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라프텔, 반다이채널
제목은 걍 어그로를 좀 끌어봤어 ㅎ
'생각하는' 이유니까 나톨의 개인적인 감상이자 해석이란 거 알지? (찡긋)
사실 디지몬 어드벤처는 러브라인이 중심인 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어드벤처 안에서는 아이들의 러브라인이 어떻고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하는 건 없어. 나부터도 이 만화를 러브라인 중심으로 해석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고 ㅋㅋㅋㅋㅋ
내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야마토랑 소라가 디지몬 어드벤처에서 이러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제로투(파워디지몬)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을 거라는 얘기야. 그렇지만 내용에 대한 반박도 받구요~ 자유로운 의견도 환영합니다요~ 'ㅂ'
0.
이 길고 긴 글의 논지를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야마토와 소라는 서로의 약한 부분을 이해해줄 수 있는 관계이자 서로의 결핍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것.
1.
디지몬 어드벤처 26화 빛나는 날개 가루다몬 中
디지털월드로 돌아온 타이치를 필두로 모든 아이들이 다시금 한 자리에 모이게 돼. 단 소라를 제외하고 말이야.
소라는 어째서인지 아이들 앞에 모습을 나타나려고 하질 않아.
소라의 흔적을 찾은 아이들은 소라의 뒤를 쫓아가서 그간의 자초지종을 물어봐.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소라는 반데몬(묘티스몬)과 피코데비몬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사실들을 모두 말해줘. 각자의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에를 들면 타이치는 용기, 야마토는 우정, 코시로는 지식, 미미는 순진(순수), 죠는 성실, 타케루는 희망.
「 그리고 나는, 애정의 문장 」
"그리고 난, 사랑의 문장"
「 헤에, 애정이라니. 소라답잖아. 」
"우와, 사랑이라니. 소라 너한테 딱 맞는데?
「 그렇지 않아. 그런 거 전혀 나답지 않아. 」
"그렇지 않아. 사랑 같은 건 나한테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다구."
「 하, 하지만... 소라는 언제나 모두를 생각해주고...」
"하지만, 소라 넌 항상 우릴 위하고..."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 진짜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단정짓지마 」
"내가 뭘 위했다는 거야. 네가,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 다고 그런 소릴 하는 거냐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마!"
「 ...미안해. 」
"... 미안해."
「 왜... 왜 그러는 거야... 」
"너... 대체 왜 그래..."
「 내 문장은 빛나지 않을 거야. 나한텐 사랑이 없으니까. 」
"내 문장은 빛나지 않을 거야. 나한텐 사랑이 없으니까."
「 이해해줘, 엄마. 난 꼭 가야만 해. 오늘은 중요한 시합이 있단 말야. 」
"이해해주세요, 엄마. 전 꼭 가야 된다구요. 오늘은 아주 중요한 시합이 있단 말이예요."
「 그 다리로 뭘 하겠다는 거니. 」
"그렇게 다친 발로 뭘 하겠다는 거니."
「 왜 이해해주지 않는 거야! 」
"도대체 엄마는 왜 제 맘을 몰라주시는 거예요! "
당시 소라가 속한 여자축구팀엔 중요한 시합이 있었는데 소라의 어머니는 소라가 시합에 나가는 걸 반대했어.
애초에 소라 어머니는 소라가 축구하는 걸 반대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당시에 소라가 다리에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지.
소라와 소라 어머니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라는 뒤늦게 시합장으로 향하지만 이미 시합은 종료된 이후였고 소라네 팀은 시합에서 지고 말아.
「 그러니까, 애정을 모르고 자랐단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구. 」
"그러니까, 난 사랑을 모르고 자랐단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단 말야."
「 그만해, 소라. 만약 그렇다고 해도 피코데비몬의 말을 믿을 건 없잖아. 」
"안 돼, 소라야. 제발 진정해. 이 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하나도 없다고."
소라는 끝끝내 눈물을 터뜨림
「 우, 울지마. 야마토, 이런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우, 야. 울지마. 저, 저기. 매튜.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
「 울고 싶을 땐 울게 내버려둬. 」
"울고 싶을 땐 울게 실컷 내버려둬."
나는 이 장면이야말로 타이소라가 아니라 야마소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타이치와 소라의 관계는 아주 견고해. 최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둘은 친구였고 같은 축구부 소속이기도 해. 형제 관계를 제외하고서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조합이기도 하지. 그런만큼 두 사람은 서로를 아주 잘 알아.
