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때 반에 어떤 애가 전학왔었어
내 앞자린가 암튼 가까운데에 앉았어서 말도 많이하고, 또 공기도 진짜 잘하길래 급 호감이었는데
전학온 첫 날 자기 집에 놀러가자구 하길래 그렇게 하자고 했지.
그래서 같이 집에 갔는데 꽤 크고 좀 낡은 2층짜리 주택집이었어.
지었을 당시엔 고급이었을 것 같은데 조금 낡은 그런 주택 ㅇㅇ?
내 기억으론 빨간 벽돌에 진짜 동화같은데 나오는 것 처럼 지붕 모양이 정확하게 시옷자 모양이었고,
작게 마당도 있었고 대문에서 집 문까지 들어가는 길에 돌도 깔려있고 하여튼 아파트에서만 살던 나는 너무너무 신기해보였어
근데 집이 그냥 2층만 있는게 아니라 반지하 집, 1층, 2층 이렇게 있었어.
1층엔 거실이랑 부엌, 화장실이랑 무슨 방 하나만 있고
2층에 침실들이 있더라구.
진짜 티비에서만 보던 2층집에 처음으로 들어가본거라 너무 신기해서 갈 때마다 모델하우스 구경하듯 이방 저방 구경하고 그랬었어 ㅋㅋㅋ
암튼 공기놀이도하고 밥도먹고 티비도보고 공원도가고 하면서 저녁까지 신나게 놀았었지
그런데 그 다음날도 그렇고 친구가 계속 자기 집에 놀러가자는거야.
못가겠다고 하면 디게 실망하고.. 그래서 한동안은 거의 맨날 이친구 집에 놀러가다시피 했었어.
그 친구 집이 '우리동네'라고 하기엔 좀 먼곳에 있었어서 맨날 엄마한테 친구집에서 놀다간다고 콜렉트콜로 (ㅋㅋㅋ) 전화걸어서 허락받고 그랬음.
근데 이상한게, 한 세 번째로 간 날이었었나? 하여튼 친구랑 친해진지 얼마 안됐을 때였는데,
딱 대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어떤 아줌마가 정원 손질을 하구 계신거야.
안녕하세요 하는거 보니까 엄마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아 친구네는 집도 좋고 잘 살아서 저렇게 관리해주시는 분도 있네'하고 생각을 했었어
그래서 내가 계단 올라가면서 "누구셔?" 하고 물어봤더니
"주인 아줌마. 저기 사셔." 이러면서 반지하층 가리키는 거야.
그래서 열 몇살짜리 애가 생각하기에도 좀 이상하잖아.
주인집이 굳이 반지하방을 쓰고 1층 2층을 다 세들어 사는 사람이 쓴다는게.
근데 별 생각없이 왜 좋은 집 놔두고 반지하에 살지? 돈 많이벌려고 그러시는가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친구랑 이거 저거 하면서 놀았어.
근데 올때마다 이상했던 건,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마당에 있는 나무는 죽은 나무인지 잎도 하나도 없고.. 검게 그을린 것 같은데다가
그리고 무슨 밧줄 같은걸로 칭칭 감겨져있었어
나무 기둥에 벌레 모이라고 겨울철에 감싸놓는 것처럼 돌돌 말린게 아니라, 가지에 널부러지듯 걸려있었어.
그래서 언제 한 번은 친구한테 저거 뭐냐구 물어봤더니
걍 첨부터 저렇게 되어있었고, 저 밧줄 치우지 말라고 했다더라고 하더라고.
내가 왜 풀지말래? 이상하게 생겼어 하니까
친구 아빠가 보기 흉하다고 풀어도 되냐니까 주인집에서 만지지 말라고 했다고 말해준게 기억나.
내가 보기엔 진짜 이상한데 별로 친구는 딱히 궁금한 기색이 아닌 것 같기도하고 남의집 나무 이상하다고 하는것도 좀 그렇고 해서
구냥 "아.. 그랭?" 하고 말았던 기억..!
그리고 집에가면 어쩔때는 윗층에서 인기척이 났었거든.
꼭 롤러브레이드 타는 것 같은 소리도 나고, 웃음 소리나 말소리도 좀 나고..
걍 티비 소리 조그맣게하고 문닫고 방들어가있으면 희미하게 들리는정도?
아무튼 그런 소리가 났었어
난 근데 그런 소리를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적이 없는게,
우리집은 사람 수도 많고 맞벌이도 아니어서 집이 늘 시끌벅적했었어
그래서 대수롭지않게 당연히 친구 가족 중 한명이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 친구네 엄마 아빠는 모두 일나가셨을테고 (맞벌이셨어) 친구는 외동딸이였어
그리고 친구가 입버릇처럼 '우리 집엔 꼭 누구 있는것 같아서 싫어'
이 말하면서 밖에 나가 놀고싶어했거든.
난 잉여력 충만하고 밖에 나가 뛰어노는거 싫어하는 엉덩이 무거운 타입이었어서 싫긴했어도
친구가 그러자니까 그냥 나가서 공원에서 놀고 그랬엇지만..ㅋㅋㅋㅋ
맨날 '우리 집에 누구 있는 것 같애' , '울 집 혼자있으면 무서워'
이런 소리 자주 했었는데 난 그냥 집 넓으니까 얘가 그렇게 느끼나보다
이렇게 별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었고 또 무엇보다 얘가 나 겁주려고
무서운얘기하는 것 처럼 뻥 치는줄 알았었거든
두 달정도였나 한학기였나 지나서 다시 친구가 전학갔어서 못놀게 됐었는데,
중학교 입학할때 쯤 문득 다시 생각해보니까 엄청 이상하더라고...
풀지 말라고 말한 밧줄이 칭칭감긴 그을린 나무하며
분명 빈 집이었을 텐데도 윗층에서 들리던 인기척,
집에 누가 있는 것 같다던 친구의 말,
집 안에 있는거 별로 안좋아하던 친구..ㅠㅠ
그냥 그 땐 얘가 하루종일 넓은 집에 혼자있으니까
심심하고 외로워서 맨날 놀고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친구 가족들이 내는 소리였을거라고 생각했던
그 인기척들도 그렇고 집이 뭔가 싸해서 혼자있기 싫어했던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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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공포글 검색하다가 외귀에 올렸던 내글을 우연히 발견하고 거기 글삭하고 여기로 재업함!
토리 추측이 맞는듯ㅎㄷㄷ 그래도 다시 전학 간거면 이사 간거겠지? 다행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