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xy,마음에 들면 마크다운에 넣어죠라~
# 나는 네 살이 될 때까지도 이름이 없었다. 당시 엄마와 자주 지나치던 음반 가게에서는 늘 고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느 날은 내가 그 앞을 지나가다 멈춰 서서 갑자기 춤을 추었고, 아들을 춤추게 만든 음악이 궁금해진 엄마는 음반 가게 주인에게 가수가 누군지 물었다. 가수 이름은 레이 찰스라고 했다. 그때부터 ‘래이’가 내 이름이 되었다. 필요하면 엄마 성을 붙여서 김래이라고 다들 불렀다. 구영이는 90번지 앞에 버려진 것을 데려다 키웠다고 구영이었다. 식구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주민 등록증이 있든 없든, 가지고 있는 신분이 가짜든 진짜든, 남이 대충 지어 준 이름을 받고 소년원에 간 형제들의 옷을 입으면서 아무렇게나 컸다.
- 미리보기에서 볼수있는 내용이긴 해. 수는 소매치기를 하는 무리 안에서 나고 자랐어. 영화 아저씨를 봤다면 노파가 마약 배달꾼/장기매매 수단으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던 범죄조직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 같아
# 나는 열린 가방을, 노트북 화면을 보지 않으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시선이 자꾸 말을 듣질 않았다. 무릎을 달달 떨었다. 아예 원고에 코를 박았다. 나는 소매치기가 아니야, 나는 소매치기가 아니야.
-사실 원래 수는 소매치기야 공과 만난 것도 공이 쓴 소설의 원고가 담긴 가방을 훔친 것이 계기가 돼
# 까발려진 내 감정들이, 내가 꾹꾹 버티고 있던 서러움들이 너덜너덜하게 터진 야상 소매의 실밥처럼 부끄러웠다.
# “어딜 도로 가요, 이렇게 유기견 같은 꼴을 해서 찾아와 놓고.”
# 딱히 칭찬 같지는 않아 부끄러웠다. 맞다, 야상, 버리라고 했지. 그래도 입을 게 없는데 어떡해. 실밥이 드러난 야상 소매를 손안으로 말아 쥐었다.
# 와이셔츠 단추에 손을 대었다. 손이 덜덜 떨려서 헛돌았다. 첫 번째 단추는 어떻게든 풀어냈다. 두 번째 단추를 풀려는데 하얗고 자그마한 단추가 내 못난 손가락에서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떡하지, 눈을 들고 그의 눈치를 보았다. 내가 나중에 도로 달아줄게, 하고, 사과나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가(중략)
- 잣잣씬에 단추 몇개 쯤 튕길 수 있는거지ㅠ수는 눈치보고 달아줄게 사과를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ㅠㅠ
#“참지 마.”
부탁이라기보단 명령이었다. 몰아치는 쾌락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참지 말라고 했던 적이 있던가, 하고.
나는 태어날 때부터 참고 버티는 데에 익숙했다. 지긋지긋한 이명도, 통증도, 모두 참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미련함을 들킨 것 같았다.
-잣잣할때 참지마는 클리셰인데 수 인생을 대비해서 생각하니 낯설고 아픈 말이었어
# 나를 보고 바닷가 소라 같다고 했던가, 나는 그의 손아귀에 쥐어진 자그마한 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주는 빛이 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조도였다. 달아오르고 쪼개지고 다시 물에 젖는 것은 그의 권위였다. 어쩌면 내가 그의 손가락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 “서작가는 되게 겁이 많은 것 같아.”
“말했잖아, 나 겁 많다고. 나를 살게 한 건 팔 할이 두려움이었어요.”
두려움이 삶의 원인이 된다니. 그런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팔 할을 깡으로 산 거 같은데. 사람들이 나보고 겁이 없대.
#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무언가 읽어내려 하는 눈. 나는 당신이 내 수치스러운 부분을 찾아내려 하는 제스처를 보일 때마다 슬퍼져.
# 일을 하기 좋은 날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좋은 날은 가장 어두운 날, 가장 흐린 날이다. 몸에 밴 죄와 나쁜 버릇을 모두 감출 수 있는 날.
- 일명 망태기. 범죄를 저지르는 중에 망을 보는 작업을 수가 처음 담당 하러 가는 날.
수는 청신경종양을 앓고 있는데 소설가인 공이 말로 읊어주는 내용을 듣고 받아 적는 타이피스트를 하고 있었어
이명과 두통 때문에 이 일을 하지 못할까봐, 그래서 공과 고용관계과 끊어져서 공을 만나게 되지 못할까봐 병을 숨겨왔는데 공이 알게됐어.수는 공에게 절대 도움요청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공은 안타까워해.한달 내에 완치확인서를 받아오겠다고 약속해서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위험한 일에 끼워달라고 한거야
# 당신의 길 끝에 서 있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더 이 어둠 속을 헤매야 할까? 짐작할 수 있어, 나의 외로움과 나의 어둠을?
# 평생 더럽고 어두운, 곰팡내 나는 골목에서 죽을 때까지 도둑질만 하며 살아야 할 줄 알았어. 그것이 삶인 줄만 알았어. 어떻게 알겠어? 끔찍하게 흐린 날에 태어나서 하루 만에 잡아먹히는 초식 동물에게는, 흐린 날에 잡아먹히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데.
