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책을 너무 안 읽었네.
도서관 대출 목록을 오래간만에 봤더니 바로 내용이 떠오르는 책도 있지만 아닌 것도 너무 많아서
이제 앞으로 간략하게라도 독서 노트를 쓸까해 ㅋㅋㅋㅋ
앞서 말했듯이 작가 및 작품, 시류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해서 주의 !!
톨들은 올해 읽은 책 중 어떤 책이 재미있었니?
생강 - 고문기술자의 가족 이야기. 사랑했던 것들의 변질을 보는 것은 언제나 슬프다. 사실은 빛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것들조차 빛나던 시대 위로 먼지가 쌓여가는 모습. 맞아, 그래서 내가 천운영을 좋아했지.
첨벙 - 단편집.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고,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싫어하는 지류가 생겼다. 후장사실주의라니. 삶은 조금쯤 항상 중독되어 있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만큼 가까이 - 마음이 아프다. 죽음의 기록은 언제나 참혹하지만 어린 죽음의 기록이라면 더더욱 심장을 꿰뚫고, 그것이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내 삶 전체를 관통할 것이다.
시선으로부터 - 유쾌한 소설. 정세랑의 소설은 단편집보다 장편이 좋다. 하와이에 가고 싶어지고, 내가 죽은 날 뒤를 떠올려본다. 알싸하면서도 조금은 신나는 죽음이었으면 좋겠다.
나를 보내지 마 - 이시구로 가즈오를 좋아하게 된 소설. 쓸쓸한 아름다움이 가슴을 할퀸다. 삶의 끝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랑을 했다면, 그 삶은 외롭지만 슬프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행운 - 김애란이 싫어졌다. 너~~~~~~~~~~~무 싫어. 다른 소설을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지나친 사실성이 나를 무너뜨린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전쟁은 누구보다도 약자를 먼저 피폐하게 한다. 여자와 아이들. 몸은 아무렇지 않아도 고통스럽게 상처 받은 마음은 아주 오래 남는다. 상흔처럼.
밀크맨 - 정신없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나는 사실 그 메세지를 잘 이해할 수는 없겠다. 기대 많이 했었는데.
지구에서 한아뿐 -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나도 외계인이나 만나고 싶다. 사랑에 관한 웰 메이드 소설 두번째.(첫번째는 라이온 하트-온다리쿠)
쌍두의 악마 - 아리스가와 아리스 소설은 약간 다 이런 느낌이다. 추리소설이 다 그렇지 뭐. 재미있다. 그런데 기억에 훅 남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제발 차례로 죽어나갈 때에는 다 같이 거실에 좀 있으면 안 되겠니? 자기 방으로 제발 들어가지 말아줘.
13가지 죽음: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 자연사든, 사고사든, 피살이든, 어떤 죽음에나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그 무게를 담담하게 말해서 오히려 더 살고싶어졌다.
잠자는 인형 - 확실히 영미 추리랑 일본 추리랑은 결이 너무 다르다. 영미 추리는 호방한 느낌이지. 둘 다 다른 느낌으로 좋아하는데, 이 책은 또 예전 사건에서 살아남은 자의, 범인에게 이기고 싶어하는 강한 의지가 보여 좋았다.
당신의 신 - 김숨은 단편이 좋다. 아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다. 바느질하는 여인도 좋았는데, 국수는 더 좋았고, 당신의 신도 좋았다.
요리코를 위해 - 모성과 부성의 극명한 대조. 이걸 근데 사랑이라고 볼 수 있나? 음습하고 기괴하다. 일본 추리소설을 읽고나면 재미있지만 가벼운 불쾌감이 든다.
소년 이로 - 편혜영도 단편이 좋다. 근데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당신의 신과 좀 헷갈리는 부분도 있다. 편혜영, 천운영, 김숨,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작품의 느낌들이 가지는 고유성이 있다.
민담의 심리학적 해석 : 하나의 서론 - 민담을 많이 알게 돼서 좋았고, 민담 서사가 가지는 기본적 구조를 알게 돼서 좋았다. 뇌가 채워지는 기분. 가끔은 이런 공부도 해줘야한다.
무가 저택의 살인 - 도대체 일본 애들은 왜케 음습한 글을 쓰는지 모르겠고, 나는 또 왜케 영미 소설보다 일본 소설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변태라 그런가? 암튼 재밌다.
바다의 뚜껑 - 오랜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좋다, 좋지. 제주도에 가서 빙수를 먹으며 바다를 보고 싶어졌다. 여름 휴가에 잘 어울리는 책.
보기왕이 온다 - 가정폭력 금지. 어린 아이들에게 집은 세상 어느 곳보다도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알아듣겠니?
변명 - 내가 아테네의 시민이었어도 저렇게 얄밉게 말하는 사람은 싫었을 것 같다. 특히 꼰대들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끝까지 꺾이지 않는 신념을 배워야 한다. 산파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준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 중국인들도 깨어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화 혁명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바꾸고 죽였다. 사람이든, 신념이든.
로마인 이야기 - 로마제국의 위대함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수도교 건설은 정말 멋있다. 동시에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 작가는 대체 뭐지? 물음표 백 개.
밀레니엄 시리즈(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이 시리즈로 취급하지 않는다. 리스베트 짱.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그러나 또 동시에 얼마나 강인한가. 그런데 무엇보다도 아무튼 재밌다.
기사단장 죽이기 - 중고등학교 때 한창 좋아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어쨌거나 이 작가의 특징은 재밌다. 마찬가지로, 재미있고, 읽고나면 텅 빈 기분을 느낀다. 읽는 순간 무언가가 내 안에 들어왔다가 읽고 나면 다시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죽은 자로 하여금 - 가끔 화장터 냄새가 기억난다. 그 눈물이 기억나고,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매캐한데. 이 책을 읽었을 때 그 냄새들이 조금 떠올랐다.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 - 폭력의 묘사가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불쾌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왜 항상 약자는 성적인 폭력을 당하지? 그 외에 다른 불행의 서사는 아예 상기하지 않는 게으름인가? 그러나 재미가 없는 건 아니어서 이 작가 다른 작품은 보류.
많이 읽었는데?! 난 항상 읽다가 그만두고 그래서 ㅠㅠ
13가지 죽음이나 죽은 자로 하여금 궁금하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도 재밌어보이고ㅠㅠ!
토리덕분에 나도 읽고싶은 책 골라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