그레이몬이 스컬그레이몬으로 암흑진화했을 때 타이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내 말이 맞지 소라야?' 하고 소라에게 묻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만 봐도 소라가 타이치를 잘 알고 있고, 타이치 또한 그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소라가 평소의 자신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라에게 자신의 잘못을 확인하고자 한 거겠지?
그런데 26화에선 그런 타이치가 소라가 우는 모습에 크게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해. 타이치의 반응을 보건대 타이치가 소라의 우는 모습을 본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일 거야. 또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소라가 타이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가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어. 만약 이 때 눈물을 터뜨린 게 소라가 아닌 미미였다면 타이치는 이렇게까지 당황하지 않았을 거야. 더욱이 히카리였다면 타이치는 아주 능숙하게 제 동생을 달랬겠지. 타이치가 이다지도 당황한 건 눈물을 터뜨린 게 다름 아닌 소라였기 때문이야. 항상 강하고 씩씩했던 소꿉친구의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우는 소라의 모습에 당황한 타이치와 달리 야마토는 '울고 싶을 땐 울게 내버려둬야 한다' 면서 소라에게서 눈길을 돌려. 야마토와 소라는 같은 반이었지만 소라가 어떤 아이고 어떤 가정에서 자라왔는지 야마토는 아마 잘 몰랐을 거야. 반 년 동안 같은 반 친구로 지내온만큼, 그리고 모험을 통해 알아온 만큼, 또 방금 소라가 한 말을 통해서나마 소라가 어떤 아이인지를 알았겠지. 당연히 타이치처럼 야마토도 소라가 우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일 거야.
그런데 야마토는 어떻게 이런 어른스러운 대처를 할 수 있었을까. 야마토 역시 소라처럼 혼자 울고 싶었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울고 싶었지만 울지 못했던 오랜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울고 싶을 땐 울게 둬야 한다' 는 야마토 본인의 경험담인 거지.
디지몬 어드벤처 51화 中
「 하지만 사실은 외로웠어. 절대로 울면 안된다고 생각했어. 나는 혼자니까.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 하지만 줄곧 울고 싶었어. 혼자는 싫단 말야. 」
"하지만 사실은 쓸쓸했어. 절대로 울면 안된다고 생각했지. 나는 혼자니까,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정말 울고 싶었어. 혼자는 싫어."
사실은 울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조차 울 수 없었던 야마토는 울고 싶어하는 소라의 마음이 뭔지 알았을 거야. 그 마음이 어떤 건지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터뜨린 소라를 울게 내버려두자고 말할 수 있었던 거지. 더군다나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심과 두려움은 야마토도 한 번 즈음 느껴봤을 거 같거든. 엄마와 떨어져 아빠랑만 살고 있는 야마토이기에 타이치, 야마토, 타케루 세 사람 중에서는 아마 야마토가 소라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라의 눈물을 멈춘 건 타이치도 야마토도 아닌 바로 타케루다?
「 나, 소라 상이 정말 좋아. 그러니까 이제는 아무 데도 가지마.
나 이제 싫어. 가족이, 아니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는 거.」
"난 소라누나가 친누나처럼 좋아. 그러니까 이제는 아무 데도 가지마, 누나.
나 이제 싫어. 가족이, 아니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거 말이야."
섣부른 위로보다, 울고 싶을 때 울게 내버려두는 것보다 소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향한 솔직한 애정이었어. 나는 네가 좋아. 나랑 함께 있어줘. 난 네가 필요해. 이러한 솔직하고 올곧은 애정. 소라는 지금 엄마의 애정을 확신하지 못해서, 자신이 애정을 모르고 자랐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터뜨린 거잖아. 그런 상황에서 나는 너를 좋아해, 하고 말해주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겠어. 소라가 엄마의 애정을 깨닫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도 피요몬이 소라에게 보여준 애정, 소라가 피요몬에게 갖고 있는 애정이었고 말이지. 소라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었어.
물론 타이치의 태도보다는 야마토의 태도가 훨씬 어른스럽고도 소라를 위한 태도였다는 건 분명해. 소라에게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거든. 하지만 야마토가 소라의 눈물을 멈추게 해주지는 못했지.
그런데 이게 이렇게만 끝난다면 내가 야마소라글에서 굳이 이 얘기를 하지도 않았을 거야 ㅋㅋㅋㅋㅋ
소라는 타케루가 보여준 애정을 통해서 눈물을 멈추고 미소를 되찾았잖아.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중에 야마토도 이 때의 소라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돼. 야마토는 사실 외롭고 울고 싶었지만 자기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자기 안에 꾹꾹 눌러담았어. 표출되지 못한 감정은 타케루를 향한 집착으로 나타났지. 그랬던 야마토의 감정을 받아주고 이해해준 건 가부몬(파피몬)이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줄 그런 존재가 야마토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준 거야.
