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틀러의 학살 명령을 증명하는 기록을 가져오면 1000달러를 주겠다.”



‘No Holes. No Holocaust(구멍은 없다. 홀로코스트도 없다).’ 



'나는 부정한다'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야. 데이비드 어빙이라는 역사학자가 아우슈비츠 사진을 보면 독가스를 주입한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홀로코스트를 부정했거든. 그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임.







이 영화를 알고서 나는 '안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생각하게 됐어. 사람은 알기 때문에 많은 실수를 저지르잖아.



사람들이 나한테 항상 하는 말이 뫄뫄는 참 착해.



이거야. 이렇게 평가를 내릴때마다 난 잘 모르겠거든. 착한게 아니라 호구같아 사실. 그 사람들도 그걸 알고 날 많이 함부로 대했어. 근데 사실 나도 내가 착하다/만만하다고 느낀사람을 은연중에 무시하곤 했다



사람은 굉장히 다면적인 존재잖아. 착하다/호구같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건 나라는 존재의 일부분에 불과해. 근데 우리는 그걸 잘 모르고 내가 아는 그 사람의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거지. 그래서 날 호구같다고 판단한 사람은 나를 계속 그 모습만으로 바라보고 무시하는거고..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지니까, 누군가를 안다는 착각에 실수를 많이하기도 하고..ㅎ



나도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질렀는데, 내 친구 A는 생각없이 사는 애야. 이렇게 생각을 하다보면 은연중에 A를 무시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A랑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 A는 그런 사람이 아니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돼. A는 딱 나만큼 다면성을 가진 사람인걸 알게되는거지.




사회를 돌아볼 때 '안다'는게 얼마나 위험한 감각인지를 매번 느껴. 특히..일베충같은 애들보면서 느낀건데.. (내 주변에도 있어) 걔네는 정말 'X'라는 사건을 안다고 생각하더라고.



그 사건의 원인도 알고,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알고,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행적도 안다고 생각해. 특히..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느꼈는데



걔네가 세월호 유족을 혐오하는게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잘못된 사실에서부터 나온 안다는 감정때문에 진짜로 그사람을 혐오하는 것도 봤거든..



그들에게 세월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건과는 다른방식의 앎으로 다가오는거지, 그 앎에서 다른 해석이 나오는거고.




일베충들만의 문제가 아니라..우리 일상에서 앎은 이렇게 무언가를 판단하게 하기때문에..




나는 그 앎이 사실은 무서워. 제대로 알지 못 해도 나는 알고있다는 감각을 갖고 이렇게 저렇게 재단을 하게 되는게 특히 날 가끔은 혼란스럽게해..어떻게 그렇게 아무런 의심없이 그걸 안다고 생각했던거지 싶고. 또 그런 앎은 사람을 굉장히 폐쇄적으로 만들더라.. 내가 옳다는 확신때문에 다른의견은 귀기울여듣지 않게됨ㅜ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보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잖아. 사실은, 역사는 해석만이 문제가 되는게 아니고 해석과 함께 'fact'도 문제가 되거든..비단 역사학자만의 일이 아니고, 일반인 수준에서도 아우슈비츠도, 세월호도, 그 이전의 역사들도 계속 사실의 층위에서 논쟁이 반복되는거지..



예전에 마이클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선 그 '사실'이 실제론 굉장히 불확실한 증거들로부터 구성된다는 주장을 하거든 . 가령, 중세시대의 서양역사들은 어떤 특정한 집단이 만든 문서에 의존할때가 있단 말야. 그럼 그 문서는 믿을수있냐. 이런 내용인데.. 중세시대때뿐 아니라 근대/현대의 역사도 정말 우리가 아는 '사실'이 맞냐. 이런 내용이었어.



이런걸 보면 사실 내가 알고있다고 느껴지는 역사적 사실이 내가 생각하는것만큼 확실하게 믿을수있는건지..그런 혼란스러움때문에 나는 내가 느끼는 앎이 더 조심스러웠던거 같아.





n번방을 '안다고' 생각하는 많은 남자들과

세월호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베충 벌이는 사실에 대한 투쟁을 보면서도.. 앎이라는건 매우 불안한 기반위에서 성립할수도 있고, 정도가 다를뿐 우리가 말하는 사실들도 어찌보면 가정에 불과할때가 많고..





