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케
(モノノ怪)
2007년 作
총 12화 완결
야심한 겨울 밤이면 생각나는 애니메이션.
어디까지나 호러물이긴 하므로 여름 밤에 봐도 무방.
출생도 본명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남자 '약장수'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한 맺힌 원령들을 퇴마하는 미스테리/호러물.
모노노케의 가장 큰 특징은 개성넘치는 작화.
일본 전통 미술인 우키요에(浮世絵)를 떠올리는 채색법과
전통 공예지에 그린 것 같은 질감.
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쭉 작붕 하나 없는 고퀄을 유지해.
(고생했을 작화팀들 부둥부둥)
특히 내가 주목했던 건 위 움짤 4개에서 표현 된 "꽃"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예쁜 꽃으로 표현했고
새하얀 눈도 꽃으로(눈의 결정체가 원래 꽃모양이긴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꽃으로
심지어는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도 꽃으로 표현했어.
또 중요한 것 하나.
마법소년물이라는 거!
평소엔 혈색 하나 없이 창백한 피부의 가녀린 약장수 오빠가
변신만 하면 늠름한 체구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상남자로 바뀐다.
저 모습으로 원령들을 퇴마하는데
그때 영상미가 아주 화려해.
화려한만큼 퇴마씬은 항상 짧고 굵다!
『모노노케』는 주요 에피소드 5개로 이루어져있으며
총 12화 완결.
사실 모노노케가 제작되기 이전에 약장수 오빠는
『괴 아야카시』라는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어.
『괴 아야카시』 9화~11화에서 다뤄지는
[바케네코] 에피소드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특유의 작화와 스토리 덕분에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나봐.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이 후 『모노노케』라는 독립적인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거.
그럼 모노노케에서 다뤄지는 주요 에피소드 5개를 간단하게 소개할게.
첫번째 에피소드 《좌부동자 편》
(1화~2화)
좌부동자(座敷童子)란?
-오래된 집의 툇마루에 출몰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정령.
큰 해는 없으나, 이상한 소리를 내서 사람을 자게 내버려두지 않는 등의 소소한 장난을 친다.
음산한 분위기의 여관에서 안주인과 그의 하인
그리고 이름난 가문의 아이를 밴 여자와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
마지막으로 수수께끼의 약장수가 펼치는 기묘한 하룻밤의 이야기.
감독의 말에 의하면 당시 아내가 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무섭다기보단 눈물 흘리게 하는 에피소드.
특히 결말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모노노케 엔딩곡은
전 편 통틀어 가장 적합한 상황에서 쓰였으며
곡을 가장 깊게 음미할 수 있어.
애초에 좌부동자라는 정령 자체가 악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모노노케 에피소드들 중 시청자 눈물 뽑아내는 담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님.
두번째 에피소드 《우미보즈 편》
(3화~5화)
우미보즈(海坊主)란?
-바다에 존재한다고 일컬어지는 괴물.
거인의 체구에 머리가 벗겨져있고 배를 뒤집거나 삼켜버린다.
에도로 향하는 배가 마의 해역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배를 이 곳으로 향하게 한 범인을 찾던 배에 탄 손님들은
온갖 괴이를 경험하게 된다.
참고로 이 에피소드는 전작 『괴 아야카시』와 시간축이 공식적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편이다.
전작으로부터 약 5년 후라는 듯.
3화 분량의 에피소드인만큼 등장인물도 꽤 많아.
『괴 아야카시』에 등장했던 여자 '카요'가 재등장.
모노노케가 각 에피소드마다 작은 반전들이 숨겨져있는데
내가 가장 놀랬던 반전이 이 에피소드였어.
그리고 여운이 가장 오래 가더라..
이 반전이란게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으므로 이 점은 주의.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무라이'의 마지막 대사가
모노노케 2부를 암시한다 느껴서 설렜는데
여지껏 모노노케 2부 소식은 없다고 한다...ㅎㅎ
세번째 에피소드 《놋페라보 편》
(6화~7화)
놋페라보(のっぺらぼう)란?
