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인터뷰] 엠넷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 최효진 PD ①
엠넷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를 연출한 최효진 PD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처음에는 'GG' 두 글자만 공개됐다. 엠넷에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힌트였다. 나중에야 밝혀진 GG의 의미는 '굿걸'(GOOD GIRL)이었다. 정식 제목은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다. 소녀시대 효연, 치타, 에일리, 제이미, 슬릭, 장예은, 윤훼이, 카드 전지우, 퀸 와사비, 이영지까지 R&B 힙합 여성 뮤지션 10명이 모여 팀을 이루고 퀘스트를 거치면서 플렉스 머니를 따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굿걸'이라는 제목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음악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뚜렷한 본인의 개성을 자랑하는 출연진을 '굿걸'이라는 말로 좁혀서 보는 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굿걸' 종영 일주일 후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에서 만난 최효진 PD에게 가장 먼저 제목의 탄생 배경을 질문했다.
최 PD는 "일단 반어법이 있었다. 굿(GOOD)하지 않은 친구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라는 답을 내놨다. '굿' 혹은 '배드'(BAD)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가둘 수 없는, 출연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제목이었다고.
다음은 일문일답.
▶ 프로그램명이 '굿걸'인 이유가 궁금하다.
아 제목~ 일단 반어법이 있었다. 섭외할 때도 안 착한, '굿'(GOOD)하지 않은 친구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어차피 착하거나 안 착하거나 이런 걸 사람의 일면만 보고 알 수는 없으니까. 방송에 보이는 어떤 사람의 모습은 단편적이고 일부분일 수 있지 않나. TV나 매체를 통해 대중이 판단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다(전부)가 아니니, 굿이든 배드든 이런 말로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굿'하다는 표현 안에, 이 친구들의 아티스트적인 모습, 복잡다단한 성장 과정을 다양하게 그리고 싶었다.
▶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굿걸'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건가. 섭외 과정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출연진) 대부분을 만날 때까지도 '굿걸'이란 제목이 없었다. '방송국을 털어라' 이 정도의 제목만 있었다. 출연자들을 만날 때도 미팅한다고 섭외로 직결되는 건 아니고, 밸런스를 봤다. 섭외할 땐 '플렉스'(FLEX, 본인의 능력이나 부를 과시하는 것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특히 금전적인 면을 자랑할 때 쓰인다) 하는 프로그램이라고만 했다. 프로그램 포맷도 자세히는 얘기하지 않았다. 여러분이 와서 방송사와 대결하는 프로그램인데, 방송사가 제시하는 퀘스트를 해내면 플렉스 머니를 받는다고. 어떤 퀘스트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반신반의하더라. '어떤 포맷이지?', '뭘 하는 프로지?' 하면서. 일단 다들 무대나 쇼로 자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고,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방송사 돈을 터는 콘셉트라는 정도는 알았다. '굿걸'은 나중에 지어졌는데, 뒤늦게 제목을 안 친구들은 '근데 왜 우리가 굿걸이에요? 우리가 굿걸인가?'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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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시작해 7월 2일 종영한 엠넷 경연 프로그램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 여성 힙합 R&B 뮤지션 10명이 나와 한 팀을 이루고 방송사가 준 퀘스트를 하나씩 해내는 과정을 담았다. 슬릭, 이영지, 윤훼이, 퀸 와사비, CLC 장예은, 제이미, 효연, 치타, 에일리, 카드 전지우가 출연했다. (사진=엠넷 제공)▶ 그동안 엠넷에서는 힙합 장르 오디션을 자주 해서, '굿걸'도 당연히 힙합 아티스트만 참여하는 건 줄 알았다. 효연, 치타, 에일리, 제이미, 슬릭, 장예은, 윤훼이, 카드 전지우, 퀸 와사비, 이영지 등 각자 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더라. 10명이나 되는 여성 뮤지션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완전히 처음부터 의도한 건 솔직히 아니다. 제가 '쇼미더머니'를 하면서 힙합씬을 오래 봐 왔고, 힙합씬 안에 여성 래퍼나 여성 뮤지션 풀이 넓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쇼미더머니'에서도 보듯이 씬 자체가 남자 뮤지션들 비중이 높지 않나. 그러다 보니 여자 뮤지션들을 주목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힙합씬이나 홍대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 '여자들 나오는 프로그램 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종종 나왔다. 저도 (출연진으로) 여자들만 있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완전히 언더 힙합씬 친구들로만 꾸려볼까 했다. 그렇게 언더만 나온다는 게 굉장히 모험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신선하지 않나. 그렇게도 생각했었는데, 제가 조사를 꼼꼼하게 하다 보니 정말로 별로 없는 거다. 여자들이, 언더에! (웃음) 여자 뮤지션들이 많지 않아서 장르를 래퍼로만 국한하면 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돌이나 네임드(잘 알려진) 래퍼도 해야 하나 싶었다. 확장해서 리스트업을 했다.