그리고 위에 버러지들처럼 알지도못하면서 깝치는 이런 폐해를 낳을수있다고 항상 조심하게 됨








아우슈비츠도 여전히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거지..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악은 성실하다'라는 대사가 있었거든..정말 성실하게 하나씩 다 따지고드는거야. 사진의 가수구멍하나하나 다 따지는것처럼.. 근데 그들은 절대적인 악이 아니고..마치 평범한 악처럼.. 자신이 악을 저지른다는 생각조차없이, 확신에서 사실을 부정하는거같아




'안다'를 이야기로 굉장히 횡설수설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나는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사실 '???'이런 상태에 빠져. 뭔가 내 인식에 균열이 생겼는데 그걸 언어로 어떻게 재구성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 특히 아우슈비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볼 때 더 그 감정이 심한거 같아. 뭐지? 아우슈비츠는 대체 뭘까? 이 사람들은 대체 뭐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했던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야. 나에겐 '아우슈비츠=Q'라는 하나의 공식같은 명제가 있었어. 예를들면 '아우슈비츠는 학살'이런거지. 근데 아우슈비츠는 굉장히 복잡하고, 풀기어려운 문제잖아.



이렇게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그저 안다고 생각해버리니까 그게 내 실존적인 문제와는 관련없는 '역사적 지식'정도로만 느껴지더라고. 사실 처음 이역사를 배우고선 시간이 흐르고 난뒤엔 무덤덤해졌어. 우리들의 아픈 역사만큼 감정을 울리지도 않고 먼나라의 아픈역사정도로만 생각했고..그런 과정에서 실수도 몇번 했던거 같아.



특히 역사에 대해 그런걸 많이 느꼈는데 6.25는 전쟁/imf경제위기. 이렇게 마치 영어단어의 뜻을 암기하듯 무의미하게 느껴질때가 많았어. 사실 세월호도 계속 논쟁에 부쳐지지않고, 사회적으로 계속 새로운질문을 통해서 내가 세월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세월호라는 단어를 보고도 지금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고 무덤덤해지지 않을까 싶더라..



이게 나만의 특성이 아니라면.. 계속 아우슈비츠를 다룬 영화가 나오고 수용소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는 것, 시간이 흘러 세월호같은 아픔을 다시 고민하게끔 영화가나오는것.



이런것들이 우리가 도식화해놓은 그 공식을 깨고, 그 압도되는 감각을 사유하게끔 만들기위함이 아닌가 싶어. 인간은 왜 그렇게 잔인한가? 인간은 정말 잔인하기만 한 존재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삶은 안전한가..



이런 질문들을 하게 만드는거지. 나는 사울의 아들을 보고 리뷰들을 조금 찾아보면서 그 생각을 하게 됐어. 우리는 정말 알고있는가? 안다고 착각하고 역사의 뒤편에 묻어둔게 아닌가?



우리는 사유해야하는 의무를 방기한게 아닌가? 한나아렌트가 한말인지는 확실하지 않는데 "지금 사유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하잖아.




우리가 역사를 단순히 '역사'라는 지식으로만 학습하고, 그 역사와 인간의 실존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런 재앙이 일어나는걸 막을 수 있을까? 싶더라. 결국 그 사건을 통해서 무언가를 사유하고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결이 비슷한 사건을 저지르는 실수를 하겠지. 우리는 이제 인간이란 존재를 알고, 또한 역사속의 그들과는 다르다는 착각을하면서..



사회가 단절적이지 않고 연속적이라면, 우리는 특정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게 아니잖아. 단지 세월호/아우슈비츠라는 흉터를 갖고 사는거지.. 그 상처가 낫고 흉터가 점점 희미해진다고 나라는 존재는 바뀌지 않듯..




그전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받아오면서 기존의 사회를 사유하고 변화시키지않는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수밖에 없는거같아..지금의 일본이 우리한테 하는것처럼. 역사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착각을 가진체로 살지 않으려면 정말 사유를 해야하는거 같아.




