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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들 안녕, 잘 지내고 있지?
전 글을 쓸 때만 해도(4월) 코로나가 이렇게 장기전이 될 줄 몰랐는데ㅠㅠ
집에만 있어서 너무너무 심심한 나머지 테이블 리폼한 기념으로 사공을 하려고 왔다가, 전부터 한 번쯤 써보고 싶었던 글이 있어서 같이 써보려 해! 이 글을 어떤 게시판에 써야 할까 고민했는데, 혹시 다른 게시판에 더 잘 맞을 것 같다면 댓글로 알려주라! 부탁!
집 관련된 게시글을 올릴 때마다 고마운 댓글들이 참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언젠가 내 방을, 내 집을 갖게 된다면~' 하는 댓글들이 참 가슴에 남았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토리거든ㅋㅋ 나는 이걸 '오늘부터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는데(오늘부터 우리는 패러디.. tmi..) 미니멀리즘은 그냥 개념일 뿐, 인테리어는 아니잖아. 내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에 인테리어 등의 외적인 부분이 자연스레 바뀌는 것이고. 그러니 때가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원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본인이 가능한 선에서 조금씩 말야.
나도 맥시멀 리스트의 방이 예뻐 보일 때가 많고 물욕을 완전히 버리지도 못했어. 어떤 게 더 좋고 그런 게 아니니까, 미니멀이든 맥시멈이든 본인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나가면 좋을 것 같아.
아래부터는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에 쓴 블로그 글인데, 지금은 비공개 블로그라서 홍보 아니고(ㅋㅋ) 말투가 좀 달라도 이해 부탁해! (시기는 결혼 전 엄마네 집에서 살던 때야) 혹시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관심이 있는 토리들이 읽어줬으면 좋겠기에 가지고 와봤어. 몇 년 전 글이지만 지금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살고 있거든(청소는 이제 매일 해ㅋㅋ).
<어설픈 미니멀리스트의 시작>
나는 물건을 참 좋아한다. 어떤 물건이 가지고 싶어지면 그 물건을 살 때까지 설레고 불안하지만 일단 사고 나면 안심하며 잊어버린다. 그러니까 나는 '산다'는 행위 자체, 즉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말이다.
이런 성격 탓에 내 방에는 물건이 가득했고 나는 그 방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물건들이 나에게 '부담'과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일을 그만두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졌을 때 부터였던 것 같다. 막상 쓰지도 않으면서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자 낭비를 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랬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쓸 곳이 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불편해졌고 나는 더 이상 내 방에서 안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내 방은 나에게 무거운 짐*, 그 자체였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 '미니멀리즘'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성격과는 너무 동떨어진 개념이라고 생각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자주가는 서점에 점점 미니멀리즘 관련 도서가 많아지자 조금씩 관심이 생겼고 나는 나의 커다란 짐*, 나의 방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마침 백수라 시간도 많았다).
처음에는 무작정 그들을 따라 물건들을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내겐 물건을 '버리는' 일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몇번의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버리는 것'보다는 '남겨두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겨두자. '좋아하는 물건'이라는 단어를 정해두니 좋아하긴 커녕, 있는줄도 몰랐던 물건들이 더이상 아깝지 않았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한 번에 버릴 수 없었던 물건들은 따로 모아뒀다 몇번을 봤다. 대부분은 두 번째에 버릴 수 있었고 그때 나는 후련함 마저 느꼈다. 남겨두지 않음으로 비로소 나는 나의 짐,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쓸모없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추억에 얽매여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은 사진을 찍어 간직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쉽게 버릴 수 있었다. 나는 그 물건 자체를 간직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들어있는 추억을 버리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스스로 생각하기엔 이정도의 상태까지 온 것도 장하지만 내 방엔 여전히 물건이 많다. 4년간의 쇼핑몰 운영으로 인해 쌓인 옷더미와 잡동사니, 화장품, 책 등은 엄청나게 버렸음에도 아직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나에겐 서랍 한칸과 공간박스 하나만큼의 짐*도 여전히 존재한다(안에 뭐가 들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존재는 확실히 알고있는,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귀찮음과 약간의 두려움 콜라보로 아직 열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나를 더욱 더 장려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물론 온라인에 쌓인 트래픽들도 짐스러워 탈퇴를 거듭하는 요즘이지만, 기록해두면 한결 정리가 되고 나중에 보면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밝혀두지만 나는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나에게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것들 뿐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해 본다.
*물리적인 의미의 '짐'이라는 뜻도 포함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부담, '마음의 짐'이라는 느낌이 더 정확하다. 나는 아직 정리하지 못한 공간과 버리지 못한 쓸모없는 물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거든.
<단순하게 살기: 규칙 정하기>
나는 습관을 쉽게 들이는 편이라 규칙을 몇 가지 정해 습관처럼 실행하기로 했다.
유념할 것은 절대 무리한 규칙은 세우지 않는 것(스트레스 쌓여서 하기 싫어진다).
1. 이틀에 한 번은 방 닦기
언니는 이왕 할거 매일 하라고 했지만 게으름뱅이인 나에게는 이틀에 한 번이 딱인 것 같다. 매일매일 하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벌써 귀찮아져서 금방 포기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자주 청소를 하면 내 방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항시 파악할 수 있고 또 물건이 많으면 청소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정리가 생활이 된다.