일단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은 만났다. 여자 뮤지션들은 생각보다 교류가 너무 없었다. 언더라고 치면 씬이 작으니까 다들 알 것 같지만, 서로 모르더라. 레이블로 엮이거나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게 아니라면. 오히려 여자 뮤지션들이 자기들끼리 작업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저희한테 밝히더라. 그런 기회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그럼 우리도 (이 프로그램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씬이 다양해지면 더 모르지 않나. 거기다 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뮤지션으로 걸어온 길이 달랐다. 그런 친구들이 더 다양하게 뭉치면 이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약간 상상이 안 되는 거다. 이들이 다 모였을 때 친해지긴 할까 궁금했다. 어떻게 서로 가까워질지, 어떤 무대가 나올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만나는 사람들 폭을) 차츰 벌려나갔다.
▶ '굿걸'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 뮤지션들도 있다. SNS상에서 화제였으나 본격적인 방송 출연은 처음이었던 퀸 와사비는 등장했을 때부터 시선을 끌었고 첫 번째 퀘스트 무대에서도 확실히 '파장'을 일으켰다.
퀸 와사비라는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 제작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저 친구를 왜요?' 하면서. 재미있겠다는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반발도 있었다. 제가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어도 결국은 팀원들이랑 만드는 거니까 설득해야 섭외할 수 있었다. 만나자고 할 때도 '굳이?', '한다고 하면 어떡해요?' 이러더라. (웃음) 와사비 씨는 매체에서 자주 노출되지 않았으니까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근데 만나는 것도 팀 안에서 저어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제작진을) 긴 시간 설득해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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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퀸 와사비, 카드 전지우, 제이미, 치타, 소녀시대 효연 (사진='굿걸' 공식 홈페이지)와사비 씨 음악은 들었고 SNS는 봤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인지는 어느 정도 알았으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 자기 삶을 얘기하는데 재미있더라. 성인용품 샵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는데 저희를 만날 때도 알바하다 온 거였다. 와사비 씨는 가사를 쓰고 춤을 출 때도 자기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그 논리도) 되게 명확했다. 그게 되게 건강해 보였다. 이 친구를 (섭외) 안 할 이유는 없겠더라. 이 정직함은 대중에게 어떻게든 보일 거니까.
첫 무대 할 때도 어떤 노래로 할지 와사비 씨하고 진짜 오랜 시간 고민했다. 본인도 저희한테 이거로 할까요, 저거로 할까요 다양하게 제안했다. 이 친구가 살아온 거나 본인 에고를 보여주기에 너무 정확한 공연이 딱 자기 노래인 것 같더라. 걱정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안 할 수는 없었다. 중간에 다른 노래로 준비할까 하기도 했고, 19금 아닌 걸 할까도 했는데 일단 (와사비 씨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스트레이트한 걸 가져오라고 했다. 그때 본인 노래 두 개 믹스한 걸 들고 왔다. 방송에선 (일부) 개사한 게 나갔다. 개사를 하나 안 하나 충분히 놀라셨지만. (일동 폭소)
▶ 아직 대중에게 낯선 언더그라운드 래퍼 슬릭의 경우 출연 자체가 화제가 됐고, 거기서 '엠넷의 변화'가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슬릭은 트렌디하지 않고 너무 진지할 순 있어도 꼭 하고 싶다면서 '히어 아이 고'(HERE I GO)를 첫 무대에 올렸다. 소외된 사람들을 호명하고, 무지개 깃발까지 등장한 무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방송 이후 반응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는지.
