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제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전까지 외할머니 댁은 아궁이에 불을 떼서 난방을 하는 옛집에 계셔서 가끔 할머니댁에서 놀고는 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전 할머니랑 같이 아랫목에서 군밤을 따뜻하게 뎁혀 먹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우리 강아지 할미가 도깨비 애기 해줄까??"



"도깨비?? 그거 무서운 이야기야 할머니?"



"아니야 왜 할미가 우리 강아지 무서워하게 무사운 애기를 해 신기하고 재미있단다"



라고 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할머니가 결혼하시기 전이니까 말씀으로는 마을 이장이 나라를 되찾았다고 뛰어다니던 그 해 겨울이라고 하신걸로 봐선 45년 겨울일 겁니다.



어느날 할머니의 부모님 즉 증조부와 증조모께서 싸우시기에 할머니께서 무슨일인가 싶어 보니, 집에서 사용하던 싸리빗자루를 버리네 마네 하시며 싸우시더랍니다. 증조부께서는 싸리나무 몇 개 꺽어오면 더 사용할 수 있으니 버리지 말자는 쪽이셨고 증조모께서는 20년 넘께 사용했으니 도깨비가 무슨 장난을 할지 모르니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하셨다는데, 증조부께서는 요즘 세상에 무슨 도깨비냐며 안그래도 벌이가 시원치 않은데 하나라도 아껴야 한다고 강하게 나오셔서 문제의 싸리빗자루는 그냥 쓰는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한동안은 별일 없이 어제가 오늘과 같은 나날이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함박눈 내리던 늦은 밤이었답니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깬 할머니가 눈을 돌려 방을 살피니 증조모와 증조부께서 일어나 앉아 계셨답니다. 그래서 증조모를 부르려하자 잠에서 깬 걸 알아챈 증조모께서 할머니의 입을 서둘러 막으시고는 '조용히 하거라, 큰소리랑 나면 큰일이니 조용하고 다시 자려므나' 라고 낮게 읊조렸다고 하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올것이 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합니다. 



밤새 들리는 요란한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드셨던 할머니는 늘 그렇듯 그날 쓸 물을 길러가기 위해 부엌에 물동이를 가지러 가셨다가 엉망이 된 부엌에 깜짝 놀라 증조모님을 깨우자 증조모께서 하시는 말이 '내비둬라, 밤새 도깨비가 놀다 갔으니 엉망일 게 뻔한데 오늘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넌 돈가지고 아버지랑 같이 돼지고기 사오거라' 하시기에 증조부와 함께 읍으로 나가 고기를 사오셨더랍니다.



그렇게 고기를 사오는 동안 증조모께서는 부엌을 정릴 하셨다는데 무쇠 가마솥 뚜겅은 차곡차곡 접혀 사각형이 되어있어 도저히 어쩌지 못하고 계시더랍니다. (요즘 만들어 쓰는 가마솥은 그 때 쓰던 가마솥에 비해 두께도 얕고 가볍다고 특히 뚜겅은 그때 사용하던 것은 옮길려면 장정 4명이 붙어 낑낑댈 정도로 무거웠는데 그걸 부러뜨린 것도 아니고 고이고이 접어놨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단 증조부께서는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으면 도깨비가 먹고나사 다시 펴 놓으거라고 이장님이 말씀하셨으니 음식이나 푸짐하게 하라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증조모께서는 이웃집 아궁이를 빌려 잔칫상을 하나 크게 마련하여 부엌에 갔다놓고는 집 뒤뜰에 있던 술 한 양동이를 독째로 부엌에 가져다 놓으셨답니다.



그 후 간단히 저녁을 드시고는 방문과 부뚜막 문을 꼭 걸어잠그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이 되어 부엌을 가보니 차려놓은 많은 음식은 모두 비워져 있었고 술독 안에 술은 한 방울도 남지 않은 채로 놓여져 있었고 무쇠솥 뚜겅은 안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하게 펴져 있었는데 접혀 있었던거라고는 상상도 안 갈 정도로 흔적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날 증조부께서 싸리 빗자루를 불에 태워 그 재를 마을 냇가에 버리신 뒤에 그러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ㅊㅊ : http://todayhumor.com/?panic_77774


도깨비 이야기는
언제봐도 새롭고 재밌어 !!


  • tory_1 2020.08.24 14:46
    도깨비 이야기 너무 좋아!!! 그럼 저렇게 오래된 물건은 무조건 태워버려야 하는건가? 그 이상 쓰면 왜 도깨비가 싫어하는거지??
  • tory_2 2020.08.24 15:12
    싫어하는게 아니라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되가지구 그런걸껄?
    그 전까지는 도깨비가 아니였으니까 이제 도깨비가 되가지구 장난을 치는거지
  • tory_1 2020.08.24 20:51
    @2 아~~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되는거구나!!! 대박 신기하다!!!
  • tory_2 2020.08.24 15:11
    역시 도깨비는 장난꾸러기여
  • tory_3 2020.08.24 16:41
    와 나도 할머니한테 솥뚜껑 솥안에 넣어두는 도깨비 얘기 많이 듣고 자랐는데! 신기하다 ㅎㅎㅎ 할머니가 솥단지 앞에 물떠놓고 기도 많이 하시면 다시 도깨비가 와서 깨내줬다고했음!
  • tory_4 2020.08.24 16:44
    그래도 원상복구 되어서 다행이다
    1945년이면 진짜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도 아닌데 예전 분들은 도깨비를 다 받아들이며 사셨나봐 신기해
  • tory_5 2020.08.24 16:58

    싸리 빗자루 하나 사면 될 걸 아끼다 돼지고기에 술까지 사셔야했네. 역시 여자 말을 잘 들어야함 ㅎㅎ  재미있게 읽었어!  

  • tory_6 2020.08.24 16:59
    꼬비꼬비 생각난다..
  • tory_7 2020.08.24 19:41

    아니 그러게 진작 마누라 말을 들었으면 집안살림 거덜날 일이 없잖아. -__- 게다가 뭘 잘했다고 음식이나 차려노라 마라야 ㅈㄹ웃기네... 뭔 싸리빗자루 아끼겠다고 고집 부리다가 안 써도 될 돈만 더 잃었구먼. ㅉㅉㅉ

    여튼 재미지게 읽었어!

  • tory_13 2020.08.27 01:15

    22 나도 이생각했음ㅋㅋㅋㅋㅋㅋ

    예로부터 마누라 말은 잘 듣자@!!!!

  • tory_8 2020.08.24 21:03
    오잉 도깨비는 메밀묵만 먹는 줄 알았는데 다른 음식도 다 좋아하는구나ㅋㅋ
  • tory_9 2020.08.24 23:43
    그래도 음식 먹고 고대로 돌려놓고 갔네.ㅋㅋㅋ
  • tory_10 2020.08.25 10:04

    도깨비와 나토리 공통점 :  술과 고기를 조와해

  • tory_11 2020.08.25 10:56
    우우 다른 점은 토리는 귀여워
  • tory_12 2020.08.25 19:31

    도깨비 이야기 넘 좋아 ㅎㅎㅎㅎ

  • tory_14 2020.08.29 13:52

    도깨비 이야기는 매번 올라올때마다 흥미롭고 재밌음 !!ㅋㅋㅋㅋ뚜껑이 접힌것도 넘 신기하다

  • tory_15 2020.09.24 06:03
    태우다니ㅜㅜ 우리나라 도깨비는 장난은 쳐도 해는 안끼친댔는데.. 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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