「 내가 있잖아. 내가 야마토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야마토도 날 필요로 해줘. 」
"내가 있잖아. 네 곁엔 내가 있다고. 내가 널 필요로 하는 것처럼 너도 날 필요로 해줘. "
엄마의 애정에 목말라하는 소라의 눈물을 멈추게 했던 게 소라를 향한 순수한 애정을 보여줬던 타케루였던 것처럼
홀로 외로워 한 야마토의 마음을 열어준 건 야마토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과 이해를 보여준 가부몬이었어.
야마토는 울고 싶을 때는 울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고, 그건 아마 자신의 경험에 비춰 내놓은 대답이었겠지만 사실 그런 야마토에게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지.
이처럼 야마토와 소라 두 사람이 가진 상처는 근본적으로 아주 많이 닮았고 두 사람이 진정으로 필요로 했던 것 또한 '따뜻한 애정' 이란 걸 알 수 있어.
2.
디지몬 어드벤처 51화 中
야마토를 시작으로 아이들이 또 다시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서 타이치는 소라와 타케루에게 다른 애들을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해. 피에몬과 싸우기 위해서는 선택받은 아이들 모두의 힘을 모아야만 하기 때문이야. 소라는 한 시라도 빨리 아이들을 찾아 타이치와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사로잡혀.
「 어째서... 이대론 타이치랑 다른 애들이.. 찾아내야 해. 약속했는 걸. 반드시 모두를 찾아서 돌아가겠다고. 」
"이대론 안 돼. 시간을 지체하면 태일이가.. 어떻게든 찾아내겠어. 약속했는 걸. 반드시 모두를 찾아서 데려가겠다고."
책임감에 짓눌린 소라는 야마토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어둠의 동굴에 가둬버리고 말아
「 미미 쨩을 찾아야 해. 죠 선배랑 야마토 군도. 타이치를 도와야만 해. 안 그러면 우리들의 세상은 끝이야. 」
"미나를 찾아야 해. 석이오빠랑 매튜도. 태일이를 도와야돼. 안 그러면 우리들의 세상은 완전히 끝장이라구."
「 안돼. 이대로는 안 돼. 좀 더 내가 정신을 차려서 타이치를 도와줘야만 해. 안 그러면 이 세상이... 」
"아냐. 지금 이대론 안 돼. 내가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태일이를 도와줘야돼. 안 그러면 이 세상이..."
「 소라 군. 너는 책임감이 너무 강해. 」
"소라야, 너 혼자서 그런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어."
「 이 어둠의 동굴은 소라의 마음 속의 어둠이 원인이 된 거야. 소라, 그 마음을 버려! 」
"그래. 이 어둠의 동굴은 네 마음 속의 어둠 때문에 생겨난 거야. 소라야, 마음을 버려. 그 마음을 버리라고!"
「 우리가 하는 일은 의무가 아냐.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야.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분명 우리는 하고 싶었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야. 」
「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은 의무가 아냐. 하고 싶으니까 했던 거지.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네가 그런 식으로 부담과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 안돼. 우리들이 하지 않으면. 」
"그치만, 그럴 수 없어. 내가 아니면 누가 해."
「소라 군, 분명 우리들이 마주한 상황은 절망적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우리니까 우린 여기 있는 거야. 」
"소라야. 지금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일은 분명 너무나도 절망적이고 힘든 일이라는 거 잘 알아.
하지만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 있는 거라고."
「이겨낼 수 있으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거라고...? 」
"모두 힘을 합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 우리들이 있잖아. 」
"네 곁엔 우리가 있잖아."
소라는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신경 쓰고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아이지만 그런 탓인지 자기 힘든 걸 내색 안 하고 혼자서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항상 남이 먼저라 자신은 뒷전일 때가 많지. 책임감 많고 배려심 넘치는 점은 소라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모든 걸 혼자 끌어안으려고 하는 건 소라의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무거운 책임감이 소라를 짓누르다가 마침내 터져나온 게 51화였어.
