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톨들이 뻐렁쳐서 재밌다고 하도 영업글을 많이 올려준 온종일 현란한. 어제 완결났다기에 당장 달려가서 봤는데......

공(선우현)이랑 수(정화온)가 설렁탕 먹으면서 헤어지는 장면이랑, 그렇게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들으면서도 왜 그렇게 멀쩡하냐며 혼자 수가 공을 원망하는 장면 같은걸 읽으면서 막 내 마음이 저리고 찌릿찌릿한거야. 우와 이렇게 인생작 하나 만나는건가! 두근두근 했었지. 정말로 그랬었어.

근데 뭐랄까...... 점점 가면 갈수록 막장요소를 물에 타고 일공일수 해피엔딩 버전으로 바뀐 헤어짐의 방법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렇다고 해서 인물이 닮았다거나, 스토리가 비슷하거나 유사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1. 넘쳐흐르는 감정의 묘사가 기가 질릴 정도로 많고, 2. 주요 등장인물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묘하게 한 끝 차이로 예의가 없는 것 같다는 점에서 그런 걸 느꼈어.

제일 예의가 없었던 사람은 서브공(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주인수 대학 후배고 주인수가 있는 학교에 교생실습 나왔는데 얘가 주인수를 일방적으로 짝사랑함). 특히 얘가 주인수한테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 배려없고 이기적이라서 엄청 짜증이 났어. 만약에 내가 오래 사귄 사람이랑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변에 친하지도 않고 그냥 알고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다짜고짜 들이대면 진짜 빡치고 꼴도 보기 싫을 것 같음. 어리게 굴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데 어려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경우 없는거란다......

근데 그 마음의 대상인 주인수도 짜증나긴 매한가지였어. 들이대는 싫으면 알아서 단호하게 끊어내는게 자기한테도 좋고 상대한테도 일종의 예의인거잖아. 근데 자꾸만 여지를 주고 흘려. 너랑 잘 될 가능성 없다 그렇게 말했으면 그걸로 끝인거지 갑자기 뜬금없이 나 원래 달리기 잘해 이 말은 왜하고 성인 남자가 무릎팍 좀 깨졌다고 집에까지는 왜 들이냐고. 그러면서 주인수는 원래부터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이렇게 행동한 이유에는 사실은 어쩌고저쩌고...... 아무튼 변명이 매우 길다.

아 나는 그리고 얘의 외양 묘사를 보고서도 약간 정색을 했는데, 아니 벨속 수들은 다들 무슨 거푸집같은데서 찍어내나? 싶을 정도였음. 색소 옅은 머리카락과 동공+하얀 피부+눈웃음+잠자리에서 자꾸 말꼬리 끌며 조르거나 재촉하며 끼(?) 부리는 수...... 나 톨의 새로운 지뢰요소...... 그 외에도 군데군데 외모찬양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내 미간이 딱딱하게 굳었어. 그리고 묘하게 어린애같고 따라다니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받았어. 공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얘가 진짜 한 사람 몫을 하며 열심히 사는 성인 남성 사회인이라고? 하는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 하여간에 정리하자면 여기 주인수는 너무 혼자 처연하고 예쁘고 귀엽고 다정한 나는 사실 연애에서도 갑이고 나 좋다고 들이대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실을 나만 몰라⭐️이 감성임.

주인공은 개중에서 그나마 제일 괜찮은 애였긴 했지만 얘도 마음에 안 들었어. 시도때도 없이 괜찮은 척 하고 멋있는 척하면서 마음 숨기고 의뭉스럽게 구는 점이 싫었어. 내가 얘랑 사귀는 사람이었느면 백퍼 이 성격때문에 속 끓다가 한 번 사는 인생 나 아껴주고 사랑표현 잘 해주는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야하는데 뭐하는 짓이냐 현타맞고 해제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소설적으로 봐도, 보통 독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분은 겉으로는 덤덤해보이고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사랑 때문에 갑자기 확 무너지는 그런 모습을 볼 때잖아? 그런데 얘는 그럴때조차 끝까지 무덤덤한 척, 멋있는 척만 해. 그런데다가 고작 스물 여덟 먹은 애가 자기보다 겨우 몇 살 어린 섭공한테 "어른들 사랑싸움에 참견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혼난다." 라는 대사를 하다니...... 야 그믄흐르...... 그리고 그런 공을 보면서 섭공은 또 저걸 어떻게 이겨 하면서 스스로 주인수에 대한 마음을 포기함. 그 외에도 주인공이 질투하는 부분이나, 사실은 주인수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들이 멋있거나 짠하지가 않고 그냥 인소같았음.

