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건 예를 들어
번개가 몸을 가를 듯한 충격, 열, 섬광
더욱더욱
눈이 돌 만큼, 숨이 멎을 만큼, 몸이 떨릴 만큼......
.
앉아있지도 서 있지도 못하겠는 이 느낌.
모든 것이 잊혀지고 매몰되어버릴 듯한 초조함.
내가 원하는 무언가로부터
---몸을 가르는 무언가로부터
더욱 멀어져버린 느낌이 든다.
맥박치는 거대한-
모르겠어, 이런 덴.
그 즈음 나는 아직 12살이었다.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며
모든 것을 그에게 내미는동시에 웃어넘길 권리가
자신에게만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왜 저 애만 빛나보이는 걸까.
같이 와줘서 고마웠어. 가길 잘한 거 같아 난.
뭐, 대단한 걸 보여주긴커녕 계속 지기만 한 건 분하지만.
뭐? 왜? 왜 그렇게 생각해?
넌---.
... 뭐야. 너 화장했냐?
.
---지기만 했다.
이기면 이 아이가 손에 들어오게 될까.
이 충동은 뭐라고 해야 하나.
.
코우를 느끼면 뭐든 할 수 있을 듯한 예감이
가슴 속을 간지럽힌다.
역시 그 앤 특별하게 보이죠?
나- 그 애한테 이기려고 이 사진집 얘기를 받아들인 거예요.
제가 이길 수 있을까요......
.
코우는 나의 켕긴 마음을 보고 웃은거야.
.
화가 난 건 '신'이 아니라 코우다.
.
코우가 더욱 화냈으면 좋겠어.
.
굉장한 건 히로노 씨야. 나 같지가 않거든.
너 맞는데.
넌 언제나 이런 눈으로 날 보잖아.
넌 지금이 너의 세상을 만들 타이밍 아닐까?
영화를 하든 안 하든.
.
코우, 혹시
나의 불안을 느끼면 키스해주는 거야?
.
기분좋다. 두근두근.
이 느낌이 좋아.
정말 세계정복이 가능해보여.
그럼 코우한테 줘야지.
.
코우는 나의 프라이드, 나의 빛
나의 신...
.
코우, 우리 말야
모든 걸 손에 넣어서 무적으로 멋지게
힘도 빛도
우리 마음대로
알았지?
나의 신.
얼른 날 구해주러 오길 바랐는데.
그런 놈은 내 눈앞에서 해치워주길 바랐는데!!
코우라면 그쯤은---
.
도쿄 갈까? 저번에 갔었던 것처럼--.
.
안 들리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어.
...... 어차피 난 늘 기대에 못 미치지만.
내가 옆에 있으면---- 성가시지?
.
나의 신이 가버렸다.
.
지금 내게 남겨진 건 텅 빈 이 풍경뿐이다.
.
코우는 매일 어떤 심정으로 지내고 있는 걸까.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치솟아 올랐던 자신감은 산산조각 나고
쓸데없이 자존심만 남았다.
그런 성가신 인간은 나 혼자뿐인가?
.
그 눈 속에 흔들리는 빛.
이제 느낄 일도 없다고 생각했던 불꽃.
여전히 예쁘잖아.
난 전과 다르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해.
네가 말하는 빛나는 '코우'는 이미 죽어버렸어.
정말 싫어. 너 같은 거 버려버릴 거야!
나만 돌아갈거야!
난 내 멋대로 코우를 떠나 이젠 좋아하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렸어.
앞으로 상관할 일조차 없겠지.
---하지만 각자 다른 미래의 저 끝에서
코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그런 나를
...... 상상해본 적 없었어.
떡칠을 한다.
요즘은 거의 잊어버리다시피 했기 때문에.
코우의 바다색......
내 안의 색.
.
이건 오오토모의 바다야.
반짝반짝 아름다운 바다.
떡칠하지 않은.
내 모든 것에서 여기만이
작게 빛나고 있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 그 생각이.
반짝반짝 빛나던 소녀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렸으니
어떤 심정으로 살아갈지
어떻게 다시 그 빛을 되찾아갈지.
실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처음 형을 봤을 때
내가 대적할 수 없는 상대임을 직감했다.
만약 고지고에 합격한다면
어쩌면 나도 내 힘으로......
.
코우
그떄는 미안했어. 내 생각밖에 못해서
코우가 웃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조차 못해봤어.
널 이기고 싶었어.
날 각인시키고 인정하게 만들고 싶었어.
