떄는 바야흐로 지금 찐톨이 아기아기하던
1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
어머니는 통증같은거에 되게 둔감하셔서,
그냥 대부분을 참으시거든.
그날은 친척들끼리 모여서 감자를 캐는 날이었다지.
갑자기 아랫배에 통증이 확 몰려오는데, 생리통 정도로 넘기셨다는거야.
날짜가 아닌데....읭? 하면서.
노동으로 고통을 이기셨다고 해.
근데 그 통증이 며칠을 갔다지.....
엄마 입에서 '나 배가 아파'라는 말에 가족이 초토화됐어.
좀처럼 아프다는 얘기를 안하시는 분이라,
가족들 입장에서는 정말 아프거나 오래 앓았다는 얘기로 받아들인거지.
아빠는 당장 엄마를 모시고 응급실에 갔고,
검사결과 복막염이라더라.
맹장염이었는데 그게 터져서 오염물질들이 돌아다니다가
복막에 염증을 일으켰다지?
잘못돼서 심장까지 다다르면 큰일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가족들이 왜이렇게 무심하냐고 의사선생님께 혼났던 기억도 나.
여기서 아기토리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지 아마.
엄마는 수술 후 2주 가량 입원해계셨고,
철없던 아기토리는 유희왕 만화책을 빌려서 매일 병실로 찾아갔어.
말이 병문안이지 앉아서 만화책 읽고 심부름 하던게 전부야.....
입원이 일주일쯤 흘렀을, 그러니까 절반정도 지났을 즈음의 일이야.
어느날 병원을 갔는데 엄마가 한쪽 다리를 못 쓰시는거야.
진짜 그냥 갑자기 못 걸으셨어....
나는 큰일났다 싶어서 만화책을 구석에 박아두고 여기저기 쏘다녔어.
의사선생님께 '우리 엄마가 이상해요 ㅠㅠ' 잉잉 울면서....
검사를 추가로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거야.
근데 엄마는 너무너무 침착했어.
본인이 더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도.....
다리는 딱 삼일 후에 돌아왔어.
서서히 돌아온게 아니라,
갑자기 못쓰다가 갑자기 멀쩡해지더라.
뭔지 몰랐지만
내 유희왕 라이프는 다시 시작됐지.
엄마는 퇴원하고 쭉 건강하셨어.
그리고 한 5년 전,
그러니까 그 일이 있고 10년쯤 지나서
가족들이 모인 식사자리,
엄마가 갑자기 운을 떼시더라.
"나 옛날에 저승사자를 봤어"
??????????????????
뭐야 싶어서 얘기를 들어봤더니......
다시 고때 복막염 수술로 입원했던 그 병실.
설핏 잠에 들었는데 창가에 검은 기운이 어른거리더라는거야.
이게 꿈인지 아니면 깬건지 모른 상태에서.
유희왕을 보다 잠깐 잠든 아기토리를 흔들어 깨우려 했는데,
몸이 안 움직이더래.
검은 기운은 서서히 엄마에게 다가갔고,
형태를 갖추더니 우리가 아는 저승사자가 됐다는 거야.
얼굴은 소름끼치게 하얗고 검은 옷에 갓을 쓴.....
사자는 셋이었고, 중간에 키가 가장 큰 사자가 엄마에게 말하더래.
"당신의 수명은 여기까지다. 이제 우리와 함께 가자"
엄마가 옆에서 잠든 아기토리를 보면서
"아직 아이들도 어린데 그럴 수 없다. 나는 못간다"고 받아쳤다지.
가운데 사자가 눈짓하자 옆에 있던 두 사자가 다가와
엄마 왼쪽 다리를 잡고 당기기 시작했대.
그때부터 엄마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냥 있으면 끌려갈 것 같았다고 해.
그래서 옆에서 잠든 아기토리의 손을 꼭 잡았대.
근데 갑자기 몸에 힘이 좀 돌더니
버틸만 하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대.
그렇게 줄다리기를 하다가 불현듯 대장사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대장사자가
"의지가 대단하구나. 나도 거들어야겠다" 면서 셋이 당기기 시작했대.
엄마는 힘이 계속 빠져서 이젠 안되겠다 싶었는데,
그때 아기토리가 설핏 깨서는 두리번거리다가 엄마 손을 꼭 잡고 다시 잠들었대.
그때 엄마는 '살았다' 싶으셨대.
이제는 균형이 완전히 깨져서 아주 안전할 것 같았다는 거야.
대장사자는 "운이 아주 좋구나"라며
"덤으로 얻은 삶이니 베풀면서 살거라"라고 말했대.
검은 기운들은 나타났던 것과 반대로 창가를 통해 사라졌고,
밖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걸 느끼면서 반 기절하셨대.
점심즈음해서 간호사가 깨워서 일어났는데,
왼쪽 다리에 세 사람의 손자국이 얽혀있었고.....
다리를 못 움직이겠더라는거야.
근데 이 얘기를 함부로 하면 아기토리를 비롯해 가족들이 너무 놀랄 것 같았다면서
퇴원하고 얘기하려고 했대.
그때 참 든든했고 고마웠다면서
이제는 으른이 된 으른토리 손을 꼭 잡아주셨어.
나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지.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엄마 건강하세요!!
빠셍!
평생 할 효도 그때 다 해서 그런지
이후 내내 속만 썩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그렇고.....
고마웡 주말 잘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