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나 의도는 없었다. 그냥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이 뻗어 나갔다. 행동에 대한 자각이 들었을 땐 이미 조인휘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고 이마에 맺혀 있는 땀을 손바닥으로 훔쳐 낸 뒤였다.
고정원도 아직 호기심정도일때
썸도 뭣도 아닌 그냥 같은과 동기인 사이에 맨손으로 땀닦아줌
결벽증 맞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정원의 허벅지에 앉아서 과일도 먹고, 두리번거리며 방 구경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재채기가 터졌다. 막을 틈도 없었다. 마주보고 있던 고정원의 얼굴에 스프레이처럼 튀어 있었다. 코앞에서 대놓고 침을 뱉은 거나 다름없었다.
“으앗, 미안.”
당황해서 얼굴을 닦아 주었다. 촘촘한 속눈썹이나 우뚝 솟은 콧대에도 튀어 있었다. 뻘뻘거리며 닦자 우스웠는지 고정원의 입매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얼굴에 대고 재채기해도 그저 미소^ㅡ^...
“에취!”
어제부터 이러더라니. 다 벗고 잔 탓에 감기 기운이 생긴 것 같았다.
“앗, 괜찮아.”
비죽 나온 콧물을 고정원이 닦아 주려 했다. 휴지가 아니라 맨손이길래 피했는데 소용없었다. 기어이 닦아 낸 고정원은 티슈가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티슈가 손 뻗으면 있는데 굳이 맨손으로 먼저 닦으시는 분
이거 약간 애기들한테 하는 행동아님?ㅋㅋㅋㅋ
이 밖에도 인휘가 먹던거 먹기, 입에 묻은거 손으로 닦아주기는 일상임
먹으면서 나는 또 한 번 생각했다. 고정원은 비위가 좋다고. 내가 먹고 수저에 남은 음식을 마저 먹는다거나. 내 입에 묻은 걸 그대로 먹는다거나.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 했다. 사귀면서 익숙해진 부분이지만, 민망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인휘 생각 : 고정원은 진짜 비위가 좋다.....
고정원보면 거의 내새끼 마인드로 인휘 대하는듯
특히 얼굴에 재채기, 맨손으로 콧물 닦아주기 이건 찐사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 결벽증이랑은 상관없지만 이 장면도 진짜 고정원이 인휘 어화둥둥 애기 다루듯이 다뤄서 너무 좋음🤭 부모한테도 못 받아본거 다 받아보는데 인휘가 을매나 좋았겠어😭😭😭
“인휘 어렸을 때 보고 싶다.”
모텔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난 아침, 세수를 하고 나온 내 얼굴에 로션을 발라 주며 고정원이 그렇게 말했다. 내 머리통을 감싸고도 남는 큼직한 손으로 크림을 발라 주는 모양새는 조심스럽고 섬세했다. 그냥 내가 하면 되는데……. 쑥스러운 나머지 얼굴 근육이 우스꽝스럽게 구겨졌다.
“어렸을 때? 어렸을 때 별거 없는데 뭘.”
“보고 싶어.”
크림이 스며들어 촉촉해진 볼에 ‘쪽, 쪽, 쪽’ 하는 노골적인 뽀뽀 세례가 한 차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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