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굳이 '남친과 함께'라는 말을 쓴 이유는,
남자 입장에서 페미니즘에 입문하기 좋은 책들로 추천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이건 우리 커플처럼 페미니즘에 무지하지만 알고 싶은 톨들을 위해 쓰는 글이니까
페미니즘에 상당한 지식을 가진 톨들은 뒤로가기!
이왕이면 남자톨들이 많이 봐 줬으면 해.
우리 커플은 페미니즘에 무지했어.
나는 뭔가 여성이 차별받는 세상이고 내가 당한 것도 같은데, 논리정연하게 설명은 못 하겠는 상태였어.
남친은 가부장제가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여성이 범죄 등에서 더욱 위협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밖에 구체적으로 무슨 차별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고
본인은 나쁜 짓(성매매, 성범죄, 직접적인 여성 비하 발언 및 차별 동조 등)을 한 적이 없는데
자기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냐는 입장이었지.
그래서 이참에 제대로 배워 보자고 마음 먹고,
책이든 영화든 가리지 않고 접하면서 지금도 계속 차근차근 배우는 중이야.
추천 목록은 이것저것 여러 페미니즘 책을 읽고 서로 추천해 주기도 하며 읽은 것들 중에 뽑은 거야.
되도록 순서대로 읽었으면 좋겠고, 이유는 아래에 설명할게.
나는 책이랑 안 친하다!
글자만 보면 졸음이 와서 두꺼운 책을 읽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길고 어려운 페미니즘 이론을 볼 엄두가 안 난다!
그렇다면?
1.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 창비
스웨덴에서는 고등학생들의 페미니즘 교육 교재로 삼기도 했다는 유명한 책인데,
100쪽도 안 돼서 엄청나게 얇아.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담고 있어서 페미니즘이 뭘까, 왜 배워야 할까를 간단하게 알려줘.
처음부터 지루한 이론서를 읽으면 지치기 마련이니까 시작은 가볍게 하자고.
자, 이제 페미니즘이 필요한 건 알겠어.
근데 솔직히 엄마 세대는 이해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받는 차별은 공감이 안 돼.
그렇다면?
2.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직장에서, 생활에서 다양한 차별을 당한 뒤 비혼을 다짐한 여자친구와,
그런 여자친구에게 잘 해줌으로써 생각을 바꾸게 만들겠다는 남자친구의 이야기야.
저기 등장하는 남자는 정말로 평범한 한국 남자이자 선량한 시민이거든.
딱히 나서서 차별을 하지는 않았지만 방관자로 여성들이 차별받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
난 로맨스 소설에서 남녀가 헤어지길 바란 게 이 책이 처음이었어ㅋㅋㅋ
작가가 나서서 남자 주인공이 뭘 잘못했다고 말해 주진 않아.
그냥 남자 주인공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성공인 거야.
그래, 젊은 여성들이 받는 차별이 뭔지 알았어.
근데 이미 이 사회에 만연한 문제잖아. 일개 개인인 내가 뭘 할 수 있지?
3.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박정훈 지음 / 내인생의책
책 제목이 굉장히 공격적이지? 놀랍게도 저자는 남자야.
따라서 이 책은 남녀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남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본인도 남자이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차별받는 여자들의 고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차별하는 남자들의 심리도 통쾌하게 비판해서 참 재밌게 읽었어.
이 책 또한 무겁고 딱딱한 페미니즘 이론을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고,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차별들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한 내용이라 전혀 어렵지 않아.
결론적으로 남녀 차별이 없어져야만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해.
이제 내가 뭘 해야 할지 알 거 같아.
하지만 역시 차별받는 여성들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긴 어렵네.
그렇다면?
4.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 황금가지
역지사지, 남녀의 상황을 바꿔보자!
만약 남자가 차별받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억울할지, 이 책에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차별받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함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
물리적으로 강한 몸을 지니고 있는데도 세뇌받은 탓에 반항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무기력한 모습 등이 나와.
참고로 나는 읽는 내내 속이 시원했는데,
반대로 남친은 마음이 엄청 불편하면서도 여자들의 입장을 좀 알겠다고 하더라고.
이렇게 읽고 나서 흥미가 생겼다면, 조금씩 더 심도 있는 페미니즘 책에 도전해 보길 바라.
써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다가 결국 오늘, 나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쪼개서 쓴 글이야ㅠ_ㅠ
누군가에게 이 글이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기쁠 것 같고,
혹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둥글게 지적해 줘~!
첫번째 쉽고 짧으니 한번이라도 읽어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