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선고, 2심 무기징역 선고로 엇갈렸던 이른바 ‘보험금 95억원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살해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대전고검은 22일 오후 대전고법 형사6부(재판장 허용석) 심리로 열린 이모(50)씨의 살인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보험금을 타려는 범행동기가 명확하다”며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 아내가 교통사고로 숨지기 3~4개월 전부터 피고인이 대출을 받아 지출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보험금 보장내용을 알고 있던 정황, 임신 중이던 피해자에게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 범행 동기와 경위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피고인이 몰던 차량이 상향등 점등, 운전대 오른쪽 꺾임 등 모습을 보였는데 짧은 시간에 우연히 이 같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경제적 상태와 비교해 너무 많은 납입금을 내는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는 대부분 피고인 서명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이 사건 피해자는 뱃속 아이까지 두 사람인 만큼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살인 동기가 없다’고 맞섰다. 이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악성 부채나 사채도 없었고, 유흥비나 도박자금 마련 필요성도 없었다”며 “부부관계에도 갈등이 없는 등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를 만한 요소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 가입은 대부분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아내를 살해하려고 했다면, 피고인 스스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교통사고를 범행 방법으로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며 “실제 피고인도 이 사고로 다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14년 8월 23일 새벽 3시쯤 캄보디아 출신 아내가 동승한 승합 차량을 몰고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휴게소 부근을 시속 70~80㎞로 지나고 있었다. 이씨가 몬 차는 고속도로 갓길에 주차된 8t 화물차를 들이받아 임신 7개월 아내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씨는 “졸음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여러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봤다. 우선 이씨 자신만 안전벨트를 했고, 차량 운전석 쪽은 거의 멀쩡했지만 아내가 앉은 조수석은 심하게 부서졌다. 부검 결과, 숨진 아내의 몸에선 수면 유도제가 검출됐다. 무엇보다 이씨가 2008년부터 아내가 사망시 95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 26개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를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이씨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 설계사들은 대부분 이씨가 운영하는 잡화점 고객들이었고, 이씨 몸에서도 아내와 같은 수면 유도제 성분이 나와 감기약을 함께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의심할 만한 정황은 많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여러 간접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이씨가 범인”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은 이씨가 사고 직전 350m를 직진 주행 했는데 졸음 운전을 했다면 그 거리만큼 직진으로 운행할 수 없고, 사고 직후 차량 바퀴가 11자 모양이어서 고의로 들이받은 것으로 봤다.
하지만 2017년 5월 30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는 상고심에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2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1심이 든 무죄 사유들과 함께 잡화점을 운영한 이씨의 월수입이 1000만원을 넘어 돈을 노렸다는 범행 동기가 선명하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3년 넘게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을 벌인 파기환송심 선고는 오는 8월 10일 오후 2시 302호 법정에서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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