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담항설은 보다가 취향에 안맞아서 하차한 상태인데
랑또 작가의 이 글은 몇 번을 읽어도 좋아서 늘 정독하게 돼.
특히나 '실수'에 관한 대목이 너무 인상적이었기때문에
가끔 내가 뭔가 화가 잔뜩나서 타인을 향해 칼날을 세우게 될 때
이 글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좀 새롭게 고쳐먹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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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러분들께.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주말에도 여러분을
많이 사랑하고있습니다.
여러분 러브.
실은 제가
요 이틀간 어떤 사유로 인해
메일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각자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담아주셨는데,
그 모든 메일에 대한 답변을
이자리를 빌어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가담항설을 그리면서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팬여러분들의 친목모임 개최에 대한
허가를 요청하는 메일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축산업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고기좋아 모임을 숱하게 가졌는데
제가 뭐라고 이렇게 손수 메일까지 주시는가 싶어
블로그 공지에 자유롭게 하시라고 적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만들어진 모임에서
모임을 마친 후 제게 선물을 보내주셨는데,
제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진 엽서, 쿠션,
노트, 스티커, 사진 등등이었고,
그것을 받은 저는
모임을 위해 장소를 빌리고
그림을 그리고 제작물을 만들고
옷을 갖춰입고 귀한 시간을 내주시는
너무나 큰 노고와 정성이 들어간 모임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이렇게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들을 갖고싶어하셨는데,
하필 만화계에서 그림 제일 안그리는 작가 일진짱한테
잘못 걸렸구나싶어 매우 송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번 모임에 대한 허가 요청을 받았을땐
이왕 집떠나 모이신 김에 하하호호 더 즐겁게 노시라고
흔쾌히 그림을 선물해드렸고, 저는 아주 기뻤습니다.
허황된 이야기같지만 저는 아주 진지하게
최대한 많은 인류가 최대한 많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60억 인구 중에 여러분을 특히 편애하고있기때문에
여러분들께서는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서 행복하시면
결과적으로 제가 아주 행복합니다.
저는 나이를 제법 먹었고,
만화를 8년정도 그렸습니다.
덕분에
제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제가 뭘 할수있는지, 할수없는지에 대해
꽤 많이 정리가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제가 할수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해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분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고
사랑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께서
여러분을 향한 저의 사랑이 인질이 되어
제가 발목이 잡힐것을 걱정해주셨지만,
저는 저를 향한 여러분의 사랑또한 믿고 있습니다.
제가 모임의 주최자 분들께
그림을 선물해드리겠다는 메일을 저녁에 보냈는데,
바로 다음날 아침
바쁜 작가님께 실례했습니다 라는
정중한 반려의 답장을 받았으니,
불과 12시간도 안되는 짧은 찰나에
제가 과로로 죽을까봐 걱정해주신
여러분의 깊고도 지극한 사랑은
저의 사랑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시는지요.
여러분은 언제나 저보다 훌륭하시고
저는 언제나 최고로 바보입니다.
저는 이런 모임을 주최하는 것이
과정이 고단하고 규모가 큰 일이기에
어쩌다가 이루어지는 이례적인 행사일것이라 생각해
즐거운 이벤트가 되시라고 소정의 그림을 전달해 드렸는데,
그 이후로도 제법 메일이 와서
어째서 이렇게 고난의 행군을 하려는 분들이
많은걸까 궁금했지만,
취미와 본업이 하나된 덕업일치의 직업을 가진 제가
본업이 아닌 취미에 이런 열정을 쏟아주시는 것을
어떻게 감사히 여기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많은분들이 일본작가라면 요청하지 않았을 일이다,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은거다 라고 말씀주셨지만,
뭐...어차피 한국 사는거 들켰으니까요.
이렇게 된 이상 제가 다음주부터 작가의 말에
여~ 히사시부리~하면
여러분들께서 모르는척 속아주시는 걸로...
하하하하하하.
이것은 마침 한국에 살면서
쾌적하게 누울자리였던 저의 불찰입니다.
제가 원하는것은 여러분의 행복과 안녕입니다.
또, 여러분도 제가 행복하길 바라실거라 믿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행복하게 되는것이 궁극적 목표라면,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힐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수 있도록 하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리 이런 모임을 개최할때
저에게 그림을 요청하지 말라는 규칙을 정해서
블로그에 공표했었다면
아마 그 누구도 물어보지 않으셨을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을 이례적인 행사로 치부하고
아무런 가이드를 만들지 않았으니,
여러분은 당연히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규칙이 없으면 원래 세상은 혼돈의 카오스뿐이고,
엄연히 따지면 규칙이 없었으니 규칙위반도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이제 겨우 세번째 문의가 들어온 것입니다.
(메일은 시간을 두고 각자 따로 온것이고 제가 답장을 동시에 한것입니다.)
이제서야 슬슬 가이드를 만들어볼까? 할만한
적당한 시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이라고 생각하고
참석한 모임에 작가가 그려준 그림이 있으면 좋을까?
라고 상상해봤는데 일단 저는 좋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좋아한다면??
저도 역시 아주 기쁠것 같습니다.
그것은 제 삶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를 생각해보면,
가능한 만큼만 한다.
는 훌륭한 절충안이 있겠지요.
나머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가이드를 만들어 두겠습니다.
이건 필요하신분께서 메일로 요청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젊었던 예전의 저는
실수를 하는것은 어리석은 것이고,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것이라 생각했으나,
조금 더 살아보니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동안 단 한번도 실수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실수하지 않을거라 자신하는것은 오만이며,
실수를 하지 않았던 순간은
오로지 스스로가 잘나고 현명했기때문이 아니라,
정규교육을 받고, 교육을 이해할 수 있었던 운이,
평소 훌륭한 조언과 충고를 해줄 주변인을 두었던 운이,
좋은 책을 살 돈과 읽을 시간을 가진 운이,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고 다시 일어설수 있었던 운이,
그리고 또 다른 셀 수 없이 많은 기적 같은 행운들까지,
너무나 많은 신의 가호가 자신의 등을 받쳐주고 있었던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곤 합니다.
저는 정말 너무나도 운이 좋아
여러분을 독자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훌륭한 여러분들께서
늙고 병든 못난 작가를 걱정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전부 괜찮습니다.
그저 여러분이 괜찮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최고로 행복해야 제가 최고로 행복합니다.
이것은 진심입니다.
물론 저를 심각하게 걱정하시다가
갑자기 히히헤헤 행복해지는건 아주 어려운 일이겠습니다만,
사랑과 근성으로 그냥 해주시면 어떨까요.
하하하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 기나긴 글을
한 컷으로 요약하며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출처 : https://m.blog.naver.com/narrace/221153975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