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소설 만화 일러 등 이쪽 업계 전반적으로 하는 얘기야.
이런 소식은 트위터로 접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은데
1. 일단 그 트위터라는 것도 대개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올린 거고
2. 계약 관련 사항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흑과 백을 나누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얼마 전에 네이버와 불공정한 전속계약했느니 안 했느니 문제 됐던 웹툰 있잖아.
처음에 그런 내용의 웹툰이 올라와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는데
알고 보니 작가가 계약 사항을 잘못 숙지하고 있었던 일... 이런 일 진짜 많아.
나톨은 법적 고민 간략하게 상담해주는 일 하는데 연락 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이미 법적 문제에 휘말린 분들이거든.
그런데 상대방의 얘기가 “그 사람이 아는 내에서는” 사실이라는 것을 믿고 상담을 하는 거지만
그 내용이 전부 객관적으로 사실일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
일부러 감추거나 다르게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법적인 내용을 전혀 다르게 알고 있거나
사건의 내용을 본인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고 있는 경우도 많거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누구나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법적 내용을 일반인이 제대로 알긴 힘들지.)
나는 법적자문이 아니라 굉장히 기본적인 법률 설명만 해드리는데도 이 정도인데 본격적인 계약 분쟁은...
솔직히 그래서 난 그 계약서 보기 전까지는 이 작가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추후에 네이버에서 해명이 올라와서 읽었지만 그 후로도 역시 계약 내용을 간략하게라도 직접 보거나
혹은 자문을 받은 기자가 제대로 쓴 기사를 읽기 전까지는 그 계약이 공정한지 어떤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자꾸 이런 이슈들은 소셜 미디어에 한 번 올라와서 그대로 파도 타고 대중적(?) 이슈가 되는 느낌인데
국민 모두가 계약서 사본 한 부씩 받아서 읽어볼 수는 없겠지만
언론이나 기타 신뢰 가는 기관의 검증 없이 너무 성급하고... 약간 주먹구구인 느낌이야.
어딘가에서 남양 갑질도 얘기 나왔는데 누군가한테 쌍욕하고 물건 강매하는 건 솔직히 누가 봐도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잖아.
그런데 계약의 불공정한지의 여부는 그렇게 쉽게 판단하기 힘들어.
법원에서 판단할 때도 모든 상황을 다 보고 판결문 구구절절 몇십 페이지 나올 만큼 다 고려해서 판단한다.
심지어 다수의견 소수의견 둘 다 일리 있어서 첨 읽으면서 B 존나 욕하다가 소수의견 부분 가면 A 존나 욕하게 됨 ㅠ ㅋㅋㅋ 팔랑귀
물론 내가 읽은 것들은 대부분 대법원이나 항소법원 간 큰 판례들이니까 스케일이 크고 의견이 팽팽할 수 밖에 없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들이 회색 존에 들어가. 계약 갖고 싸울 때 보면 진흙탕 싸움이야
얘가 이 조항을 어겼는데 알고 보니 그건 쟤가 자료를 제때 안 줘서 그런 거였고 웅앵웅 ㅠ 명확하게 흑백으로 나눌 수 있는 거 별로 없어.
그런데 그걸 트위터에 간략하게 올린 정보로 판단할 수 있다...? 글쎄.....
위에서 말한 판결문에서도 항상 나오는 말이 “이 경우, C라는 사실이 이 판단을 내리는 데에 기여했지만
절대 C 하나만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없으며 반드시 모든 사실관계를 본 후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야.
그런데 트위터 한두 개로요...???
또한 꼭 대기업 대 소기업/개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자가 갑질하고 후자가 피해본다고 할 수 없어.
물론 그런 갑질 사례가 많고 양측간 힘의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후자를 보호하는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갑을관계는 사업 형태나 시기에 따라 변하기도 해.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저런 (안 그래도 이미 지나치게) 단순한 소셜미디어발 소식들은 종종
“이것은 힘 있는 자의 갑질의 결과다”라고 하는 전제를 기저에 깔고 있더라고.
갑질인지 아닌지 불공평한지 아닌지를 계약내용과 계약 당시의 상황 전부 보고 판단해야 하는 건데
이미 결론을 내려버리고 통보만 하면 그게 과연 나한테 판단의 여지를 남겨놓는 걸까?
제대로 된 언론도 아니고 (기존 언론도 무작정 믿으면 안 되지만) 누군가가 자신만의 의도를 가지고 내린 판단을
내가 여과없이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이 사람이 누군데? 이런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불공정계약은 타파되어야 하고
계약관계에서 약한 쪽을 보호하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해.
또한 네티즌들이 나서서 일종의 풀뿌리 정의구현 활동을 하는 것도 나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활동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기능(검증과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하고
또 그에 앞서 양측이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선결되어야 해.
그건 실무자끼리의 가벼운 의논부터 조정과 합의, 그리고 최후에는 소송까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
그런데 나는 과연 이러한 노력을 양측이 얼마나 하고 그 후에 웹상에 이슈화를 시키려고 하는 건지 의심스러워.
솔직히 말해서 이거 사업이잖아.
사업하다가 문제가 생겼으면 양측 다 프로처럼 해결을 해보려고 노력해야지
왜 네티즌들을 돈도 안 주고 판사로 쓰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정말 이것저것 해봤는데도 대기업의 악랄한 만행과 유명무실한 제도의 한계에 막혀 도저히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했을 때면 모를까
네티즌들이 다 전국팔도 오만사업 오만가게들의 잘잘못을 가려줄 수도 없잖아.
옥시살균제 사건처럼 기업이 대중의 건강을 위험에 빠트린 경우도 아니고
사업 주체 둘이서 맺은 “비공개 계약”의 잘잘못을 제3자인 네티즌이 정확한 정보도 없이 뭘 어떻게 해줘...??
현실적으로 그냥 뭔지도 모른 채 장단에 맞춰 박수 쳐주고 욕해주는 거 밖에 더 있나? 설마 그걸 원하는 거야...?
그냥 프로답게 해결했으면 좋겠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다 해도 안 돼서 미국작가협회처럼 파업하고 그러면 대중이 분명 호응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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