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된 이후로 하는것이라곤 모아둔 돈으로 장을 봐 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손이라고는 집어먹는데에만 쓰던 킹갓제너럴갓핸드 트오리는 요리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거하게 망친 저녁을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들자니 어딘가 울적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요리 곶아라니.......'
차라리 개 사료가 더 맛있지 않았을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았다.
심란한 마음으로 폰을 뒤졌다. 요리를 시작한 이후 습관적으로 들어오던 요리룸.
그곳에서, 토리는 발견하고야 만다. 저 밑에 앙증맞고 새빨간 김치,김치,김치볶음밥.
그것은 천사톨이가 올려준 한줄기 빛같은 김치볶음밥 하우투 영상이었던 것이다.
"코다....차야...스트....김치뽀끔....밥....".
조용히, 전남친의 이름을 부르듯 애절하게 제목을 읊조리며 토리는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 배춧잎 다섯장이 나오더니 트와이스 노래에 맞춰 함께 춤을 추었다.(실화)
다음말 토리는 5일간 쓰지 않았던 밥솥에 코드를 연결하고 경건하게 쌀을 씻었다.
정확히 세번 반을 씻어내고 손을 넣었을 때 중지 둘째마디까지 물이 올라오도록.
절대로 밥이 진밥이어서는 안된다. 볶음밥의 생명은 뭐니뭐니 해도 고슬고슬한 밥이니까.
이대로 밥이 진밥이 된다면 오늘의 거사는 모두 수포가 되어 토리는 맨밥에 김치를 우적우적 씹어먹게 될것이다.
하지만 돼지같은 나토리는 그것조차 맛있게 쳐먹겠지.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요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토리의 집에는 네모난 후라이팬밖에 없었다.
"아뿔사 세상에 지져스."
토리는 머리를 굴린다. 밥이 될때까지 30분, 다이소 왕복 20분.
서둘러 채비를 하고 나가자 비가오고 있었다. 어차피 집 안에만 있는 백수 토리에겐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빠르게 26cm 후라이팬을 들고 마블코팅과 불소코팅의 차이점을 고민하다 더 깐지나 보이는 후라이팬을 집어든다.
요리는 간지에 살고, 간지에.... 죽는것이니까☆
나오는 길에 다이소 신상 존귀탱 여우방석도 알차게 옆구리에 끼고 들어온다.
볶음밥이란 냉장고 안의 남은 재료를 뚜까 넣는것!
비싸서 눈물흘리며 산 대파 남은것, 양파 남은것, 양송이반쪽을 다져 볶는다.
김치가 아직 적당히 익지 않았지만, 마음먹은대로 인생이 다 풀렸다면 나토리는 지금쯤 대기업 과장을 달았겠지.
마지막으로 기력이 떨어진 노견에게 먹이기 위해 어머니가 황태와 삶아놓은 닭가슴살을 스틸해 찢어놓는다.
쉼호흡을 하고 천사톨이 올려준 코다차야스트김치볶음밥 영상을 복습하며 분량의 양념을 때려넣고
밥을 2인분, 하고 나니 양념이 부족해 간장을 더 때려 부어준다.
피자치즈는 사랑이기에 냉동실에 소분한 피자치즈를 모두 넣어 보지만 그 양이 부족하다.
여기에서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은 실전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피자치즈를 쟁여놓지 않은 자신을 책망한다.
그랬더니,
완성이다.
하지만 2프로가 부족하다. 무엇일까,
같이 먹을 사람이 부족한 걸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그건 정말 웃긴 생각이다. 볶음밥은 기본 2인분이 시작이니까.
"무언가가 부족해 무언가가..."
순간 섬광같이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무언가. 동시에 간담이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목을 타고 흐른다.
"젠장....!"
멍청하게도 밥을 볶을 때 후추를 뿌리지 않았던것이다.
'하마터면 소울푸드 후추없이 볶음밥을 씹어넘길 뻔 했어.'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며 데코레이션인 척 무심하게 후추를 흩뿌린다.
몇년 전 마트에서 사놓은 말린 파슬리또한 시크하게 붓는다.
후라이팬 째로 식탁에 세팅하고, 영화 어벤져스를 튼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광고가 흐르고
토리는 감격스런 첫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
'뭐지, 이 맛은!?'
재료들의 풍성한 맛들이 느껴지고 달걀의 농후함 치즈의 풍부한 맛이 입 안을 채운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김치,김치,김치!!!
이것은 말 그대로,,, ㅈㅗㄴ ☆ ㅁㅏㅅ
"UMmm.....마치, 입 안에서 오캐스트라가 열리는 기분이랄까?(웃음)"
진짜 이런 오캐스트라.
이거슨 라잌 하모니, 이것은 마치 앙상블.....!!!!!
볶음밥 2인분은 그렇게 5분만에 자취를 감추었고, 무안해진 토리는 아직 도입부인 영화를 끄고
쓸쓸히 설거지를 하러 떠난다...
끝으로, 이 글을 보는 토리들은 꼭, 꼭!!! 쿠치다이스트김치볶음밥을 해 먹어보길 바란다...
김밥헤븐에서 먹던 그 맛인데 정말 헤븐으로 가는 그런맛임.
오늘 저녁을 구제해준 영상 올려준 토리와 영상 만들어준 분들께 감사하며, 그대의 눈똥자에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