사실 깃발도 저희가 만들긴 했다. (웃음) 본인이 만들긴 힘드니까. 처음에 가사를 가져와서 아예 신곡을 만들겠다고 하더라. 무대에 맨발로 올라갔고, 가사에도 낯선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게 되게 어려울 순 있는데 (그 곡 자체가) 이 친구이니 첫 회에서 이걸 보여주는 건 너무 당연했다. 분명히 큰 파장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예 이해 못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출연진이 음악적으로 가까워지는 과정이 나오려면 처음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게 나와줘야 했다.
슬릭은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굉장히 뚜렷한 친구다. 사전 미팅했을 때도, 어떻게 해서 페미니스트가 됐고 비건이 됐는지, 어떤 기조로 사는지 말했다. 끊임없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친구였다. 자기한테 솔직하려고 되게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여서, 이 친구가 여기 나와서 나쁜 의도로 소모되지 않고 잘, 온전히 설명되고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지개 깃발도 당연히 안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소수자를 응원하려고 하는 이 친구의 마음이 워낙 솔직하고 따뜻했고, 프로그램에 임할 때 매사 너무 진심이었다. 안 해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 어떤 출연자가 '굿걸' 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는 대략적인 그림이 분명 있었을 것 같다, 제작진도. 그게 가장 상반됐던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아, 상반됐던… 상반됐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는 효연 씨. 저도 엠넷에 오래 있으면서 '엠카운트다운'도 하고 '마마'(Mnet Asian Music Awards, 엠넷 음악 시상식)도 했는데 소녀시대는 그 팀이 워낙 강하고 효연 씨도 춤이라는 되게 독보적인 파트가 있지만, 완전 프로페셔널한 래퍼로 활동한 건 아니지 않나. 효연 씨에게 섭외 제안을 하고 (수락)하기 전까지, 프로그램 진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친구가 여기 와서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아이돌 연차가 꽤 높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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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 무대를 꾸민 효연과 슬릭. 효연은 슬릭과 자신의 음악적 색이 너무 다를 거라고 예상하고 걱정했던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미안하다고 해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두 사람은 신나고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냈고 베스트 유닛으로 뽑혔다. (사진='굿걸' 캡처)물론 효연 씨 본인도 저랑 만났을 때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걱정이 많은 게 보였는데 입으로는 '할 수 있어요' 이러는 거다. (웃음) 과연 '굿걸'에서 어떻게 할지 참으로 궁금했다. 생각보다 못 어울릴 수도 있고, 언니 역할을 할 수도 있어서. 근데 처음에 너무 낯을 가렸다. (출연진 중에선) 방송을 오래 했으니까 의연하거나 유연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도 너무 떨리고, 현장에서 말 한마디 할 때도 개미 목소리일 때가 있었고 떨기도 했다. 되게 의외였다.
그런데 또 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다들 잘하더라. 무래도, 노래도, 춤도. 무대에서도 너무 세련됐고 옷도 잘 입고 예쁘고. 소녀시대에서 봤을 때 유쾌한 타입일 거란 생각은 했지만 본인조차 자기가 어떻게 할지 상상 못 하고 걱정하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이것저것 능수능란하게 잘하더라. 인터뷰도 너무 잘하고. (웃음)
▶ 인터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슬릭과 짝을 이뤄 같이한 퀘스트에서 효연이 슬릭에게 편견을 가졌던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 말을 했던 효연 씨가 너무 진심이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꼭 그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카메라가 있건 없건 간에. 슬릭 씨와 짝이 맺어지고 연습 시작하기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에 너무너무너무 걱정을 많이 했다. 슬릭의 무대는 (첫 번째 퀘스트) 한 번밖에 못 본 거니까. 그동안의 무대를 본다고 해도 조금 어두운 색채의 힙합곡이 주류였으니, 어떤 노래로 할지 감도 못 잡겠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감정이 너무 컸던 거다. 본인도 아마 우리(제작진)에게 얘기했던 것 이상으로 속으로는 더 많이 불안했나 보다.
