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고양이 경험 0 (놀아본 적도 없음), 애완동물과 같이 살아본 경험 0, 친구들 강아지가 집에 놀러만 왔다가도 뭔가 내 영역을 침범당한 느낌;;에 마음이 과히 편치않을 정도로 좀 예민한 사람이라 누군가의 애동을 맡아줄 만한 사람이 아니었어
다만 요즘 재택 + 휴가 콤보로 시간이 아주 많았고, 사진으로 본 모습이 귀여웠고, 집사 말이 24시간 중 22시간을 잔다고 하고 (거짓말) 아주 얌전하다 해서 (완전 거짓말) 그냥 그래, 맡겨 하고 던졌는데 진짜로 나한테 맡기고 떠났음
집사의 말 중에 단 하나,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스럽다...는 부분은 거짓말이 아니었고
그 결과, 우리는 사랑에 빠졌고 달랑 12일 함께 지낸 냥이를 보내면서 나 세번 울었음ㅋㅋㅋㅋ
처음 우리집에 도착했을 때 모습
눈빛에 불안함과 불신이 가득...이 때 집사가 떠난 직후였는데 사실 집사가 떠날 때는 크게 겉으로 보이는 반응은 없었으나 그 후에 아 이곳이 새로운 곳이구나, 하는 자각이 온 것 같았어
나중에 집사가 데리러 왔을 때도 (공항에서 돌아온 직후라 나랑 사회적 거리두기 한다고 좀 떨어져서 서 있었거든) 쳐다는 보면서도 집 밖으로 잘 못나가더라구. 고양이는 진심 영역동물이다, 느꼈어. 억지로 데리고 나가려고 안았더니 몇번이나 도망쳐서 집 속으로 들어가버렸어 ㅠㅠ 맴찢
암튼 첫날은 저 이동장 바로 옆에 있던 화장실로 쏙 들어가서 6시간을 커튼 사이에서 버팀
다행히 이 화장실에 냥이 화장실도 둬서, 그래 시간을 갖거라..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더니 한참 후에 정말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넓혀서 나오더라구
잠깐 딴소리. 난 냥이들이 저렇게 발을 모으고 앉을 때, 저 오도통한 발이 진짜 너무너무너무넘 귀여워. 핑크젤리에 가려서 오동통 윗발의 귀여움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해....ㅠㅠ
아무튼 친구가 놀러와서 우리끼리 놀고 있었더니 이제 궁금하셨는지 슬금슬금 나와서 다가오더라구. 나중에 생각하니까 그 호기심 많고 이것저것 다 참견해야 되는 애가 어떻게 6시간이나 버텼는지가 미스테리야
궁금해서 나오긴 했지만 만지지는 말라구!! (찌릿) ㅋㅋㅋㅋ
첫날에는 아직 긴장했는지 구석에 숨어서 자더라구. 바로 이 곳, 그 다음에도 내가 뭐 못하게 하거나 (주로 궁금한 방에 못들어가게 하기, 궁금한 주방 아일랜드에 못 올라가게 하기 등) 하면 삐져서 저기로 잠깐 가더라 ㅋㅋ
그래서 나 혼자 방으로 들어가서 자는데 새벽 5시쯤인가 작게 냥냥 하는 소리가 들렸어
나 원래 잠귀 어둡기로 유명~한데 나도 손님맞이에 긴장하며 자서 들렸나봄
나가보니까 사람이 그리웠는지 막 부비부비하고 그러더라구? 나중에 알았지만 많이 쫄보라 혼자서 방에 들어오지는 못한듯ㅋㅋㅋㅋ
너무 졸려서 소파에서 더 자려고 했더니 나한테로 와서 안기는거...
고양이들 넘 포근하고 말랑하고 냄새도 좋아 힝...
만난지 하루도 되기 전에 이렇게 나는 사랑에 빠졌고 냥이도 나한테 본격적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함ㅋㅋㅋ
팔을 내주면 팔에 부비부비
발을 뻗고 있으면 솜방망이로 내발 붙잡고 잠들기 (내 발사진 미안;;)
내 무릎도 맡겨놓은 자리인 것처럼 당당하게
구.로.나. 이렇게 나와 꽁냥꽁냥하면서 우리집에도 익숙해졌는지 냥이는 오전 1, 밤 1 우다다를 시작하게 되는데....
나는 우다다라는 게 그냥 힘차게 뛰어다니는 걸로만 알았지 막 그렇게 다른 인격체처럼 변하는 건지 몰랐어ㅋㅋㅋㅋ
우다다 신이 들리면 약간 나를 무서운 사람 보듯이 하면서 도망다녔다가 쫓아왔다가 그러는데 솔직히 너무.....무서웠어ㅠㅠ
하루는 너무 놀라서 나도모르게 엄청 소리지르고 ㅋㅋㅋ 도망쳐서 높은 의자에 올라가서 앉았더니
냥이가 우다다를 멈추고 내 옆에 와서 조랭이떡 만들면서 앉더라구ㅠㅠ 너무 스윗해 엉엉
내가 원래 식물맘이야
이것저것 종류도 많고 또 하나하나 엄청 애낌
그래서 혹시나 냥이가 이것저것 씹지는 않을까, 그럼 냥이한테 위험한 식물도 있고 나도 맘 아프고 ㅋㅋㅋ 할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위험한 식물은 안가는 방에 넣어둠) 전혀!!!