소라는 아마 전부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거야.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린 상황에서 누구 할 거 없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아마 소라였을 거거든. 소라는 처음부터 따로 행동하는 상황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어. 내가 생각하기엔 나노몬 에피소드 때 타이치가 자신을 구하려다 자취를 감춰버렸던 일이 소라에겐 생각보다 큰 트라우마가 됐을 거 같더라구. 소라는 성향상 아이들과 떨어져 따로 행동하는 걸 선호할만한 타입이 아냐. 그런데 타이치가 자취를 감춘 이후 제일 먼저 무리를 이탈한 게 소라였어. 타이치를 찾아야 한다는 이유였고 소라는 아마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자기 때문에 타이치가 사라져버렸다며 막심한 죄책감을 느꼈겠지. 그런데 자신이 무리를 이탈한 뒤에 남은 아이들마저 죄다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피코데비몬의 함정에 빠져 버린 거야. 이것 역시 소라 때문은 결코 아니지만 소라는 아마 이 때도 자기 혼자 떠나오는 게 아니었다며 자책했을 거라고 생각해.
한 번 그런 경험을 겪었기에 소라는 이미 큰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그런 와중에 타이치가 소라에게 다른 아이들을 찾아서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해. 피에몬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다크마스터즈(어둠의 사천왕) 편에서의 타이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아주 잘 알고 있어. 그야말로 완벽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당장 전력이 줄더라도 모두를 모으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거야. 그 역할을 소라에게 부탁했다는 건 그만큼 소라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그런데 소라 입장에서는 타이치와 한 약속이 또 다른 부담감으로 다가오게 되어버린 거지. 아이들은 피에몬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야. 자신이 빨리 다른 아이들을 찾아 타이치가 있는 곳을 돌아가지 않으면 타이치와 다른 애들만으로 피에몬을 상대해야만 해(그리고 타이치(워그레이몬)는 다른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혼자서 피에몬을 상대함). 소라도 아마 알고 있을 거야. 타이치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의 무게를. 그랬기에 한시라도 빨리 다른 아이들을 찾아 타이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아먄 했어. 소라가 이다지도 책임감에 목메는 건 축구부 시합에 가지 못해 시합을 망쳐버린 일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팀 전체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뼈저리게 느껴봤을 테니까. 그 때 느꼈던 미안함, 죄책감, 불안함을 소라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소라가 느낀 무거운 책임감, 불안감은 소라를 어둠의 동굴 안에 가둬버리고 말아.
여기서 중요한 건 야마토도 스스로를 어둠의 동굴 안에 가둔 적이 있었다는 거야.
위에서는 애니 내용을 가져왔으니 이번에는 공식 소설판에서 묘사된 부분을 가져와볼게.
디지몬 어드벤처 소설판 3권 中
[p.138]
주변 사람들은 야마토를 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야마토가 자신의 감정적인 부분을 남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이혼이 정해지고, 엄마가 타케루의 손을 잡고 집을 나가던 때 사실은
'가지마, 부탁이니까 제발 가지마!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
하고 울면서 호소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옆에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야마토의 엄마도 야마토가 그렇게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야마토는 죽어도 엄마에게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함께 살겠다고 결정한 것도 자신이었다.
[p.191]
그래, 그때 왜 말하지 못했을까. 가지마, 엄마, 가지마, 라고...
"사실은 외로웠어. 하지만 이런 때에는 절대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나는 혼자니까,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 하지만... 사실은...울고 싶었던 거야."
야마토는 자기 속마음을 남에게 솔직히 말하지 않는 아이였어. 부모님이 이혼하던 그때부터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꾹꾹 담아왔기 때문에 그것이 관성이 되어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투른 아이가 된 거지. 그렇게 표출되지 못한 마음은 타케루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야마토는 타이치에 대한 열등감과 타케루에 대한 집착을 인정하며 나 같은 건 필요없는 존재라며 자기비하에 빠져.
그런 야마토는 자신을 믿어주는 가부몬의 도움으로 어둠의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 그리고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둠이 동굴에 갇힌 소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거야. 비록 그 이유는 다를 지언정 소라가 느꼈을 어두운 마음, 자신을 차가운 바닷 속 저편으로 끌어내리는 무거운 그것을 야마토는 이미 경험해봤으니까. 야마토는 소라가 가장 필요로하는 말을 해주었어. 우리는 해야만 하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원했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거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들이 있잖아.' 라는 말까지. 이건 디지몬 어드벤처 전체 시리즈의 메시지랑도 맞닿아 있는 말인데, 아이들은 '선택받은 아이들' 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마지막에는 디지털월드와 모두를 지키기위해 스스로 싸우는 것을 선택하게 돼. 야마토도 죠도 소라와 만나기 전 스스로의 답을 찾아냈기 때문에 소라가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소라의 손을 잡아 이끌어줄 수 있었던 거지. 그리고 야마토의 말대로 소라의 곁에는 소라와 함께 선택하고 함께 싸워줄 모두가 있어.
