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눈두덩이 곳곳에 다래끼가 난 듯 벌겋게 부어 있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요즘 연설문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형색은 아픈 환자였지만 '다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입가에 엷게 미소가 번졌다. 그는 지난 18일 폐막한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이희범(69) 조직위원장이다.
19일 평창엔 아침부터 하루 종일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평창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아침에 비 오는 걸 보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만약 대회 기간이나 폐회식 때 비가 많이 왔다면 어땠을까요? 올림픽 때도 폐회식 이틀 뒤 50㎝ 폭설이 내렸죠. 이번 대회는 하늘도 도왔습니다."
그는 구원투수였다. 갑작스레 물러난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해 2016년 5월 조직위원장에 전격 선임됐다. "기차는 원래 출발 후 속도를 올리며 100㎞, 200㎞ 가잖아요? 그런데 제가 올라탔을 땐 이미 시속 250㎞였고, 이후에도 그 속도를 유지해야 했어요."
이 위원장은 취임 3주 차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만나자마자 '두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한다. "첫째, 소치올림픽에 88개국이 참가했다. 우리는 90개국 이상을 부탁한다. 둘째, 평화 올림픽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북한이 와야 한다. 안전은 우리가 책임지겠다."
바흐 위원장은 이를 약속한 뒤 '두 가지 부탁'을 해왔다. "끝까지 조직위원장을 맡아줄 것, 최후의 공직으로 생각하고 최선의 봉사를 해줄 것을 말합디다. 저도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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