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성은 미모의 대가를 치른다.
여성에게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이란 언제나 더 마르고, 더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는 대가가 따른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고는 우리가 더 아름다운 버전의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마스카라를 써야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올바른 주름 방지크림만이 시간을 멈출 수 있고 5킬로그램을 감량해야 연애가 달라진다고 한다.
기업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외모 강박을 부추긴다. 그들은 우리가 계속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또한 자신들의 제품이 이상적인 미에 가까워지도록 도와준다는 믿음을 줘야 매출이 오른다.
미국의 기업은 전 세계여성의 외모 강박에 상당 부분을 기여했다. 마케팅 담당자들과 연예산업이 매우 서구화된 백인의 아름다움을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한 것이다. 2020년까지 230역 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는 화이트닝 크림부터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흔한 성형수술인 쌍거풀 수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여성은 미국에 제시하는 이상적인 미를 모방하기 위해 꽤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 책을 위해 조사작업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외모 강박에 대해서도 알아 보고 싶었다. 나는 SNS를 통해 이런 의향을 전했고 제이미(Jamie)를 알게 됐다. 그녀는 미국와 한국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외모 강박에 대해 특별하고도 흥미로운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원생이었던 부모 덕분에 앨라배마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시절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후 그녀는 미국의 대학교에 진학했고 그래픽디자인 대학원을 마치기 위해 미국에 머물렀다. 나는 재이미가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삿짐을 꾸리는 동안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재이미는 한국에 있는 동안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미국인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그녀가 고른 가명조차 이런 ‘어중간함’을 반영하고 있었다. 재이미라는 이름은 미국인들이 엉망으로 발음하는 그녀의 한국이름 대신 부르기 쉽게 지은 이름이었다. 재이미는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했고 전혀 다른 두 문화에서 비롯된 문화 강박에 사로 잡혔다.
재이미는 여동생이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녀의 할머니는 재이미 여동생의 외모를 심각하게 걱정하며 “예쁘지 않은 아기”라고 불렀다. 친척들은 재이미와 여동생을 비교했다. 그들은 재이미를 예쁘다고 했다. 그들이 보기에 재이미는 ‘반 미국인’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부모는 모두 한국인이다. 당시 어린 재이미는 칭찬을 받으면서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나는 재이미가 혼혈처럼 보여서 예쁘다고 했던 친척들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들은 어떤 부분을 보고 그렇게 말했나요?”
재이미는 이런 평가가 어디서 나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마 제 눈 때문이었을 거예요. 아시아적인 눈이긴 하지만 크고 쌍꺼풀이 있죠. 쌍꺼풀은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요.”
많은 동아시아사람이 쌍꺼풀을 동경한다. 일시적으로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눈꺼풀 위에 붙이는 테이프까지 있다. 대부분은 영구적인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성형외과로 향한다.
“당신은 수술을 받지 않았죠?” 나느 재이미에게 물았다.
“네, 수슬을 받지 않았어요. 이런 쌍꺼풀을 타고났으니 수백달러를 번 셈이라고 친구들과 농담하곤 하죠.” 재이미는 웃었다.
나는 재이미에게 할머니가 그녀와 여동생의 외모를 그토록 걱정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재이미의 관점에서 그런 걱정은 본질적으로 성차별이었다.
“할머니는 옛날 분이세요. 남아선호사상을 가졌죠. 그래서 아들을 낳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할머니는 제가 아들이 아니란 걸 아시고는 매우 화가 나셨데요. 그 이후로는 줄곧 제 결혼에 대해 걱정하셨어요.”
“어떤 남자와 결혼할건지 걱정하셨다는 건가요?”
“네, 그리고 할머니는 남자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저와 여동생의 외모를 진심으로 걱정하셨어요.”
재이미는 이런 이야기를 사무적으로 했다. 그녀의 세계에서는 여성의 가치가 어떤 남편을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리고 특정한 외모를 갖추는 것이 최고의 남편을 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도 흔히 듣는다고 했다. 이는 여성이 외모에 돈을 쏟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틀이 된다. 좋은 남성과의 결혼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느껴질 때 그리고 미모가 남성을 만날 수 있는 기준일 때 아름다움에 쏟는 당연한 투자로 여겨진다.
재이미는 한국에서 “여자가 남자를 지갑으로 취급하고 남자가 여자를 장식픔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가끔 여남간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했다.
즉 많은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많은 남성이 마음대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평가하고 이야기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제이미의 친구인 남성들은 심지어 그녀 앞에서 여성의 외모 평가를 거리낌 없이 했다고 한다. “저는 친구 중에 남자가 많아요. 그리고 이 친구들은 소개팅한 여자들의 자신을 함께 보면서 외모에 점수를 매겨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아, 정말 이렇게 못생긴 여자한테는 디저트나 커피도 사주고 싶지 않아. 그럴 가치도 없어.” 그녀는 말했다.