그리고 야마토가 어둠의 동굴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소라를 구해줄 수 있었듯, 반대로 소라도 어둠의 동굴을 경험했기 때문에 야마토의 약하고 여린 부분을 이해해줄 수 있었을 거야. 어떤 사람의 약하고 여린 부분을 알고 공감해줄 수 있다는 건 사람 간의 관계에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 두 사람은 그런 점에서 서로를 이해해주고 지탱해줄 수 있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을테고.
3.
디지몬 어드벤처 39화 中
「 야마토, 또 키가 큰 거 아니니? 건강해 보이네, 다행이다」
"매튜, 너 또 키가 컸구나. 건강해 보이네. 다행이다."
디지몬 어드벤처02 33화 中
「 나는 이런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일본 이곳 저곳, 어떤 때는 외국에 가기도 해서 이래저래 집에 돌아가지 못 해서 말야.
그래서 그게 어느 정도 딸이 아내에게 반발하게 된 원인이 된 모양이야. 」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분모는 '결핍' 이야.
디지몬 어드벤처는 아이들의 가정 묘사가 다양하고도 아주 아주 디테일한데 그 중에서도 야마토와 소라는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었어. 정확히는 부모가 주는 온전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었지.
야마토는 톨들이 다 알다시피 이혼 가정에서 자랐어. 어린 동생을 위해서 스스로 아빠와 같이 사는 것을 택했지만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혼자서 눈물을 삭혔던 애야. 그런데다 야마토의 아빠인 히로아키는 방송국 직원으로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인지라 야마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을 거야. 아마 야마토 혼자 집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겠지? 성격상 아빠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타입도 아니었을테고, 어리광은 커녕 본인의 감정도 표현하지 않고 꽁꽁 숨기는 아이로 자라나버렸지.
그리고 소라는 엄마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었어. 엄마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으며 나를 사랑해주지도 않는다고 생각했지. 소라 아버지는 민속학 교수로 과 특성상 일본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잦았고 집을 비우는 기간이 꽤 길었던 모양이야. 그리고 소라 어머니는 꽃꽂이 가의 당주로 돌봐야 할 제자들이 많이 있어서 외동임에도 불구하고 소라는 부모님의 애정을 오롯이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어.
이처럼 두 사람은 가정환경은 꽤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어. 부모 중 한 쪽의 부재, 일로 바쁜 부모님, 부모와 의사소통을 하기 힘든 환경 등등. 그로 인해 온전히 충족되지 못한 부모로부터의 애정. 그렇기에 나는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 누구보다 자신을 향한 애정이 필요한 아이들이거든.
소라는 엄마 같은 아이고 야마토는 엄마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소라가 야마토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 둘의 관계는 좀 더 넓은 관계에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야마토는 물론 엄마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지만 이 아이는 사실 전반적으로 타인으로부터의 애정이 필요한 아이라고 생각하거든. 부모로부터의 애정은 물론 남에게 벽을 치는 경향이 있어서 친구와 깊게 교류하는 편도 아니었고, 어둠의 동굴에서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기애도 높지 않아.
그리고 소라 역시 남에게 애정을 베풀기 좋아하는 아이고 그게 소라의 성향이긴 하지만 소라도 타인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라고 생각해. 거침 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피요몬이 소라의 파트너 디지몬인 것만 봐도 그렇고, 소라 상(소라 누나)가 좋다는 타케루의 말이 소라의 눈물을 멈추게 한 것도 그렇고 말야. 내가 생각하는 야마토는 자기 사람에게는 정말 한없이 애정을 쏟을 타입이라(ex. 타케루) 소라가 외롭지 않게 소라가 원하는 애정을 맘껏 쏟아주었을 거 같아. 소라야 뭐 두 말할 필요도 없지.
왜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할 줄도 안다고 하잖아. 그래서 나는 야마소라가 어느 한 쪽이 사랑을 주고 다른 한 쪽이 사랑을 받는다기 보다 서로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여리고 약한 부분을 보듬어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어. 서로 결핍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관계라니 나톨이 아니 사랑할 수 없는 관계란 말이에요 ㅜㅜ
음... 그래서 글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네...
오타쿠 시점으로 적어내려가다보니 엄청 긴 글이 되어버렸는데 끝까지 읽어준 토리들 매우 고마오(찡긋)
정성글 넘조아 ㅠㅠㅠㅠㅠ 타이소라도 좋아하지만 야마소라도 좋아한다 ㅠㅠㅠㅠㅠ서로 결핍된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두사람 사랑해 ㅠㅠ엉엉
둘이 연애하는 게 상상되고 편안한 관계가 될 것 같아
사랑의 문장 캐릭터들이 작중 공식미남 얻은것도 좋아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