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완결날 즈음에 접해서 전권 읽었던 톨이야. (한 11~12년경?에 읽은듯)
나는 그동안 효린이가 적당히 쿨내나는 시크도도타입 평범한 악녀포지션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최근에 정주행해보니...지능형이더라. 그것도 겁나 고단수로 사람 조종하는 스타일이었음. 하도 어릴때 읽은거라 그땐 몰랐는데 지금보니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다 모순이 아닌게 없어.
우선 인성을 떠나서 효린이는 신이가 결혼을 한 직후부터 왕세자의 전 여자친구 행세를 시작함. 채경이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냅두는건 둘째치고 신이한테까지 과거에 그런 사이였던것 처럼 연출해. 근데 실상은 둘이 그냥 친구였고 신이가 모르는 여자애랑 결혼하기 싫어서 여사친한테 청혼했던거잖아? 근데 신-채 커플이 결혼한 이후에 효린이는 마치 버림받은 여친인 양 신이 곁을 맴돌아. 결국 신이 입에서 니가 내 여친이라도 되냐는 소리를 듣는데 신이가 지 친구한테 관대하고 여자문제에 미적지근해서 어영부영 넘어가지. 가끔가다 효린이를 신이 전여친으로 착각하는 독자들 많은데 이런거 보면 효린이의 물밑공작이 성공했다는걸ㅋㅋㅋ알수있어. 이후에 언론에도 흘러가서 걍 전국민이 다 왕세자 전여친인줄 알고.
아예 시작부터 이랬는데 내가 진짜 감탄한건 중간에 1주년 인터뷰로 대판 싸우고 별거중일때 효린이가 신이한테 했던 말이야. 내가 지금 만화책이 옆에 없어서 기억이 확실한지 모르겠는데 대충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고통받게 냅두지 말고 놓아줘라. 니가 전에 나한테 그랬던 것 처럼.' 이라고 하는데 신이는 효린이를 좋아했던 적도 없고 좋아해서 놓아준 적도 없음. 채경이랑 싸우다 홧김에 내가 미쳤다고 좋아하는 여자애를 궁에 인형처럼 살게 냅두냐는 말을 하긴 했는데 애초에 모르는애<친한애라 효린이한테 청혼한거였지 ㅋㅋ 이런식으로 교묘하게 신이한테 니가 날 좋아해서 놔줬잖아~ 채경이도 놓아줘~ 같이 말 하더라고. 효린이 수법이 니가 날 안좋아하는건 알아. 근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이런타입이라 멍청하면 말려들기 좋겠더라 ㅋㅋ
두번째는 주인공 커플 이혼하기 직전에 전화로 '넌 니가 사과하면 되게 큰일이라도 되는것 처럼 생각한다. 존심 버리고 끝까지 빌고 안되면 포기할줄 알아라.' 이런 충고를 해줌. 표면적으로는 니가 잘못했으니까 채경이한테 빌라는 것 처럼 보이는데 사실 걍 고집센 남자애한테 포기를 알라고 에둘러 말한거나 다름 없잖아. 요런식으로 충고하는 척 제몫 챙기는 솜씨가 일품이라 진짜 효린이가 세자빈 됐으면 대비랑 기싸움하는거 오졌을텐데...ㅋㅋㅋㅋㅋ 둘이 붙는 씬이 없었던게 아쉬웠음.
근데 이렇게 효린이가 언플을 해도 신이가 지 듣고싶은것만 듣는놈이라 ㅋㅋㅋㅋ 율이도 지능형이 아닌건 아니지만 얜 좀 닥쳐서 행동하는 권력형이라면 효린이는 ㄹㅇ 고등학생치고 엄청 똑똑하다고 생각했어. 집안만 좀 잘 살았으면 크게 됐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