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공격적인 반려견들을 다루며 이전과 다른 강한 훈육 방식도 보여주더라.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잘 물어보셨다. 하고 싶었던 말이다. <개는 훌륭하다>를 보는 많은 분들이 의아할 거다. 요즘 왜 반려견을 압박하지? 훈련사로서 난 스스로 계속 되묻고 내가 했던 말들을 견제한다. 돌아보니 문제가 하나 있더라.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보호자가 있다는 것. 내가 31개월 된 아들에게 제일 많이 가르치는 게 예절이다. 욕구가 있고 표현할 줄 아니 부정적 감정도 표출하고 안 좋은 행동도 할 수 있겠지? 성장 과정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잘 키우는 데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 마음껏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게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그런데 많은 보호자가 이 중 몇 가지만 취사 선택한다. 보호자는 부모인데, 삼촌이나 이모 정도가 되고 싶어 하는 거다. 예뻐해주고 좋은 역할만 하고 싶어 한다. 당시엔 개를 기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애정의 학대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잘못된 사랑으로 개를 망친다는 건가?
캔디만 준다고 좋은 보호자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고 나쁜 길로 가는 걸 방치하면 책임의 유예일 뿐이라는 거다. 내가 보호자를 그렇게 만든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 만나는 개들은 대부분 그런 애정의 학대를 당해왔다. 그런 보호자들로 인해 규칙을 지키는 걸 참지 못한 채 성견이 되어버린 거지. 많은 보호자가 내게 “우리 개가 사회성이 떨어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보면 보호자가 사회성이 없다. 자기 반려견이 누군가를 향해 짖었다면, 줄을 짧게 잡고 상대방에게 괜찮냐고 묻고 사과하는 게 먼저인데, 그냥 ‘짖튀’해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개에게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시스템을 알려주고, 보호자다운 모습을 보여야지.
요즘 개훌륭에서 욕 많이 먹던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봄 ㅇㅇ
그외에 인상적이었던 인터뷰 답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중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은 맞을까?
그렇지 않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신을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감정쓰레기통으로 키우는 거지. 정말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당신은 왜 그렇게 개를 사랑하나?
열심히 살아야 하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은 항상 긴장한다. 누구에게도 상처 받고 싶지 않고, 스스로 방어하고, 포장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은 어딘가에 가서 고개를 처박고 혼자 가만히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반려동물뿐이다. 이를테면 우리 아내는 내가 10년 째 입는 빨간 바지를 항상 내다버리라고 하는데, 우리 다올이나 바로는 그런 말 안 하거든. 하하하. 물론 아내가 날 사랑해서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알지. 하지만 개는 우리를 채점하지도 판단하지도 않는다.
지금 인터뷰 중인 보듬센터 사무실에 걸린 표어 ‘개 잘 키우는 사회 만들기’가 인상적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경험한 건데, 거리에 개가 누워 있으면 거리에 누워 있는 사람도 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개가 있으면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한국에서도 외진 곳에 개가 묶여 있다면, 그곳엔 방치된 노인, 장애인, 잠긴 문 안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분명 있다. 드러나지 않을 뿐. 장애인 비율은 세계 어디나 비슷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장애인이 안 보이지 않나? 하루에 한 명도 보지 못한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업을 하니 이번 정부가 세금을 많이 가져간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속에선 ‘이게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하. 단지 내 아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잘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약자가 받는 대우와 처한 환경이 그 나라의 지표나 다름없다. 내게는 개 잘 키우는 사회 만들기가 목표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나가는 거다.
동감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닿아 있을 것이다.
아동, 노인, 나아가면 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는 이들 말이다. 민식이법에 대한 반응도 안타깝다. 너무 당연한 건데, 한국에선 약자에 대한 보호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일인 거다. 제인 구달의 책에서 봤는데, 콩고의 고릴라를 살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원주민의 생활을 안정시켰다고 한다. 각국의 부자들이 트로피 삼아 고릴라 사냥을 하며, 콩고 원주민에게 고릴라가 있는 곳을 안내하게 했다. 그런데 원주민의 생활을 안정시켜주고 교육 환경을 제공하니, 검은 돈에 현혹되지 않게 됐다더라. 개를 잘 키우려면 사람도 잘살아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래통합당 입당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왜인가?
정치는 절대로 안 할 거다. 바보들이 모여 희희낙락하는 게 싫다. 나는 술자리에도 안 나간다. 조직 문화도 싫어해서 개와 관련된 어떤 협회나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한 업계의 입지적 인물인데, 욕심 내볼 법하지 않나?
나는 그냥 훈련사다.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바른 사람일 거라고 기대하시는데, 전혀 아니다. 완전 꼰대다. 욜로 문화도 싫다.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지. 하하하. 훈련사로 성장하며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인간 강형욱은 훈련사 강형욱보다 한참 미진하니까. 훈련이 빠진 강형욱? 그냥 가평에 사는 아저씨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개가 있으면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외진 곳에 개가 묶여 있다면, 그곳엔 방치된 노인, 장애인, 잠긴 문 안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분명 있다. "
이 부분이 뭔가 엄청 와닿네.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 견권이 낮은 나라는 인권도 낮더라.
개를 잘 키우려면 사람도 잘 살아야된다는 말도 인상적이고.
기사 전문 옮기는 건 안 된대서.. 전문이랑 화보 전체는 여기 가면 볼 수 있음. 이거 외에도 인상적인 질답이 많아
+ 찾아보니 인터뷰한 에디터가 예전에 설현, 서강준 인터뷰로 화제된 분이던데 질문도 답도 되게 좋음
https://www.smlounge.co.kr/arena/article/45318
정치는 절대로 안 할 거다. 바보들이 모여 희희낙락하는 게 싫다. 나는 술자리에도 안 나간다. 조직 문화도 싫어해서 개와 관련된 어떤 협회나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마자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