근데 같이하다 보니 점점 나아졌다. 중간에 해 보다가 안 되면 아예 이 송 캠프 무대를 하지 않겠다며 포기할 생각도 할 만큼 걱정했는데, 슬릭 씨와 함께하다 보니까 그런 생각을 한 게 미안했던 거다. 이렇게 열려 있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고 준비가 돼 있는데 본인만 덜컥 겁먹었던 것 같아서 그게 너무너무 미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방송에서 그 얘길 한 것 같다.
▶ '굿걸'은 출연진이 퀘스트에 성공할 때마다 방송사에서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플렉스 머니'가 존재해서 제작비가 더 들지는 않았나 궁금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플렉스 머니를 더 과감하게 드리고 싶었다. 회차도 더 많이 해서 드리고, 그 기회를 다양하게 돌려주고 싶었다. 처음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는 더 큰 금액을 잡아놨다. 실제로 쇼에 필요한 제작비 규모를 결정하다 보니, 너무 과감한 제작비를 쓰는 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그만큼은 못 쓰게 됐다. 무대를 하고 출연료 받는 것 외에 보너스 같은 느낌이 드니까, 프로그램 끝나면 다들 좀 더 신나지 않을까 해서 더 많은 금액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
보너스 퀘스트라는 형태로 리얼리티 촬영을 하면서 더 많이 (상금을) 주고 싶었다. 이 친구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좀 보여드리고. 여자들이 많이 모인 프로그램이니까, 무대만큼이나 이 친구들의 평소 모습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리얼리티 요소를 사실 더 넣고 싶었다. 워낙 무대 준비 과정 자체가 빡빡하고 촬영 일정도 타이트해서 보너스 퀘스트를 할 순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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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이미지 원본보기엠넷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를 연출한 최효진 PD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처음에는 'GG' 두 글자만 공개됐다. 엠넷에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힌트였다. 나중에야 밝혀진 GG의 의미는 '굿걸'(GOOD GIRL)이었다. 정식 제목은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다. 소녀시대 효연, 치타, 에일리, 제이미, 슬릭, 장예은, 윤훼이, 카드 전지우, 퀸 와사비, 이영지까지 R&B 힙합 여성 뮤지션 10명이 모여 팀을 이루고 퀘스트를 거치면서 플렉스 머니를 따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굿걸'이라는 제목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음악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뚜렷한 본인의 개성을 자랑하는 출연진을 '굿걸'이라는 말로 좁혀서 보는 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굿걸' 종영 일주일 후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에서 만난 최효진 PD에게 가장 먼저 제목의 탄생 배경을 질문했다.
최 PD는 "일단 반어법이 있었다. 굿(GOOD)하지 않은 친구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라는 답을 내놨다. '굿' 혹은 '배드'(BAD)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가둘 수 없는, 출연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제목이었다고.
다음은 일문일답.
▶ 프로그램명이 '굿걸'인 이유가 궁금하다.
아 제목~ 일단 반어법이 있었다. 섭외할 때도 안 착한, '굿'(GOOD)하지 않은 친구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어차피 착하거나 안 착하거나 이런 걸 사람의 일면만 보고 알 수는 없으니까. 방송에 보이는 어떤 사람의 모습은 단편적이고 일부분일 수 있지 않나. TV나 매체를 통해 대중이 판단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다(전부)가 아니니, 굿이든 배드든 이런 말로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굿'하다는 표현 안에, 이 친구들의 아티스트적인 모습, 복잡다단한 성장 과정을 다양하게 그리고 싶었다.