2. 충동구매 자제
나는 쇼핑을 할 때 날을 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충동구매가 잦았고, 또 그렇게 구입한 옷은 원래 있던 옷과 매치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잘 입지도 않았다. 그래서 옷이든 무엇이든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일 경우에만 바로 구입하고,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사진을 찍고 시간을 두어 오래 고민하기로 했다. 물건의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싼 물건일수록 충동구매를 하기 쉬워지므로 신중히 결정한다.
3. 추억의 물건은 사진으로 간직
방 정리를 시작했을 때, 버리기 가장 힘들었던 물건이 바로 이런 '추억의 물건'들이었다. 사실 그 물건 자체보다는 물건에 깃들어있는 추억이 소중한 것이므로 사진을 찍어 디지털 형태로 간직하고 물건은 버린다. 이렇게 하니 버리기 쉬워졌다.
4. 전자책과 도서관 대출, 스트리밍서비스 애용하기
나에게 가장 많은 물건은 옷, 책, 음반(CD)이었다. 책과 음반은 정말 좋아하는 것(자주 읽고 자주 듣는 것)만 남기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처분했지만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삽화가 중요한 책이나 전자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책은 도서관 대출을 주로 이용하고, 나머지는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5. 아깝다는 생각 버리기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다 보니, 애초에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을 수 있었다. 무언가를 사려고 하다가도 '어 나 이거 얼마 전에 비슷한 거 버렸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번과 비슷한데, 물욕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버림=낭비'가 아닌, '버림=절약'이라는 인식을 가지자는 것. 또 공간의 낭비나 그걸 보며 느끼는 나의 스트레스 또한 낭비라고 생각하자.
6. 수납공간 줄이기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바로 물건을 정리하겠다고 '수납공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서랍장을 사고, 작은 책장을 사고, 수납상자도 샀다. 그러면 당장은 자잘한 물건들이 눈에 보이지 않아 깨끗해진 것 같았지만 어느샌가 수납공간 안은 초토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도 가늠이 안되는 쓰레기 상자가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수납공간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고, 가지고 있는 공간에 수납이 되지 않으면 바로 정리를 하기로 했다. 방에 하얀 벽이 많이 보이니 어찌나 깔끔하고 좋던지. 또 상자나 쇼핑백 등을 바닥에 늘어놓으면 그 안에 자꾸만 물건을 집어넣게 되니 그런 것들은 생기는 즉시 버린다.
<단순하게 살기: 무엇을 살 것인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고 해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비의 시각을 바꾸기로 했다. 이제는 '소유'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 어느 정도의 부담을 불러오기 때문에 '무엇을 살 것인지(무엇을 소유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그러니까, 사고나서 끝!이 아닌거다.
뭔가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 물건을 샀을 때의 모습을 먼저 상상 해본다. 내 생활 속에서 얼마나 값어치 있게 쓰여질 것인지, 기존에 있던 내 물건들과 잘 어우러질지, 또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어디에 보관할지! 여기에서 대부분의 소유욕은 사그러들고 만다. 보관. 이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소유하는 것은 이내 귀찮은 것이 되고 만다. 그렇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무슨 물건 하나 사는데 책임타령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물건 하나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물건의 자리, 관리하는데 드는 시간이나 비용 같은 것들.
원래 나는 소소하게 낭비하는타입이었다. '비싸지 않은 것'을 사들이고 그 '낭비'와 '소비'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흔히 '탕진잼'이라고 부르는 그것 말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비싸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것,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사기로 했다. 가격이 싸다고 경제적인 것이 아니다. 만원짜리 물건을 3개월 쓰고 버리는 것보다 10만 원짜리 물건을 10년 동안 쓰는게 더 경제적이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때 그때 먹고 '없앨' 수 있는 만큼만 산다. 1+1나 대용량보다는 그냥 하나 짜리. 어차피 많이 사봤자 다 먹지 못 해서 남은 것을 버리게 된다. 사실 먹는 것은 내가 살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많지만, 엄마의 살림에는 손대지 않기로 했으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또 내가 지향하는 것은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아니니까 겉모양이 '미니멀'한 가구를 살 필요는 없다(우스갯소리로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면 무인양품에 가서 미니멀한 가구를 산다,라는 얘기가 있더라. 물론 나 또한 미니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미니멀 인테리어를 지향하는 분들을 비웃는 것이 아님. 다만 나에겐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서랍장이 아무리 조잡하게 생겼어도 언제 집을 떠날지 모르는 나이이기에 새로운 가구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저 그 안을 미니멀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2020년 덧: 나는 하다못해 문구용품 살 때도 진짜 오래 고심해서 사는데 지금 내게는 맘에 쏙 드는 반려 커터 칼, 반려 샤프 등등이 있고.. 이제 진짜 맘에 쏙 드는 반려 스테이플러를 사려고 호시탐탐 찾아보는 중ㅋㅋㅋ 맘에 들면 일단 캡쳐하거나 사진을 찍어 놔. 이런식으로 물건을 사니까 집에 있는 웬만한 물건들은 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되더라고. 되게 아껴 쓰게 되고. 나는 좋아! 만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