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편의점 샛별이’가 지난주 첫 방송 이후 여성 혐오와 성적 대상화 논란 등으로 줄곧 뭇매를 맞고 있다. 당초 동명의 웹툰이 드라마로 재탄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논란은 예상됐다. 여고생을 향한 “미래의 룸망주(룸살롱 유망주)”라는 말이 서슴없던 작품이었다. 성인 남성향 만화가 공중파 방송에 나온다니 적잖은 우려가 나왔는데 포장을 벗겨 보니 예상은 적중했다. 여고생과 성인 남성의 키스와 노골적인 대사, 청소년 흡연과 음주, 오피스텔 성매매, 신음소리는 고스란히 ‘15세 이상 관람가’로 전파를 탔다. 이명우 PD가 제작발표회 당시 강조한 ‘가족드라마’라는 평가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건가.
고등학생인 샛별(김유정)은 담배를 사기 위해 최대현(지창욱)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저기요, 잠시만요. 편의점에서 담배 세 갑만 사다 주시면 안 돼요? 잘생긴 오빠 그러지 말고요. 딱 한 번만요.” 담배 대신 은단을 받은 샛별은 대현에게 살짝 키스하며 “이건 나 걱정해준 값. 담배 끊으라고 해준 사람 오빠가 처음이에요. 오빠, 조심하세요. 제가 오빠 어떻게 할지 몰라요”라고 한다.
‘예쁜 여고생의 애교’는 성인 웹툰에서 지향하는 남성의 판타지를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여고생이 자발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어수룩하고 순수한 성인 남성이 뿌리치기 어렵다는 위험하고도 저급한 판타지다. 노래방에서 뛰어노는 여고생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아래에서 위를 향했다. 아이들은 ‘섹시한’ 안무를 맞춰 추며 노래를 부르는데 마치 쇼걸처럼 보인다. 가슴을 부각하며 농염한 표정을 짓고, 허리를 움직이며 몸매를 강조했다. 여성을 성적대상화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오피스텔 성매매 장면은 불필요한 설정이다. 샛별의 집에 찾아간 대현은 별안간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결박된다. 샛별의 집인 줄 착각했던 곳은 오피스텔 성매매가 이뤄지던 곳이었고 성매매 여성의 모습은 화면에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놀랍게도 이 장면은 대현이 성매매 남성으로 오해받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서 개그 소재로 사용됐다. 여고생의 자발적 성적 접근을 내세우는 드라마에서 남성의 순결함을 강조하다니.
이번 주 방송은 그나마 나았다. 두 주인공은 경찰서에서 대면했다. 대현은 샛별에게 시비를 건 중년 남성에게 “성추행범 아저씨, 우리 알바생에게 사과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로맨스의 물꼬를 텄다. 다만 페미니즘 서사가 깊숙이 녹아든 드라마 시장에서 여자 주인공을 가난하고 외로운 완벽한 약자로 그려 남자 주인공의 보호를 받도록 한 틀에 박힌 설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샛별의 미모에 감탄해 손님이 몰려든다는 상황 역시 여성혐오의 세계관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