재이미는 이런 여남 간의 차이를 더 큰 문화적 현상으로 보았다.
“한국에서는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요.” 그녀는 설명했다.
“무슨 경쟁이요?” 나는 물었다.
“모든 면에서요.” 재이미는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위해 나에게 몸을 굽히며 말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작은 나라예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정을 다 알고 싶어 하고, 누구의 아들이, 딸이 어떤 대학교에 갔는지 알고 싶어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계속 시험을 보거든요. 한국의 대학 간에는 서열이 엄격해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다 서울대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외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자신이 가장 아름다워지길 원하죠.”
재이미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성형수술 때문이라고 했다. 성형수술이 보편화되기 전에 아름다움은 그저 타고나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얼굴을 고쳐서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성형수술을 받는 것 같아요.”
그녀는 말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은 성형수술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재이미가 한국에 있을 때는 어디를 가든 성형외과 광고가 있었다.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만날 것도 바로 그런 광고다. 버스와 버스 정류장, 길거리 광고판 등 눈을 돌리면 곳곳에서 성형외과 광고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광고에는 대부분 성형수술 전후 비교 사진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여성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가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재이미는 그 숫자에 속하지 않는다. 아직은 말이다.
재이미는 성형수술을 대하는 한국 사람들의 태도가 상당히 바뀌었다고 한다. 그녀가 어렸을 때에는 어떤 여자가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왜 그랬대? 자기 모습에 불만이 많았대?”라며 소곤댔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여성들은 자신이 받은 성형수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요즘 여성들은 자신이 받은 성형수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재이미는 미국 대학에 진학하면서 60명 가까이 되는 한국 유학생 모임에 나가게 됐다. 그중 쌍꺼풀 수술을 받지 않은 여성은 재이미를 포함해 겨우 네 명이었다. 요즘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수술을 받기 때문에 수술비고 점점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약 1,000 달러 정도면 쌍꺼풀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여성에게 1,000 달러는 여전히 큰돈이다.
이미 알고 있듯 재이미는 선천적으로 쌍꺼풀이 있다. 나는 그녀가 만약 쌍꺼풀 없이 태어났다면 수술을 고려했겠냐고 물었다. 재이미는 약간 망설였다. 그러더니 그녀는 “제가 고려하고 있는 성형수술은 얼굴보다는 몸에 관련된 거예요. 제 몸매가 만족스럽지 않거든요. 저는 지방 흡입술을 받고 싶어요. 어쩌면 가슴확대수술도요.”라고 말했다.
“더 큰 가슴을 갖고 싶은 건가요?” 나는 물었다.
“네, 더 큰 가슴이요.” 그녀는 말했다.
그러더니 가슴 확대 수술은 그저 시작점이 되리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제 말은, 계속 수술을 고민할 거라는거죠. 저는 제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저는 상체에 비해서 허벅지가 너무 두껍거든요. 여름에는 절대 치마나 반바지를 입지 않아요. 제 다리가 예쁘지 않다는 걸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때론 저를 우울하게 해요. 특히나 여름에는요.”
재이미는 이 말을 하면서 슬픈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한국에서 여성의 날씬함을 강조하는 현상이 “역겹다”면서도 여전히 그 기준에 묶여있었다. 그녀는 대학시절 한동안 굶기 다이어트를 했다고 털어놨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티다가 쓰러질 것 같으면 요거트를 하나 먹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몸무게나 줄어들긴 했지만 건강이 너무 나빠졌고 결국 다이어트를 그만두었다. 그러자 다이어트를 한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듯이 줄었던 몸무게는 제자리로 돌아왔고 이제는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도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재이미는 여전히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영양학자인 어머니는 그녀에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완벽하고 건강하다고 이야기하는데도 말이다. 재이미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몸매가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야기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당황했다. “나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니?” 어머니는 물었다. 재이미는 자신을 키운 것은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케이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케이팝은 한국문화에서 아름다운 여성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가르쳐주었다.
“엄마는 그런 노래 듣지 마! 라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그런 현실에서 살면서 그 모든 걸 무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재이미는 ‘소녀시대’라는 걸그룹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녀시대는 아홉명의 여성으로 구성됐고 재이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요계 정상에 있었다. 한국여성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외모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그 걸그룹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들은 거의 똑같은 모습의 마네킹 같았다. 모두 극도로 말랐고 다리가 길었다. 내가 방문한 케이팝 웹 사이트에서는 소녀시대의 어떤 멤버가 성형 수술을 받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었다. 재이미는 스스로 진짜 만족할 수 있는 몸매를 갖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
책 읽다가 한국에 대한 부분이 있어서 가져와봤어.
외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게 아닐까 싶어.
외적으로 어떤 형태이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것을 다들 많이 가지고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