아침 저녁으로 순찰돌면서 냄새만 열심히 맡지 전혀 먹거나 씹지는 않더라구 (다만 spider plant 에 약간 실처럼 나오는 줄기가 있는데 그건 갖고 놀다가 씹더라 ㅎㅎ)
내가 원래 조용히 화분에 하나하나 물주면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는데 그걸 냥이랑 함께 하니까 진짜 힐링
자다가도 내가 화분에 물주면 쪼르르 따라와서 참견해 ㅋㅋ
아, 그리고 냥이에 대해 새로 배운 게..호기심이 진짜 진짜 많다!!!
와……아직 어린 고양이라 그런가 진짜 호기심 대박! 방 하나하나 다 들어가봐야 되고 어두운 구석에는 (꼭 먼지 대박인 곳 골라서) 다 몸 낑겨 넣어봐야 되고 새로운 물건은 다 냄새 맡아봐야하고 높은 카운터탑도 다 올라가봐야 하고. 높아서 못 올라가는 곳 앞에서는 안절부절 난리가 남
구멍을 통해 안을 보려는 냥
맨날 똑같은 수돗물인데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자기가 다 확인해야함
그런데 또 왕쫄보더라. 첨 들어가보는 방같은 경우에는 너무 들어가보고는 싶은데 겁나니까 그 방 앞에서 냥~ 하고 부름 ㅋㅋ 내가 옆에 가면 그제서야 안심한 듯 들어가서 탐사 시작. 냥이 화장실을 거실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이나 침실과 좀 떨어진, 코너 돌아가야 하는 장소에 두었는데 큰일 보러 갈때는 코너에 서서 냥~하고 날 불러 ㅋㅋ 그럼 내가 가면 그제서야 마음 놓고 슥삭슥삭 일봐. 고양이 독립적인 동물이라고 누가 그랬냐...
그동안 친구들도 몇번 놀러왔는데 손님이 오면 기운이 좀 없어지더라구. 어디 아픈가? 걱정했는데 손님 가고 나면 다시 깨발랄 ㅎㅎㅎ
그루밍도 누나 눈앞에서 해야 제맛!
이게 나는 컴퓨터가 따뜻하니까 그 위에 앉는 건가 했거든
그런데 아침에 차가울 때도 와서 앉는 거 보면...그냥 관심종자인듯
저렇게 와서 그루밍할 때 한쪽 뻗은 발 (이거 내 최애모먼트임...너무 귀여워. 눈 질끈 >.< 감고 그루밍하다가 현타 온듯이 쉬기도 하곸ㅋㅋㅋ) 손으로 잡으면 말랑말랑 따뜻해ㅠㅠㅠㅠ
아 사진보다보니까 진짜 하나하나 다 생각나고 또 코가 찡하구만ㅋㅋㅋㅋㅋ
아무튼 2주 가까이 같이 지내는 동안 나는 정말 고양이과구나 하고 느꼈고 (주변인들이 많이 하던소리...근데 정말 나랑 성격이 비슷하더라고;;;) 처음에 너무 조용하게 다가와서 나를 놀래켰던 것과 (딴짓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뒤에 와서 지켜보고있다... + 어디갔어?? 하고 두리번거리며 찾으면 내 의자 밑에 조랭이떡 만들고 있다 등등) 우다다 타임만 빼면 ㅋㅋㅋ 나랑 진짜 잘.맞.아!
그리고 내가 이번에 또 배운 것들은
1) 생각보다 화장실 냄새는 안난다. 나 냄새에 미친 예민종자인데 모래가 좋은 거여서 그랬는지 한번 똥 안덮고 나왔을 때 빼고는 진짜 냄새는 거의 안나더라. 돈만 쓰면 삽질도 안해도 되고 (지인이 가져온 화장실은 구멍뚫린 비닐을 바닥에 깔아서 그냥 비닐을 들면 모래는 알아서 떨어지고 감자와 맛동산만 비닐 위에 남음. 굳이 그것들의 실체를 안봐도 되고 깔끔하게 버릴 수 있음 ㅇㅇ)
2) 그런데 사료냄새와 입냄새가 ㅋㅋㅋㅋ 습식해서 어쩔 수 없는 거 같긴 한데...ㅠ 그런데 또 그 입으로 그루밍하는 털에서는 왜 좋은 냄새가 나지? 이게 미스테리
3) 고양이는 확실히...사랑이었다 ㅠㅠ
아, 그리고 뭣 모를 때는 핑크젤리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핑크젤리보다 더 귀여운 것은 핑크코였어!!!
저 작은 핑크코로 내 손에, 얼굴에, 목에 코키스할 때 ㅠㅠ
아침에 그르릉 하면서 네발 다 쓴 꾹꾹이로 나 깨웠던 거 (나 늦잠자는 타입인데 5-6시부터 깨우는데도 화가 안남 ㅋㅋㅋ)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핑크코사진들과 내 옆에서 주무시는 최애사진으로 마무리할게...찐초보라 12일 동안 친구들한테도 문자 sos 치고 동식방에서도 도움 많이 받았어 고마워!
(다른날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