# 나는 네 살이 될 때까지도 이름이 없었다. 당시 엄마와 자주 지나치던 음반 가게에서는 늘 고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느 날은 내가 그 앞을 지나가다 멈춰 서서 갑자기 춤을 추었고, 아들을 춤추게 만든 음악이 궁금해진 엄마는 음반 가게 주인에게 가수가 누군지 물었다. 가수 이름은 레이 찰스라고 했다. 그때부터 ‘래이’가 내 이름이 되었다. 필요하면 엄마 성을 붙여서 김래이라고 다들 불렀다. 구영이는 90번지 앞에 버려진 것을 데려다 키웠다고 구영이었다. 식구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주민 등록증이 있든 없든, 가지고 있는 신분이 가짜든 진짜든, 남이 대충 지어 준 이름을 받고 소년원에 간 형제들의 옷을 입으면서 아무렇게나 컸다.
- 미리보기에서 볼수있는 내용이긴 해. 수는 소매치기를 하는 무리 안에서 나고 자랐어. 영화 아저씨를 봤다면 노파가 마약 배달꾼/장기매매 수단으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던 범죄조직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 같아
# 나는 열린 가방을, 노트북 화면을 보지 않으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시선이 자꾸 말을 듣질 않았다. 무릎을 달달 떨었다. 아예 원고에 코를 박았다. 나는 소매치기가 아니야, 나는 소매치기가 아니야.
-사실 원래 수는 소매치기야 공과 만난 것도 공이 쓴 소설의 원고가 담긴 가방을 훔친 것이 계기가 돼
# 까발려진 내 감정들이, 내가 꾹꾹 버티고 있던 서러움들이 너덜너덜하게 터진 야상 소매의 실밥처럼 부끄러웠다.
# “어딜 도로 가요, 이렇게 유기견 같은 꼴을 해서 찾아와 놓고.”
# 딱히 칭찬 같지는 않아 부끄러웠다. 맞다, 야상, 버리라고 했지. 그래도 입을 게 없는데 어떡해. 실밥이 드러난 야상 소매를 손안으로 말아 쥐었다.
# 와이셔츠 단추에 손을 대었다. 손이 덜덜 떨려서 헛돌았다. 첫 번째 단추는 어떻게든 풀어냈다. 두 번째 단추를 풀려는데 하얗고 자그마한 단추가 내 못난 손가락에서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떡하지, 눈을 들고 그의 눈치를 보았다. 내가 나중에 도로 달아줄게, 하고, 사과나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가(중략)
- 잣잣씬에 단추 몇개 쯤 튕길 수 있는거지ㅠ수는 눈치보고 달아줄게 사과를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ㅠㅠ
#“참지 마.”
부탁이라기보단 명령이었다. 몰아치는 쾌락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참지 말라고 했던 적이 있던가, 하고.
나는 태어날 때부터 참고 버티는 데에 익숙했다. 지긋지긋한 이명도, 통증도, 모두 참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미련함을 들킨 것 같았다.
-잣잣할때 참지마는 클리셰인데 수 인생을 대비해서 생각하니 낯설고 아픈 말이었어
# 나를 보고 바닷가 소라 같다고 했던가, 나는 그의 손아귀에 쥐어진 자그마한 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주는 빛이 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조도였다. 달아오르고 쪼개지고 다시 물에 젖는 것은 그의 권위였다. 어쩌면 내가 그의 손가락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 “서작가는 되게 겁이 많은 것 같아.”
“말했잖아, 나 겁 많다고. 나를 살게 한 건 팔 할이 두려움이었어요.”
두려움이 삶의 원인이 된다니. 그런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팔 할을 깡으로 산 거 같은데. 사람들이 나보고 겁이 없대.
#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무언가 읽어내려 하는 눈. 나는 당신이 내 수치스러운 부분을 찾아내려 하는 제스처를 보일 때마다 슬퍼져.
# 일을 하기 좋은 날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좋은 날은 가장 어두운 날, 가장 흐린 날이다. 몸에 밴 죄와 나쁜 버릇을 모두 감출 수 있는 날.
- 일명 망태기. 범죄를 저지르는 중에 망을 보는 작업을 수가 처음 담당 하러 가는 날.
수는 청신경종양을 앓고 있는데 소설가인 공이 말로 읊어주는 내용을 듣고 받아 적는 타이피스트를 하고 있었어
이명과 두통 때문에 이 일을 하지 못할까봐, 그래서 공과 고용관계과 끊어져서 공을 만나게 되지 못할까봐 병을 숨겨왔는데 공이 알게됐어.수는 공에게 절대 도움요청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공은 안타까워해.한달 내에 완치확인서를 받아오겠다고 약속해서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위험한 일에 끼워달라고 한거야
# 당신의 길 끝에 서 있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더 이 어둠 속을 헤매야 할까? 짐작할 수 있어, 나의 외로움과 나의 어둠을?
# 평생 더럽고 어두운, 곰팡내 나는 골목에서 죽을 때까지 도둑질만 하며 살아야 할 줄 알았어. 그것이 삶인 줄만 알았어. 어떻게 알겠어? 끔찍하게 흐린 날에 태어나서 하루 만에 잡아먹히는 초식 동물에게는, 흐린 날에 잡아먹히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데.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