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옛날 판소는 명작 많았고~ 요즘은 그런 거 없어. 유치하고 가벼워. 하는 의견 보여서 써봐...
물론 알지. 그 시절 그 명작들. 눈마새, 피마새 첫장부터 심장 떨리게 만들었고, 룬의 아이들 다시 봐도 재밌고.
그런데 문제는
1) 그 시절에도 저건 명작이었다
흔히 대여점 시절이라고 퉁치던 저 시절에도 하얀늑대들, 홍염의 성좌, 눈마새 피마새, 룬아 같은 건 소위 '명작' 이었어.
그 시절에도 저것들이 압도적으로 재밌고, 잘 쓴 작품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팬덤 이어져 온 거란 말야
대여점 시절에 주인공이 갑자기 이세계에 가서 우연히 드래곤의 힘을 얻게 되고... 어쩌구... 가슴 큰 엘프녀 노예를 만나서 (네 능력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엘프는 몸을 보여달라는 건줄 알고 옷 벗고. 주인공은 절대 의도하지 않았지만 몸매 묘사를 머리 어깨 발 무릎 발 두 페이지에 걸쳐 하는 거 한 둘이었어?
흔히 이고깽 물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어반 판타지. 무협까지 가벼운 인스턴트 소설 많았어.
2) 그 시절과 요즘은 매체가 다름
물론 저때도 웹 연재하는 경우 있었지. 하지만 결국 대부분은 "책"의 형태로 글을 읽었단 말이야. 불법으로 긁은 ㅅㅋ, ㅌㅂ 따위가 돌아다녔다곤 해도 작가도, 출판사도, 독자도 기대하는 최종 모습은 종이로 뽑은 책이야.
긴 문장도 책으로 보면 잘 읽혀. 하지만 같은 문장을 요즘 보면?
카카페 뷰어 알지. 거기에 긴 문장 넣으면 어떻게 될지 ㅋㅋㅋ 한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문단이 안 끝나. 그거 벽돌이라고 불러서 요즘은 잘 쓸 수 있어도 일부러 짧게 써...
그 외
주인공이 혼잣말 왜 이렇게 많이 해?
: 독자들이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가볍게 보는 게 목적. 대사 아니면 잘 안 읽는 경우 많음.
예를 들어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저녁이면 쌀쌀하더니.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후덥지근해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김토리는 더위에 지쳐 늘어진 채로 편의점에 들어가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과자를 골랐다. 가족들에게 연락하자 저마다 원하는 것을 말했다. 아이스크림 하나 더, 아이스 아메리카노, 비스켓도 하나. 모처럼 온 김에 담배도 사야겠다. 원하는 것을 말하자 딴청을 피우며 핸드폰을 보던 알바가 성의 없이 답했다.
"(담배 브랜드)는 지금 없어요."'
라는 지문이 있으면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정보는 '이 브랜드의 담배가 지금 없다.' 하는 것뿐이야. 가족이 있다든가, 지금 날씨가 어떻다든가, 다른 물건은 뭘 샀는지에 대해서는 머리에 안 넣는단 말야.
당연히 주인공이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사로 넣어줘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겠지. 일부러 혼잣말 하거나, 주변에 설명해주는/설명해줘야할 캐릭터 넣거나, 마스코트 넣는 거야. 필력이 ㅋㅋ 딸려서 그런 게 아니라...
제목은 왜 이렇게 유치해?
: 제목의 키워드화
여성향이야 키워드가 워낙 활성화되어서 제목이 단어거나, 멋있는 문장이어도 독자가 작품을 찾을 수 있어.
그런데 판무는 그거 없어... 작품 워낙 많으니 사람들 소개도 안 읽어... 제목만 보고 클릭해
과연 요즘 대여점시절처럼 멋있는 제목이 없을까? 아니. 분명 나오고 있을걸. 묻혀서 위로 못 올라오는 거지 ㅎ;
결론 : 시대가 달라졌고, 매체도 달라졌고, 읽는 독자층도 달라졌으니 글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 옛날 판소가 취향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요즘 판소가 옛날 것에 비해 >구리다<고 까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