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서 내가 원하는 반응만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이 글은 작중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부분이 큰 리뷰이고, 인물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얘가 까이는 이유에 대해선 나도 잘 알고 있으니 너무 심한 불호표현만 자제 부탁할게!
내가 욱이를 품게 된 이유는 뭐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태후에 의해 '솔개가 병아리 채 가듯' 의지할 이 없는 황궁으로 끌려와 홀로 외로움과 설움을 감당해낸 욱이의 어린시절이 너무나 가슴 깊이 와닿았기 때문인 것 같아. 다섯 살 어린나이에 조실부모했지만 그래도 시영이네 집에서 활달하고 개구진 막내로 사랑받으며 살던 욱이가, 하루아침에 넓지만 차가운 옥좌에 앉게 된 시기가 고작 열 살...한참 애기인데ㅠㅠ
어렸을 때부터 욱은 시영이 퇴궐을 할 때면 휑한 휘명전에 홀로 남는 것이 싫어서 중문 밖까지 따라 나오고,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곤 했었다. 크면서는 좀 덜한 듯싶던 그 버릇이 예 부인을 허망하게 잃은 이후엔 한층 더 심해져서, 시영도 욱을 두고 궐을 나올 때면 마치 어린 동생을 버리고 오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고 서글플 때가 많았다.
읽으면서 정말 가슴 아팠던 부분이야. 자기가 바보로 크면 허수아비 황제로 만들고, 똑똑하게 크면 죽이려는 사람들 틈에서 열 두어살 꼬맹이가 덩그러니 옥좌에 앉아 홀로 외로움과 두려움을 견디는 모습이 상상되어 너무 안타까웠어...그나마 열세 살 때는 어릴적 소꿉친구이자 정혼자였던 서린이(예 부인)가 자운당부인이라는 낮은 위치로나마 겨우 궁에 들어서 서로를 위로하며 지낼 수 있었지만...그마저도 욱이 나이 열일곱 때 황후가 보낸 탕약을 마시고 한나절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다가 숨을 거뒀고, 추정으로는 회임을 했었을 거라니 너무나 이른 나이에 처자식을 잃는 슬품을 겪었잖아ㅠㅠ
사랑하는 소녀를 잃은 소년은 비통함에 피눈물을 쏟았고, 그 분노는 가슴 깊은 곳에 칼을 맞은 자리처럼 깊은 상처로 남아서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ㅠㅠ
이 부분 침대에 누워서 읽다가 그대로 울어버렸어ㅠㅠㅠㅠ
우화원에 볼모(허연)를 들였다는 것도 가물가물하던 욱이가 허연을 두 번째로 마주치게 된 데에도 욱이의 아픈 과거가 관련이 있어. 예 부인의 두 번째 기일 근처라 울적해하던 욱이가, 태후가 아끼던 수중지왕(잉어ㅋ)의 일로 허연이 끌려갔단 소식을 듣고 죄 없이 죽임 당한 예 씨를 떠올리며 태후전으로 쳐들어가서...허연에게 반해버렸네?ㅋㅋㅋ
패전지장으로 적국에 끌려와 죄책감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뿐인 하루하루를 보내던 허연은 이 만남에서
허연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이 이제 겨우 열아홉 남짓에, 월국이라는 큰 나라의 황제로 이렇게 호화로운 황궁에서 자란 아이의 눈빛이 어찌 이렇게까지 어둡고 서글퍼 보이는가? 허연이 욱에게서 느낀 최초의 감정은 그런 의구심과 호기심이었다.
하고 바로 욱이에게 배어있는 아픔을 읽어버려.
욱이가 단순히 황음무도한 망나니 황제이기만 했다면 아마 평생을 가도 패전국의 장수이며 나이차이도 한 바퀴나 나는 허연과 이어질 일은 없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해. 소년시절부터 겪은 비극과 바로 몇 년 뒤의 삶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체념, 슬픔을 열아홉 황제 욱이에게서 보았기에 허연이 관심을 갖고 마음의 벽을 낮출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우리 욱이...(긍정적으로 볼 때)다양한 매력이 있는 인물인 만큼, 나도 가끔 아 저눔시키 등짝 한 대만 때려줬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솔직히 많지만ㅋㅋㅋㅋ아오 진짜 많아ㅋㅋㅋ 후......하여간! 때릴 때 때리더라도 내새끼 내 품에 안은 채로 때려주고 싶은 기분이야. 마치 어린시절 가난해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자식/손자가 나이 먹어서도 내 아픈 손가락이 된 것 같은 느낌. 나 자식도 없고 손자도 없는데 아무튼 그런 느낌.
오랜만에 우화원귀인 재탕하는 중인데 앞부분을 다시 읽다보니 내가 왜 욱이를 품고, 가끔은 욱맘을 자처하는지 알게된 느낌이라 횡설수설 리뷰 써봤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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