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세마리님, 무명 아이돌에서 인기 아이돌이 되었다.
아이돌물, 총 4권 18,000원. 평점 ★★★★★
다공일수, 자낮수, 소심수, 헌신공, 성장물, 사건물, 일상물, 힐링물. 빙의물.
수: 고은제. 메인공: 김재환.
서브공: 도영, 여환, 문세현. (+감정자각 못한 1명)
일단 제일 먼저 말해두자면... 이 작품은 키워드 사기가 존재해! 그러니까... 이게 다공일수이긴 한데 모노크롬 루머같은 작품이야. 확신의 메인공이 있어서 다른 주식들은.... 순식간에 종이쪼가리가 된다는 거지. 근데 솔직히 말할게... 이게 모노루머보다 더 심해! 모노루머 메인공은 그래도... 등장이란 걸 하잖아? 이 작품... 무명웅앵의 메인공은, 과거 행적과 언급만 될 뿐이지 등장을 안해! 전혀! 언제 등장하냐면 4권 짜리 작품에서 4권 중후반부! 에 등장을 해. 그렇다고 다른 서브공들과 썸이라도 진하게 타는 것도 아니야. 그냥 다공일수의 탈을 쓴 확신의 일공일수라고 보고 읽어야해.
무명웅앵은 수의 성장소설이자 일상비중 7할, 사건 비중 3할의 교통사고 빙의 이후 되돌아온 고은제의 이야기야. 교통사고 이전에 은제네 그룹 매니아는 진짜... 망해도 이렇게 망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쫄딱 망하고도 한 2년? 은 더 지속된 망돌이야. 은제는 그래도 연기부업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얻고 있었고, 활동하는 짬짬히 어떻게든 매니아를 띄우려고 노력해왔어. 문제는 낯가림이 심하고 자존감도 낮고 엄청 소심해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잘 안나온다는거야. 그러다 작품 홍보 라디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다가 빗길에 사고가 난거야.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 망돌 매니아의 그나마 연기로 돈벌어오던 멤버 고은제는 톱아이돌 매니아를 지금의 위치로 띠워올린 발연기의 대명사 고은제가 되어 있었지.
그 사이에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고은제의 기억속에서 사리진 3년은 기억상실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되찾아야 할 것이 되어 있었어. 사고 직전, 다시는 회복되지 못 할 정도로 은제외 거리를 두던 다른 네 명의 멤버들은 은제를 못죽고 살 정도로 따르고 있었고 모두가 은제에게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은제는 여기서 위화감을 느껴. 멤버들과 세상 사람들 모두가 말하는 아이돌 고은제와, 은제가 알고 있는 고은제의 차이가 너무 큰거야. 성격도 다르고, 창법도 다르고, 하다 못해 글씨체도 달라. 잊혀진 3년동안의 단서를 찾던 은제는 자기가 사고 이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멤버의 말과, 꿈속에서 힌트를 얻어 일기를 보게 되지. 거기서 나온 것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어 자신의 몸에 빙의한 김재환, 매니아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멤버들과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고은제를 알게 되.
그리고 진짜 솔직히 딱 저기까지, 김재환이 쓴 일기 내용이 나온 순간 아, 이새끼가 메인공이구나 하고 알게 돼. 왜...? 자기가 죽었다고 인지한 순간부터 김재환은 자기가 빙의한 고은제가 바라던 모든것들을 이뤄주기 위해서 살았으니까. 매니아라는 그룹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세상에 매니아를 톱 아이돌로 끌어올리고, 파국 직전이었던 다른 멤버들과는 항상 원하던 대로 가족처럼 친한 사이가 되고... 김재환이 고은제의 몸으로 한 모든 것들은 고은제가 바라던 것이고, 고은제를 위한 일이었어. 언제 해체될지 모를 망돌 멤버로 깨어났으니 다른 선택지도 얼마든지 있었을텐데 은제가 바라던 걸 해주기 위해 3년동안 노력한거지.
그리고 모종의 교통사고로 김재환은 사라지고, 진짜 고은제가 돌아와. 무명웅앵은 3년만에 되돌아 온 고은제가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고, 김재환에 대한 단서를 찾고, 그리고 아이돌 고은제와 배우 고은제로 활동하면서 진행되는 소설이야. 멤버들은 사고 이후 성격이 확 바뀌어버린 은제를 어색해 하면서도 데뷔 전후의 고은제도 기억하고 있었고, 3년간 김재환이 쌓아올려 놓았던 것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제도 큰 어려움 없이 복귀에 성공해.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제것도 아닌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김재환이 다시 돌아와 지금의 이 꿈같은 상황을 빼앗기면 어쩌지 싶은 두려움,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상황에 휘둘리는 생활에 은제는 조금씩 김재환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
솔직히 말해서 플룻도 단순하고, 사건 자체는 클리셰 범벅이라서 이야기 자체는 쉬운 편이야. 하지만 심리묘사가 치밀한데다 상황의 변화에 휘둘리는 은제와 멤버들, 그리고 촬영장에서 만나는 다른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섬세해서 재미있었어. 다소 수 부둥부둥이 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설정이나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 딱히 작위적이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낯선 사람이랑은 눈도 못 마주치는 낯가림 심한 자낮소심수가 완결 쯔음에는 남들과 당당하게 대화하면서 멤버들의 고민상담에도 어울려 줄 수 있을 만큼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서 좋았어. 그리고 은제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과 주변환경을 만들어 준 게 김재환이라서...
김재환이 너무 늦게 등장하긴 해도 언급도 꾸준한데다 은제가 김재환에 대해 굉장히 여러가지 감정을 품은채 행적을 더듬어보다 보니 갑분L이라는 생각은 안들었고. 게다가 김재환이 늦게 등장한 이유마저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상황이었고, 그마저도 고은제를 향한 김재환의 배려였기 때문에 오히려 진짜 얘가 아니면 누가 은제랑 사랑하냐... 싶었음.
약간... 장바누님 소설 좋아하거나 잔잔한 일상물에 평생에 서로뿐인 찐사... 혹은 운명같은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잘 맞을 거 같아. 나는 이거 리다무로 4회차까지 간보고 지른거지만 1권 중반부까지 읽었을때 아 이 텐션 그대로 완결까지 가면 이거 내 인생작 되겠다 하고 촉이 왔었어. 그리고 이거 완결 다 읽기 전에는 잠 못자겠구나... 싶었고...
결론은.... 아침 8시까지 꾸역꾸역 밤새가며 완독하고 기분좋게 인생작 카테고리에 넣었다. 노정 언급도 거의 없는데다가 평점이 영 안좋아서 고민 엄청 했는데... 고민 할 필요도 없이 너무 좋았어! 마이너 취향의 소설인데다 호불호도 심하게 갈릴 정도고, 분량이 빡세서 좀 비싸긴 한데 진짜 잘맞는 사람한테는 돈 전혀! 완전! 안아까울 정도야. 진짜 정말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전연령이라는 건데 작중 분위기 생각하면 구우우욷이 잣죽이 있을 필요는 없겠더라구...
하여튼 진짜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짐작도 못해서 다 읽고 나서 좀 얼떨떨할 정도였어. 재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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