▶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굿걸'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건가. 섭외 과정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출연진) 대부분을 만날 때까지도 '굿걸'이란 제목이 없었다. '방송국을 털어라' 이 정도의 제목만 있었다. 출연자들을 만날 때도 미팅한다고 섭외로 직결되는 건 아니고, 밸런스를 봤다. 섭외할 땐 '플렉스'(FLEX, 본인의 능력이나 부를 과시하는 것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특히 금전적인 면을 자랑할 때 쓰인다) 하는 프로그램이라고만 했다. 프로그램 포맷도 자세히는 얘기하지 않았다. 여러분이 와서 방송사와 대결하는 프로그램인데, 방송사가 제시하는 퀘스트를 해내면 플렉스 머니를 받는다고. 어떤 퀘스트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반신반의하더라. '어떤 포맷이지?', '뭘 하는 프로지?' 하면서. 일단 다들 무대나 쇼로 자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고,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방송사 돈을 터는 콘셉트라는 정도는 알았다. '굿걸'은 나중에 지어졌는데, 뒤늦게 제목을 안 친구들은 '근데 왜 우리가 굿걸이에요? 우리가 굿걸인가?'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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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시작해 7월 2일 종영한 엠넷 경연 프로그램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 여성 힙합 R&B 뮤지션 10명이 나와 한 팀을 이루고 방송사가 준 퀘스트를 하나씩 해내는 과정을 담았다. 슬릭, 이영지, 윤훼이, 퀸 와사비, CLC 장예은, 제이미, 효연, 치타, 에일리, 카드 전지우가 출연했다. (사진=엠넷 제공)▶ 그동안 엠넷에서는 힙합 장르 오디션을 자주 해서, '굿걸'도 당연히 힙합 아티스트만 참여하는 건 줄 알았다. 효연, 치타, 에일리, 제이미, 슬릭, 장예은, 윤훼이, 카드 전지우, 퀸 와사비, 이영지 등 각자 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더라. 10명이나 되는 여성 뮤지션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사실 완전히 처음부터 의도한 건 솔직히 아니다. 제가 '쇼미더머니'를 하면서 힙합씬을 오래 봐 왔고, 힙합씬 안에 여성 래퍼나 여성 뮤지션 풀이 넓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쇼미더머니'에서도 보듯이 씬 자체가 남자 뮤지션들 비중이 높지 않나. 그러다 보니 여자 뮤지션들을 주목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힙합씬이나 홍대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 '여자들 나오는 프로그램 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종종 나왔다. 저도 (출연진으로) 여자들만 있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완전히 언더 힙합씬 친구들로만 꾸려볼까 했다. 그렇게 언더만 나온다는 게 굉장히 모험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신선하지 않나. 그렇게도 생각했었는데, 제가 조사를 꼼꼼하게 하다 보니 정말로 별로 없는 거다. 여자들이, 언더에! (웃음) 여자 뮤지션들이 많지 않아서 장르를 래퍼로만 국한하면 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돌이나 네임드(잘 알려진) 래퍼도 해야 하나 싶었다. 확장해서 리스트업을 했다.
일단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은 만났다. 여자 뮤지션들은 생각보다 교류가 너무 없었다. 언더라고 치면 씬이 작으니까 다들 알 것 같지만, 서로 모르더라. 레이블로 엮이거나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게 아니라면. 오히려 여자 뮤지션들이 자기들끼리 작업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저희한테 밝히더라. 그런 기회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그럼 우리도 (이 프로그램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씬이 다양해지면 더 모르지 않나. 거기다 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뮤지션으로 걸어온 길이 달랐다. 그런 친구들이 더 다양하게 뭉치면 이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약간 상상이 안 되는 거다. 이들이 다 모였을 때 친해지긴 할까 궁금했다. 어떻게 서로 가까워질지, 어떤 무대가 나올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만나는 사람들 폭을) 차츰 벌려나갔다.
▶ '굿걸'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 뮤지션들도 있다. SNS상에서 화제였으나 본격적인 방송 출연은 처음이었던 퀸 와사비는 등장했을 때부터 시선을 끌었고 첫 번째 퀘스트 무대에서도 확실히 '파장'을 일으켰다.
