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글이라고 명시해 뒀으니 불호/눈치주기 댓은 피해줬음 좋겠어
물론 최근들어서 이 드라마가 다소 뜬금없고 엉성한 전개들이 많이 나와서
(설명숙 정신 차린 거나, 박인규 사건 급 종결, 보안이란 게 없는 고산 등등)
드라마 퀄리티 자체는 초반보다 많이 떨어졌고 실망스럽기도 한데
나는 오늘 지선우 캐릭터 흥미로웠어
지선우가 이태오 위해 위증해준 것도
마지막에 둘이 잤잤하는 것도 이해됨
지선우가 도덕적으로 잘했다는 거 절대 아님, 공감이 된다는 것도 아님
하지만 지금까지 작중의 지선우라면 충분히 할법했다고 생각해
지선우가 이태오 위증해주는 건
본인 엄마가 고의 사고 (살인) 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준영이한테 그런 트라우마 생길까봐
또 이태오에게 남은 미련과 집착때문에 충분히 설득력 있었고,
(도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잘못된 행동인 거 아주 잘 알고있음)
둘이 잤잤하는 것도
이태오 뿐 아니라 지선우 역시 이태오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있다는 걸 보여왔고 (리마인드웨딩 다시 보는 거라던지)
둘이 이혼한 계기가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은 소멸하지 않은 채로 갑작스런 배신감과 상처로 이혼한 거였기 때문에, 미련과 광기가 생기는 게 너무 당연하지
또한 이태오에 대한 미련이 단순한 배우자 이태오에 대한 사랑 뿐만이 아니라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행복했던 가정에 대한 동경과 미련까지 합쳐져서
아주 복합적 감정이기 때문에 이태오에 대한 집착과 미련이 있는 게 난 너무너무 이해되고
그 모든 게 터져나온 결과가 12화 마지막 씬이 너무 맘에 들어
김희애가 12화의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던 것도
아마 내가 말하는 점들때문에 흥미롭다는 식으로 말한 거겠지
불륜의 피해자인 지선우가 절대선으로 사이다 복수 하는 걸로 그려지지 않고
인간적으로 결점이 있고 불완전하고 늘 불안하다는 점이 맘에들어
또 가해자였던 여다경이 지선우와 같은 처지가 됐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고.
엄마로서의 지선우가 그려지는 방식 역시 맘에 들어
사실 지금까지 드라마 속에서 능력있는 엄마들은
능력, 인품은 물론 엄마로서도 완벽한 슈퍼맘이거나
일과 사회생활에 집중하느라 아주 나쁜 엄마거나 둘 중 하나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거든.
근데 지선우는 정말 현실적인 엄마 같음.
아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크지만
사실은 그 마음이 너무 커서 아들에겐 옥죄는 걸로 느껴지기도 하고
지선우는 엄청나게 노력할지라도 그맘때의 아이 키우는 거 지선우한테도 처음이라
저러면 안 되지, 싶은 행동 많이 하는 것도 너무 당연해.
지선우 캐릭터 정말 흥미롭고 맘에드는 데는
말할 것도 없이, 김희애의 연기가 대본에 표현된 것 이상으로
지선우 캐릭터를 밀도 깊게 만들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고.
tmi지만 난 미혼이고
작년에는 넷플릭스에서 결혼이야기 보고 결혼이란 뭘까 참 많은 생각을 했는데
결은 다르지만 부부의세계 역시도 내게 그런 고민을 많이 던져주는 드라마야
두 편 다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그런지 (이태오 썅놈이고 이해의 여지 없어서 싫어해, 오해ㄴㄴ)
사건 자체는 보편적이지 않을지언정 그 사이에 오가는 감정들은 참 현실적인 부부관계에 있을법 하다 싶어.
비록 이 드라마가 지금까지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부디 결말까지 잘 내주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