특히 사울이 아들의 장례식을 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생각해야 할 윤리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 거 같아. 사실 영화 처음보면서 사울 좀 짜증났다?ㅎ..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긴한데.. 사울이 화약을 잃어버려서, 그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 계획이 어그러지잖아..저 민폐..!하고 뒷목을 잡았어.




그리고 두번째 빡쳤던건 그게 사울의 아들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해석을보고..이런 시부랄.. 지 아들도 아닌 애때문에 사람들을 전멸시켜? 사실 혼자 짜증도 났었음..




근데 좀 고민을 해보다가 예전에 본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 떠오르더라고. 그거 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나는 특히 인상깊었던게 사람들이 죽은것과 다름없이 산다는거였어. 옆에서 누가 죽어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못하는 사람들이 어린 내겐 충격적이었거든..




사울도 그렇잖아. 시체처리를 하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을 태워버리고.. 자신의 삶에 가득한 고통때문에 어떤 감정적인 동요도 느끼지 못 할만큼 메말라버림..



그러다가 자기 아들처럼 보이는 애를 만나고 아이에게 장례를 치뤄줘야한다는 목적, 삶의 의미가 생긴거지..



난 이걸 보면서 '타자에 대한 환대'가 생각났어. 그 아이가 사울의 아들은 아닐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평론을 보고 아 그게 다 이해가 되더라. 시체를 처리하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게된 사울이 누군가의 '아이'라는 그 감각때문에 아이의 장례를위해 계속 죽음을 감수하는거지..



나는 이 타자에 대한 윤리가..현대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사회의 큰 문제는 '내편'과 '내편이 아닌자'를 나누는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 동일성과 차이가 굉장히 중요해서, 동일함에 속해있는 이에겐 윤리를 차이에 속하는 이는 혐오,멸시, 인간으로서 존중도 해주지않는 모습을 많이 본거 같아.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 아우슈비츠도, 2차례에 걸친 세계대전도, 6.25도.. 그 이후에 빨갱이를 향한 공계들도.. 모두 동일성에 대한 집착/차이에 대한 공포,혐오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구분을 없애고, 타자를 함부로 판단하지도, 그들을 혐오하지도 않는것.



그게 타자에 대해 가져야 할 윤리같아ㅎ..



바울은 자신의 아이라는 관계가 없어도, 그저 타자에 대한 그 역시 소중한 인간이라는 그 감각때문에 그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존중하게 된게 아닌가 싶어.







사실(밑에 놔둔 평론에서도 말하지만) 우리는 아우슈비츠같이 역사에서 반복해서 발생한 학살과 아픈역사를 보며..그들의 죽음을 아이를 만나기전 바울처럼 무덤덤하게, 타자의 역사를 보듯 보지 않았나..싶거든. 단지 자극적인 무언가, 비극이라는 감정에 취하고자.. 이러한 소재를 소비할때도 있고..우리는 그런 타자에 대한 윤리를 지켰는지.. 그저 피해자를 내려다보며, 그들을 모두 파악했다는 시선으로만 보진 않았는지 그런 생각도 하게 됐어. 단지 관찰자로서만.. 본게 아닐까?하는




결국 타자를 안다고 착각하는게 위험하다는 것도, 그 타자 역시 나처럼 생동감이 있는 인간이고, 복잡함을 가진 존재라는 것. 그리고 떠나간 이들도 나처럼 인간이었다는 점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됐어.



우리가 흔히 피해자를 피해자로만 본다고 하잖아. 그들은 비참한 생을 살았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숭고할수있는, 숭고한 존재였는지를 보지 못 하게 되는거같아. 그것들을 통해서도 우린 많은걸 볼 수 있을텐데..! 또 그들을 피해자로만 표상할때, 어쩌면 그로인해 그들을 더 무덤덤하게 보게되는게 아닐까? 감당할수없는 고통에 처한 '인간'으로 보지 못 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더라고











http://m.cine21.com/news/view/?mag_id=83240#_enliple










내가 인상깊게 본 평론임~
  • tory_1 2020.04.19 14:4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7/05 10:35:09)
  • tory_2 2020.04.20 18:40
    늘 보고싶고 봐야지봐야지만했는데 오늘 꼭봐야지 ! 고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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