퀸 와사비라는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 제작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저 친구를 왜요?' 하면서. 재미있겠다는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반발도 있었다. 제가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어도 결국은 팀원들이랑 만드는 거니까 설득해야 섭외할 수 있었다. 만나자고 할 때도 '굳이?', '한다고 하면 어떡해요?' 이러더라. (웃음) 와사비 씨는 매체에서 자주 노출되지 않았으니까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근데 만나는 것도 팀 안에서 저어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제작진을) 긴 시간 설득해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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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퀸 와사비, 카드 전지우, 제이미, 치타, 소녀시대 효연 (사진='굿걸' 공식 홈페이지)와사비 씨 음악은 들었고 SNS는 봤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인지는 어느 정도 알았으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 자기 삶을 얘기하는데 재미있더라. 성인용품 샵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는데 저희를 만날 때도 알바하다 온 거였다. 와사비 씨는 가사를 쓰고 춤을 출 때도 자기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그 논리도) 되게 명확했다. 그게 되게 건강해 보였다. 이 친구를 (섭외) 안 할 이유는 없겠더라. 이 정직함은 대중에게 어떻게든 보일 거니까.첫 무대 할 때도 어떤 노래로 할지 와사비 씨하고 진짜 오랜 시간 고민했다. 본인도 저희한테 이거로 할까요, 저거로 할까요 다양하게 제안했다. 이 친구가 살아온 거나 본인 에고를 보여주기에 너무 정확한 공연이 딱 자기 노래인 것 같더라. 걱정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안 할 수는 없었다. 중간에 다른 노래로 준비할까 하기도 했고, 19금 아닌 걸 할까도 했는데 일단 (와사비 씨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스트레이트한 걸 가져오라고 했다. 그때 본인 노래 두 개 믹스한 걸 들고 왔다. 방송에선 (일부) 개사한 게 나갔다. 개사를 하나 안 하나 충분히 놀라셨지만. (일동 폭소)
▶ 아직 대중에게 낯선 언더그라운드 래퍼 슬릭의 경우 출연 자체가 화제가 됐고, 거기서 '엠넷의 변화'가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슬릭은 트렌디하지 않고 너무 진지할 순 있어도 꼭 하고 싶다면서 '히어 아이 고'(HERE I GO)를 첫 무대에 올렸다. 소외된 사람들을 호명하고, 무지개 깃발까지 등장한 무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방송 이후 반응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는지.
사실 깃발도 저희가 만들긴 했다. (웃음) 본인이 만들긴 힘드니까. 처음에 가사를 가져와서 아예 신곡을 만들겠다고 하더라. 무대에 맨발로 올라갔고, 가사에도 낯선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게 되게 어려울 순 있는데 (그 곡 자체가) 이 친구이니 첫 회에서 이걸 보여주는 건 너무 당연했다. 분명히 큰 파장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예 이해 못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출연진이 음악적으로 가까워지는 과정이 나오려면 처음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게 나와줘야 했다.