...하지만 아주 가끔 웃던 모습은 기억해.
코우, 내가---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
.
신들이 시시포스에게 내린 형벌은
쉴 새 없이 바위를 굴려 산꼭대기로 옮겨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면 바위는
자체의 무게 때문에 곧장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
이 돌 위의 결정 하나가
밤의 어둠이 휩싸인 이 산의 광물질의 광채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
정상을 목표로 하는 투쟁.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채우기엔 충분하다.
지금 시시포스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두막, 네 마음속이지? 너무 뻔해!
이렇게 날 불러내는 것도 정말은 SOS를 치는 거잖아.
미안해. 미안해. 그 사건 때 날 구해주지 못한 널
그놈한테 죽도록 얻어터지고 울고 있던 널
'이런 건 코우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한 날 보여주기 싫어서 너에게 등 돌린 거!
나만 오오토모에게 구원받은 거.
그 녀석이 널 구원했다고?
네가 받은 상처는 변함없잖아.
그래!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든 것 뿐이야.
오오토모의 한없는 자상함에도 평생 지워지지 않아.
너도... 그 놈의 저주에 걸린 채야!
-----우리들의 시간은 멈춰버린 채라고..!
.
남색은 검정보다 어두워 보인다고 어딘가에서 들었어.
.
이때 난 코우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주 조금,
뭔가 마음의 응어리를 떨쳐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내주는 거라고.
홀로 그 검은색보다 어두운 구덩이 속에 남겨두고 말았다.
.
코우 넌 대체 뭘 원하니?
.
그 컴컴한 오두막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자신의 무력함에 울고 있었으면서!
네가 잘 나가면
-----봐, TV만 켜도 볼 수 있잖아.
그거면 됐어...
만나자, 나츠메.
.
정말 괜찮아...?
믿어야 하는 건지도.
난 좀 더 코우를
우리의 그 손깍지의 느낌을...
.
마음 속에서 울리는 경종이 멈추질 않아.
만나서 얼굴 보고, 눈으로 확인하고 손잡고.
'믿음'은 그 뒤에.
난 너한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속여왔어.
...... 정말 미안하다.
난 내 진짜 모습이 네 눈에 비치는 게
... 힘들어.
... 부탁이야.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
.
그 무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누구보다 돌아가길 바란 건...
.
코우는 뭘 원하니?
.
난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이 속에서 빛을 되찾아 가자.
코우, 불싸움 축제에 나가.
나가서 떠올려줘.
.
내가 말야, 완전 죽이게 멋있어도 있는 힘껏 떨쳐내버려.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멋진 모습을 보여줄게
네가 속으로 엄청 분하게 생각할 만큼.
...... 정말 그런 모습만,
그런 신같은 내 모습만 기억해줘.
오랜만에 여기, 신 가까이에 와서 생각했어.
너나 나나 온몸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상태에 이른게 아닐까 하고.
넌 기어올라 꼭대기에 서야할 사람이고,
난 몸과 마음이 모두 여기 머물러 있어야 할 사람이야.
......단지 넌 기회를 줬다고 생각해. 기적의 기회 말야.
이 축제에서 네 안에 있는 나만
신으로 돌아갈게...
처음 이 바다에서 만나
그때부터 내 가장 큰 소망은 제일 가까이서 코우를 지켜보는 것.
이제서야 우린 그떄에서 벗어사 서슴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됐어!
... 괜찮아, 그거면 된 거야...
.
코우는 빛을 되찾으려 하고 있어.
같은 농도의 그림자를 끌어안은 채 혼자서
... 혼자의 힘으로.
미안해
.
못 만나는 동안 정말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어.
이제 결심같은 건 못해.
내가... 미치도록 보고 싶으면 속으로 외쳐.
언제든 어디든 만나러 갈게.
만나도 돼?
그럼! 나도 너랑 똑같이 따분한 2년이었어!
이제 평생 만나지 않겠단 약속은 시시해.
...차라리 언제 만나도 부끄럽지 않게
잘 지내려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약속을 하는 게 나아.
늘 언제나 지켜볼게. 내 바람은 네가
그 무기로 천하를 거머쥐는 걸 보는 거야.
넌,
어떤 일이 있든, 네가 뭘 하든
어른이 돼서 입장이 달라진다 해도 난 평생 네 편이야.
네 마음껏 살아.
평생 날 울렁거리게 해줘!
......당연하지!
물빠나만의 광기 진짜 사랑한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