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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지나친 분들이 계십니다. 몇글자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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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한국사회 인성교육의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실패라고 했더니 사회문제가 아니라 여성문제라고 하고, 그 둘이 떨어져있지 않다고 말하니 남자는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하고, 그럼 더 이상 여성문제에 대해 쓰지 않겠다고 하니 이게 어떻게 여성문제냐 사회문제지 너는 남자니까 편하겠다고 말하면 도대체 무슨 수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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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젠더갈등'이라는 단어에 언제부터 '여성이 원인을 제공한'이라는 새로운 맥락이 추가 되었나요. 젠더갈등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건조하고 중립적인 단어입니다. 저런 맥락이 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그런 측면이 있으니 함께 쓰지 말자고 설득하면 됩니다.
왜 그렇게 쓰지 않았냐며 너는 여성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니냐 다그치는 건 경우에 어긋납니다. 같은 맥락에서 "너는 흑인 차별도 흑백 갈등이냐"고 비꼬면서 묻는 분들이 계시던데 당연합니다. 흑백 갈등이라는 건조한 현상이 있고, 그 이면에 인종 차별이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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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는 여전히 "N번방 사건은 한국사회 인성교육의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몸을 사거나 팔 수 없다는 말이 전에는 쌀로 밥짓는 수준의 빤한 이야기로 무시당했다면 이제는 아예 아무도 꺼내지 않는 죽은 말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기성세대의 성차별과 성폭력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입으로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실제 여성의 기회를 빼앗아 누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세대에 더욱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으며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갈수록 상상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잔인해지고 있는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당장 그 비뚤어진 심리를 분석해봐야 한다는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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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8년 전 트위터 글에 관해 말을 부풀려 왜곡하고 퍼뜨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적 이야기를 굳이 드릴 필요는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런 걸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말씀드렸듯이 당시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 강한 예시로서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런 예시를 사용하면서 거리낌이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 사과드렸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그것이야말로 제가 남자니까 별 문제의식 없이 할 수 있었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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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심이나 진실이 중요해보이지 않습니다. 하지 않은 말이 저의 말이 되고 의도하지 않은 것이 지탄받으며 심지어 글 속에서 "싸우지 말자는 말 따위로는 안된다"고 쓴 게 "싸우지 말라고 하더라"고 바뀌어서 돌아다닙니다.
차분하게 반대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저주하면서 재발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더욱 많습니다. 대체 저렇게 구체적인 내용의 악담을 다수가 동일하게 보낸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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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서로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를 알량한 글재주로 채우기 위해 다시 생명을 허락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정말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의 행동인지 의문입니다. 상대하는 자와 관전하는 자 모두의 입을 공포로 막아버리고 본보기를 보여 지속적으로 길들이는 전략은 제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결실을 이루려면 구체적인 생각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뭔가 바뀌어야 한다' 믿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기본적인 수준의 믿음과 호의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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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저는 8년 째 SNS를 통해 청년들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상담이라기보다 상대의 고민에 제가 생각하는 것을 나누거나 유관기관에 연결해주는 일에 불과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그간 작은 결실들이 있었습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꽤 많은 분들을 구조했고 자살하고 싶은, 너무 이해할 수 있는 마음들을 돌이켰습니다. 어찌 사는지 연락주는 친구들이 마음보다 적어 서운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인지 밥벌이를 하면서 유독 억울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 견딜 수 있었던 건 심지가 강해서가 아닙니다. 저 대화들이 땅에 발을 박고 있을 수 있게 해준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급기야 제가 청년들과 대화하는 일마저 "남성 어른의 조물주 의식"이라며 조롱하는 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가 지나칩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참겠습니다.
도가 지나친 분들이 계십니다. 몇글자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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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한국사회 인성교육의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실패라고 했더니 사회문제가 아니라 여성문제라고 하고, 그 둘이 떨어져있지 않다고 말하니 남자는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하고, 그럼 더 이상 여성문제에 대해 쓰지 않겠다고 하니 이게 어떻게 여성문제냐 사회문제지 너는 남자니까 편하겠다고 말하면 도대체 무슨 수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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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젠더갈등'이라는 단어에 언제부터 '여성이 원인을 제공한'이라는 새로운 맥락이 추가 되었나요. 젠더갈등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건조하고 중립적인 단어입니다. 저런 맥락이 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그런 측면이 있으니 함께 쓰지 말자고 설득하면 됩니다.
왜 그렇게 쓰지 않았냐며 너는 여성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니냐 다그치는 건 경우에 어긋납니다. 같은 맥락에서 "너는 흑인 차별도 흑백 갈등이냐"고 비꼬면서 묻는 분들이 계시던데 당연합니다. 흑백 갈등이라는 건조한 현상이 있고, 그 이면에 인종 차별이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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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는 여전히 "N번방 사건은 한국사회 인성교육의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몸을 사거나 팔 수 없다는 말이 전에는 쌀로 밥짓는 수준의 빤한 이야기로 무시당했다면 이제는 아예 아무도 꺼내지 않는 죽은 말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기성세대의 성차별과 성폭력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입으로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실제 여성의 기회를 빼앗아 누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세대에 더욱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으며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갈수록 상상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잔인해지고 있는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당장 그 비뚤어진 심리를 분석해봐야 한다는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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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8년 전 트위터 글에 관해 말을 부풀려 왜곡하고 퍼뜨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적 이야기를 굳이 드릴 필요는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런 걸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말씀드렸듯이 당시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 강한 예시로서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런 예시를 사용하면서 거리낌이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 사과드렸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그것이야말로 제가 남자니까 별 문제의식 없이 할 수 있었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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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심이나 진실이 중요해보이지 않습니다. 하지 않은 말이 저의 말이 되고 의도하지 않은 것이 지탄받으며 심지어 글 속에서 "싸우지 말자는 말 따위로는 안된다"고 쓴 게 "싸우지 말라고 하더라"고 바뀌어서 돌아다닙니다.
차분하게 반대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저주하면서 재발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더욱 많습니다. 대체 저렇게 구체적인 내용의 악담을 다수가 동일하게 보낸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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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서로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를 알량한 글재주로 채우기 위해 다시 생명을 허락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정말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의 행동인지 의문입니다. 상대하는 자와 관전하는 자 모두의 입을 공포로 막아버리고 본보기를 보여 지속적으로 길들이는 전략은 제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결실을 이루려면 구체적인 생각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뭔가 바뀌어야 한다' 믿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기본적인 수준의 믿음과 호의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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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저는 8년 째 SNS를 통해 청년들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상담이라기보다 상대의 고민에 제가 생각하는 것을 나누거나 유관기관에 연결해주는 일에 불과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그간 작은 결실들이 있었습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꽤 많은 분들을 구조했고 자살하고 싶은, 너무 이해할 수 있는 마음들을 돌이켰습니다. 어찌 사는지 연락주는 친구들이 마음보다 적어 서운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인지 밥벌이를 하면서 유독 억울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 견딜 수 있었던 건 심지가 강해서가 아닙니다. 저 대화들이 땅에 발을 박고 있을 수 있게 해준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급기야 제가 청년들과 대화하는 일마저 "남성 어른의 조물주 의식"이라며 조롱하는 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가 지나칩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