 뇌물을 주고는 감사를 벌인다. 동훈이 자꾸 지하철 안에서 지안(이지은)에게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하는 건 지안이 서랍 속에 넣어둔 돈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을 것 같아서고, 상훈(박호산)과 기훈(송새벽)이 지하철 역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출구로 나오는 젊은 여성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건 위기에 빠진 동훈을 도우려면 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아저씨> 속 사람들은 이렇게 착하고 선량한 아저씨들의 사정을 모르고 오해한다. 동훈이 지안에게 다음 역에서 내릴 것을 종용하는 걸 본 남자승객은 동훈을 밀쳐서 열차 밖으로 밀어내고, 지하철 역 출구로 나오던 젊은 여성들은 상훈과 기훈을 불쾌한 눈으로 바라본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모두 <나의 아저씨>가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 사이의 멜로가 아니라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니 오래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의 진짜 문제는 멜로이냐 아니냐 이전에,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문제적 행동으로 지적되는 중년 남성들의 행태에 대해 쉬지 않고 변명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하철에서 젊은 여자에게 지분거리는 일, 거리에서 젊은 여자들을 눈으로 훑는 일, 가정이 있는 남자가 자꾸 다른 젊은 여자와 업무 외적인 교류를 시도하는 일 같은 행동들을 꼼꼼히 모아서, 하나하나 사실 이 사람들에겐 별다른 악의가 없는데 세상이 이들을 오해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나의 아저씨> 속 세계관은, 중년 남성들에게 부당하게 오해를 받았을 뿐 제 행동을 성찰할 필요는 없는 사람들이라는 식의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심히 유해하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건 알겠는데,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후지다.
마지막 문장 시원하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 이 드라마 안보는데 왜 이렇게 나이에 집착해? 나이나이나이나이 아 지겹다 나이가지고 뭐라하는거
몇살이 어쩌고 몇살이면 저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