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 동기와 악행을 행하는 방식인듯..
온갖 악행을 일삼고 범죄저지르고 이기적이고 인면수심인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그 악행의 동기에 따라서 캐릭터 평가가 갈리는 것 같아.
자신의 출세와 권력을 위해서 정적을 제거한다는 방향으로 나갈때는 캐릭터가 욕을 먹을지언정 작품이 여혐이라고 비판받지는 않음.
반면에 사랑을 위해서 같은 여성(선역)을 공격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무기로 삼는 경우엔 작품도 덩달아 여혐적이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봐.
그렇다면 왜 전자의 악역캐는 여혐이란 소리가 잘 안나오는데
후자의 악역캐는 여혐이라고 욕을 먹는 경우가 많을까?
현실에도 남자한테 꼬리 살랑살랑 치면서 주변 여자들 엿먹이는 유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럼 이와 같은 캐릭터를 창작물에서 아예 내지 말란 소린가?
여성 악역의 유형도 다양화될수 있는 것인데 왜 후자의 악역을 내면 여혐이라고 욕을 먹는가?
라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여태까지 나왔던 무수히 많은 콘텐츠와 미디어에서 여태 생산해왔던 여성 악역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여성은 사랑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기도 한다
-여성은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살아간다
-여성은 자신의 여성성을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만 사용한다
-여성은 외모를 가꾸느라 사치를 한다
-여성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다른 여성을 공격한다
이게 바로 여태 미디어에서 생산해오고 대중이 소비해왔던 보편적은 여성 악역의 이미지임....
이런 유형의 실제 여성이 현실에 없다는 뜻도 아니고, 이런 비뚤어진 욕망을 가지는 것이 여성으로서 있어선 안된다고 새로운 프레임을 짜려는 것도 아니야(=모든 여성 캐릭터는 선하고 정의로워야만 한다는 뜻이 아님).
하지만 미디어가 은연중에 대중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을때, 이런 이미지를 다시 한번 재생산하는 행위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음.
예를 들어서 어느 작품에 다음과 같은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다고 생각해보자.
A라는 여성캐릭터
-태생부터가 욕심이 많고 성과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세하고 싶어함
-남들을 이기고 앞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음.
-남성 여성 할 것없이 방해가 되는 이는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제거함
-자신의 성공을 남들에게 과시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함
-자신보다 못난 사람을 업신여기며 불우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 전무함
-소시오 패스 기질이 강하며 그 누구와도 감정적으로 깊게 교류할수 없음
B라는 여성캐릭터
-중고등학교 때부터 복잡한 남자관계로 이미 수차례의 임신중단을 해왔음
-대학에 가서는 그 사실을 숨기고 예쁜 외모를 이용해 이 남자, 저 남자를 갈아타가며 꼬셔댐
-특히 돈많은 남자만 골라 사귀면서 각종 명품 선물을 얻어냄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상대여도 어떻게든 꼬셔냄.
-그과정에서 같은 여자를 공격하거나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리는 행위도 서슴지않음
-결국 돈많고 조건 좋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면서 끝끝내 수차례의 임신중단 사례를 상대 남성에게 밝히지 않음
A와 B 모두 비호감에 악역캐릭터지만 둘의 느낌이 사뭇 다르지않아..?
A의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그 악행 자체만으로 평가를 받을수 있는 인물이라면
B는 여성이라는 점이 악행의 핵심이 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
또한 B는 한남들이 자기들 등처먹힐까 두려워서 자들자들 떠는 환상종이자 학명 된장녀로서의 전형 그 자체이기도 함.
B 같은 유형의 악역이 콘텐츠에 등장한다면 이걸 보는 대중들은 여태까지 나왔던 무수히 많은 악녀의 이미지를 또다시 각인하고마는 결과가 된다고 생각해.
A캐릭터를 보고도 단지 여성이 악역으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을, 더 나아가 창작자를 여혐이라고 비난할수 있을까? 아닐거라고 봄.
하지만 B캐릭터는 여혐이라고 비판받을 법도 하지. 왜 그럴까? B같은 유형의 사람이 실제로 없는것도 아닌데 말이야.
예를 들어서 여성 이외의 소수자가 콘텐츠에 등장할때,
술과 파티를 좋아하고 사교성이 좋지만 방탕하고 책임감이 없는 동양인 캐릭터 / 돈을 좋아하고 쫌스럽고 구두쇠인 동양인 캐릭터
두 동양인 캐릭터가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전자와 후자 모두 비호감이지만 전자의 경우 동양인을 악역으로 그려냈다는 사실만으로 비판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후자의 경우는 인종차별이라고 백이면 백 말 나올거야.
왜냐? 여태까지 무수히 많이 생산되었던 동양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다시한번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야
여태까지 콘텐츠에서 다뤄졌던 차별의 양상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구도.
그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앞서 말했던 "이른바" 여혐적 악녀 캐릭터 또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함의와 작품의 시선이 달라질수 있음.
그러니 그런 캐릭터를 아예 생산해내서는 안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야.
다만 상술한 함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만을 부르짖는 것은 좀 나이브한게 아닌가 싶어서 길게 글 써봐...
+재혼황후 라스타가 여혐이냐 나니냐 토론하는 글 보고 쓴건 맞지만
그 작품을 떠나서 댓글의 공방내용을 보고 쓴거야!
재혼황후랑은 별개의 얘기니까 감안하고 읽어줬으면 해ㅠㅠ
전부 다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