-눈,코,귀가 없고 머리만 계란처럼 생긴 요괴.
단지 사람을 놀라게 할 뿐인 요괴로
누군가가 말을 걸면 갑자기 돌아보며 밋밋한 얼굴을 보여서
사람을 놀라게 만든다고 한다.
한국의 달걀귀신과 동일.
자신의 남편과 시댁 일가를 참살한 오쵸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모노노케의 이야기.
영상 효과가 유독 예뻤던 편.
특히 놋페라보가 자기 얼굴을 여러가지로 바꾸는 씬이 압권.
일본이나 한국이나 시월드는 똑같구나..라는 걸 알았지.
네번째 에피소드 《누에 편》
(8화~9화)
누에(鵺)란?
-헤이안 시대 말기에 천황이 사는 궁전을 습격했다고 알려진 괴물.
머리는 원숭이, 꼬리는 뱀, 손발은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향도의 명문가 루리히메의 데릴사위가 되기 위해서
그녀의 저택에 모인 3명의 남자들.
그들은 향도의 실력으로 루리히메의 남편이 될 권리를 얻기 위해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도 정체불명의 약장수가 나타나게 된다.
이 편은 특이하게 초반부터 흑백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후반부 가서야 색깔들이 살아나는데
거기엔 다 이유가 있고 그게 반전임.
모노노케 전 에피소드 통틀어서 가장 호러물다웠던 편.
흑백이라서 더 으시시했던 걸수도 있지만
내용 부터가 굉장히 으시시하고 싸-하거든.
누에의 모습도 흉칙하고.
하지만 약장수 오빠가 퇴마하는 장면이 꽤 길게~ 화려하게 나와서 아주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마지막 에피소드 《바케네코 편》
(10화~12화)
바케네코(化猫)란?
-17세기 후반에 나베시마(鍋島) 가문을 습격한 고양이 요괴.
나베시마 미쓰시게(鍋島光茂)가 바둑에서 진 앙갚음으로
류조지 마타이치로(龍造寺又一郞)라는 젊은이를 죽이자
그가 귀여워했던 고양이가 바케네코로 변해서
나베시마 가문에 복수했다고 한다.
이전 에피소드들과 달리 갑자기 시대를 건너뛰어
다이쇼 시대로 온다.
일본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날
시승식을 위해 지하철에 탄 여섯 명의 사람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첫 번째 칸에 고립되고 만다.
그리고 거기에도 어김 없이 나타난 약장수는
이것이 모노노케의 짓이며
손님들은 모노노케와 직접 연관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라 선고한다.
『괴 아야카시』에서도 [바케네코] 에피소드를 다룬 적 있지.
그때 에피소드랑은 스토리가 다르지만
어쨌든 모노노케라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게 해 준 [바케네코]였기에
모노노케의 마지막 에피소드도 [바케네코]를 택하지 않았나 싶어.
제작진들한테는 그만큼 의미가 있는 원령이니..
배경이 되는 시대가 갑자기 근대로 바꼈기 때문에
꽤 현대적인 복장이 등장해.
그러나 약장수 오빠 옷차림은 그대로..
누에 편처럼 분위기가 으시시한 건 아니지만
반전이 점점 드러날수록
캐릭터들의 표정이 괴랄하게 변하기 때문에
좀 무서울 수 있어.
바케네코가 정체를 드러내면서 웃는 모습은 대놓고 괴기함.
이미 너무 유명한 애니지만
혹시나 아직 안 본 톨들 있을까봐 영업글 옮겨왔어!
대강의 줄거리는 엔하위키미러에서 참고했고
각 에피소드의 원령들 소개는 네이버지식백과 참고했음.
원령 퇴마가 주제지만
생각보다 퇴마하는 과정이 스릴있고 박진감 넘치지는 않아ㅋㅋ
그런 거 기대하는 톨이라면 실망할수도..
왜색 짙은 거 싫어하는 톨 역시 불호겠지..
그래도 작밀레~작밀레~하는 작화
끝내주는 OST
섬세한 연출들 덕분에
눈과 귀는 확실히 즐거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