슬릭은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굉장히 뚜렷한 친구다. 사전 미팅했을 때도, 어떻게 해서 페미니스트가 됐고 비건이 됐는지, 어떤 기조로 사는지 말했다. 끊임없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친구였다. 자기한테 솔직하려고 되게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여서, 이 친구가 여기 나와서 나쁜 의도로 소모되지 않고 잘, 온전히 설명되고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지개 깃발도 당연히 안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소수자를 응원하려고 하는 이 친구의 마음이 워낙 솔직하고 따뜻했고, 프로그램에 임할 때 매사 너무 진심이었다. 안 해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 어떤 출연자가 '굿걸' 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는 대략적인 그림이 분명 있었을 것 같다, 제작진도. 그게 가장 상반됐던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아, 상반됐던… 상반됐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는 효연 씨. 저도 엠넷에 오래 있으면서 '엠카운트다운'도 하고 '마마'(Mnet Asian Music Awards, 엠넷 음악 시상식)도 했는데 소녀시대는 그 팀이 워낙 강하고 효연 씨도 춤이라는 되게 독보적인 파트가 있지만, 완전 프로페셔널한 래퍼로 활동한 건 아니지 않나. 효연 씨에게 섭외 제안을 하고 (수락)하기 전까지, 프로그램 진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친구가 여기 와서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아이돌 연차가 꽤 높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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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 무대를 꾸민 효연과 슬릭. 효연은 슬릭과 자신의 음악적 색이 너무 다를 거라고 예상하고 걱정했던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미안하다고 해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두 사람은 신나고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냈고 베스트 유닛으로 뽑혔다. (사진='굿걸' 캡처)물론 효연 씨 본인도 저랑 만났을 때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걱정이 많은 게 보였는데 입으로는 '할 수 있어요' 이러는 거다. (웃음) 과연 '굿걸'에서 어떻게 할지 참으로 궁금했다. 생각보다 못 어울릴 수도 있고, 언니 역할을 할 수도 있어서. 근데 처음에 너무 낯을 가렸다. (출연진 중에선) 방송을 오래 했으니까 의연하거나 유연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도 너무 떨리고, 현장에서 말 한마디 할 때도 개미 목소리일 때가 있었고 떨기도 했다. 되게 의외였다.그런데 또 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다들 잘하더라. 무래도, 노래도, 춤도. 무대에서도 너무 세련됐고 옷도 잘 입고 예쁘고. 소녀시대에서 봤을 때 유쾌한 타입일 거란 생각은 했지만 본인조차 자기가 어떻게 할지 상상 못 하고 걱정하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이것저것 능수능란하게 잘하더라. 인터뷰도 너무 잘하고. (웃음)
▶ 인터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슬릭과 짝을 이뤄 같이한 퀘스트에서 효연이 슬릭에게 편견을 가졌던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 말을 했던 효연 씨가 너무 진심이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꼭 그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카메라가 있건 없건 간에. 슬릭 씨와 짝이 맺어지고 연습 시작하기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에 너무너무너무 걱정을 많이 했다. 슬릭의 무대는 (첫 번째 퀘스트) 한 번밖에 못 본 거니까. 그동안의 무대를 본다고 해도 조금 어두운 색채의 힙합곡이 주류였으니, 어떤 노래로 할지 감도 못 잡겠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감정이 너무 컸던 거다. 본인도 아마 우리(제작진)에게 얘기했던 것 이상으로 속으로는 더 많이 불안했나 보다.
근데 같이하다 보니 점점 나아졌다. 중간에 해 보다가 안 되면 아예 이 송 캠프 무대를 하지 않겠다며 포기할 생각도 할 만큼 걱정했는데, 슬릭 씨와 함께하다 보니까 그런 생각을 한 게 미안했던 거다. 이렇게 열려 있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고 준비가 돼 있는데 본인만 덜컥 겁먹었던 것 같아서 그게 너무너무 미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방송에서 그 얘길 한 것 같다.
▶ '굿걸'은 출연진이 퀘스트에 성공할 때마다 방송사에서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플렉스 머니'가 존재해서 제작비가 더 들지는 않았나 궁금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플렉스 머니를 더 과감하게 드리고 싶었다. 회차도 더 많이 해서 드리고, 그 기회를 다양하게 돌려주고 싶었다. 처음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는 더 큰 금액을 잡아놨다. 실제로 쇼에 필요한 제작비 규모를 결정하다 보니, 너무 과감한 제작비를 쓰는 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그만큼은 못 쓰게 됐다. 무대를 하고 출연료 받는 것 외에 보너스 같은 느낌이 드니까, 프로그램 끝나면 다들 좀 더 신나지 않을까 해서 더 많은 금액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
보너스 퀘스트라는 형태로 리얼리티 촬영을 하면서 더 많이 (상금을) 주고 싶었다. 이 친구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좀 보여드리고. 여자들이 많이 모인 프로그램이니까, 무대만큼이나 이 친구들의 평소 모습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리얼리티 요소를 사실 더 넣고 싶었다. 워낙 무대 준비 과정 자체가 빡빡하고 촬영 일정도 타이트해서 보너스 퀘스트를 할 순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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