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엔 제주도로 50일정도 출장을 다녀왔어.
밤도 깊어가는데 마침 여유도 있어서 천천히 사진 정리를 해보는 중이야.
부디 재미있게 보아주길 바라며.
숙소 옆에 곶자왈 공원이 있어서 자주 들렀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여름 제주가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날이 길 줄은 몰랐지.
누가 말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안개도 이렇게나 심한 줄 몰랐지.
하지만 나 빼고 다들 적응한 사람들만 있던 기분.
아직 일정이 잡히기 전엔, 제주하면 생각나는 곳들을 먼저 가보곤 했어.
대부분 서쪽이긴 했지만, 그래도 고요한 제주를 보니 심신이 차분해지는 게 좋았어.
제주 와서 5일만에 처음 해를 본 날,
운 좋게도 해가 뜨는 때에 송악산에 있었어.
아직도 그 때의 설렘이 기억나네.
제주의 남서쪽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던 때.
한림공원.
공작이 당당하게 걷는 걸 보니 참 기묘했던 기억.
부겐빌레아가 피는 철에 우연히 맞춰갔어.
사람은 없지만, 고양이가 함께 구경해줬다. 적당히 거리를 둔 채로.
사진 보내주진 못하지만 찍어줬다구
비가 어마어마하게 내린 날.
여행객 딱지가 떨어지면 이방인이 된다.
차귀도가 보이던 올레길.
다음에 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산간버스를 타다가 수국 가득한 길을 지나쳤다.
제주에 와서 수국을 맘껏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이 날은 부분일식이 있던 날.
이상하게 날이 좀 어둑하다고 느꼈는데 기분탓만은 아니구나 했던 기억.
팀원들과 처음 바다를 함께 보러갔던 날.
모두 고마운 분들이라 보답할 길이 없네. 그저 내 할일을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없겠다 싶었던 생각 가득.
여전히 비는 많이 온다.
다 지나고서야 하는 말이지만, 올해 제주의 장마가 49일동안 지속되었다고 하더라.
그 49일을 꽉 채워 제주에 있었던 나.
숙소로 돌아갈 때 늘 지나갔던 버스정류장,
오만가지 생각을 여기에 버려두고 왔던 기억.
저 건물이 있어서 바람이 너무 세다는 말을 들었다.
모두의 비양도
모두가 상상하는 모습의 제주도,
하지만 이건 제주의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된 날.
무엇보다 산방산의 모습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제주 사람들은 산방산을 보통의 산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비오는 날에 산방산을 쳐다보면 그 말이 이해가 되는 듯했다.
올 여름에 도두봉이 인스타그램에서 핫해져서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제주는 아직도 가려진 게 너무 많은 섬.
사라봉, 하지만 여기는 제주도민 말고는 잘 오지 않는 듯했다.
여기만큼 멋진 곳이 드물텐데.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색
너무 오랜만에 본 지라 참 행복했다.
제주 출장이 마무리 될 쯤, 장마가 마무리되고 자주 해를 볼 수 있었다.
비록 혼자였지만 모두의 낭만속에 함께 기억된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올 1월에 제주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지라 제주출장이 괜히 겁났는데,
그런 기억도 잘 아물고, 즐겁게 머물다 올 수 있었어.
대정읍에 머물면서 제주의 진짜 모습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는 것에서 더 기쁘기도 했고.
누군가는 제주의 남서쪽의 매력을 조금 더 느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 그래.
너무 주절거렸네. 재밌었길 바라며 이만 줄일게.
토리가 찍은 사진들 고즈넉하고 정말 이쁘다 잔잔한 동화책의 삽화같아
지금 해외라 한국이 많이 그리운데, 토리 글을 보니 내가 저 사진들 한가운데 서 있는거같네
좋은 사진 공유해주어 고마워
토리가 어디에 있든 앞으로도 사진 찍으면 여기에도 올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