여하튼 이 정도가 캐릭터에 대한 불호요소들이었고, 스토리상 이해가지 않았던 부분들을 짚어본다면,

가장 몰입이 힘들었던 이유는 오래 사귄 커플의 일상감과 안정감, 무게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톨도 지금 7년째 장기연애 중이긴 한데, 얘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점이나 불안해하는 부분들을 읽고 있으면 13년 사귄 커플이 아니라 13개월차 커플이 할 법한 고민들을 하고 있어.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만큼 너도 나를 좋아했을까 이런 말이 수십번 나오는데, 이렇게 서로 못 믿고 이해 못하면서 13년이나 사귄게 가능한가? 본질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는데 이만큼이나 실패했는데 13년 같이 보내는 동안 대체 너희들 뭐했니? 이런 생각이 들어서 얘들이 지지고 볶는 장면들을 흐린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씬에서 얘들 13년이나 사귄거 아닌 것 같아서 긴가민가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특히 진하게 풍겼는데, 오래 사귀어서 상대의 몸을 속속들이 다 아는 익숙함이 아니라 이제 갓 사귀어서 하나하나 상대방을 배워나가는 장면에 더 알맞을 묘사들이 그런 감상을 배가시키더라. 다른 소설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묘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고.

이 모든 일의 발단인 주인공의 큰아버지는 진심으로 왜 나오셨는지 모를...... 자기 조카랑 헤어지라고 말하려고 직접 회사에 불러 얘기까지 해 놓고는, 무슨 유예기간을 두 달씩이나 주시곤 그 사이에 터치같은것도 일절 안하심. 분명 스토리상으로는 큰아버지가 악의 축인데 그 악의 축이 이름 몇 번 나오고 말고, 그마저도 주인공이 큰아버지한테 전화걸어서 화 한번 내니까 모든 문제가 해소돼. 그럴거면 너네 왜 헤어진다고 이런 난리를 피웠냐..... 아참, 덧붙여서 몇 번 나오고 만 주인공 큰아버지 (스물 여덟살 다 큰 조카가 있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회장직을 역임하고 계심) 의 성함은 정혁이셔. 성은 선우, 이름은 정혁......

음,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불호글에 왜 이만큼의 정성을 들이는가 좀 의아하기도 한데,

사실 불호감상이 없을법한 소재에, 불호요소가 하나도 없는 키워드에서 이만큼 불호의 느낌을 받고 나니 안타깝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너무너무 커서 그런 것 같아. 위에 열거한 요소들, 사실 나톨의 취향에서 어마무시하게 벗어난 게 아니라(그랬다면 일찌감치 초반하차를 했거나 아예 보질 않았을 듯) 진짜 딱 간발의 차이로 벗어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전반적인 불호의 느낌으로 남게 된 것들이라.

작품 후기를 보니까 작가님 신인이시고 본인 글에 애정도 많으시고, 감정 서사도 촘촘하게 이어붙여놓으셨고, 문장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이신 티가 많이 나.

그런데 그게 너무 지나쳐서 완급조절이 잘 안 되다 보니 나한테는 그게 너무 과한 것처럼 느껴지고, 인물들(특히 주인수)이 드라마킹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나같은 독자가 숨 쉴 구멍을 미리부터 물샐 틈 없이 발라놓으셔서 마지막에는 지쳐서 건성건성으로 넘기게 되고.....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거야.

오히려 작가님이 조금만 힘 빼고 설렁설렁 쓰셨으면 내 감상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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