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하시 루미코의 최고 역작이자 러브코미디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메종일각
타카하시 루미코가 가장 오래 연재했고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이누야샤
두 작품의 메인 러브라인은 기본적인 골조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음
바로 죽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상대와 새로운 애정전선을 꾸려나가는 이야기라는 것
[메종일각] 소이치로<-(쿄코)->고다이
죽은 연인<-(방황하는 마음)->새로 이끌리는 상대
[이누야샤] 키쿄우<-(이누야샤)->카고메
물론 디테일은 꽤 다름. 일단 메종일각은 남성향인데도 메인 럽라는 여주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음.
부잣집 도련님에 잘생기고 능력있는 미타카도 쿄코를 좋아해서 대시하고 있지만, 고다이에게는 죽은 쿄코의 전남편이 사랑의 최대 라이벌이다.
고다이
"살아 있으면 여러가지 단점도 보이겠지, 하지만 죽어버린 사람은 무적이다."
가난한 재수생 고다이는 낡은 자취방 건물의 신입 관리인 쿄코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앞길은 험난하기만 함......일단 현실적인 고민이 그의 앞에 산적해 있다.
대학 재수는 어찌할 것이며, 또 대학에 들어간다 해도 졸업해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철없이 미모의 과부에게 설레어하던 고다이가 사랑을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쳐서 깨어져가며 성장하는 서사가 이 작품에서는 또 하나의 축을 이르고 있음.
고다이
"저는...똑같은 행복은 드리지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른 행복을 쿄코씨한테 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고다이는 가랑비에 옷 젖듯 쿄코의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들어가게 된다. 극초반에는 쿄코가 고다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고다이 혼자 착각하거나 김칫국 마시는 게 개그톤으로 그려질 뿐임. 초반 고다이는 객관적 핵똥차인 데다가 남편을 잃은 슬픔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쿄코는 새로운 사랑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기에.... 하지만 함께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7년의 세월을 지지고 볶으면서 두 사람도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진짜로 어른스러워지게 된다.
고다이
"잊는다든지, 그런 문제가 아니지요. 당신은 이미 쿄코씨의 마음 일부니까."
고다이의 결론은 쿄코의 안에서 죽은 전남편을 이기겠다는 게 아니라, 전남편을 그리워하는 쿄코를 그대로 사랑하겠다는 것. 이미 전남편을 잊지 못하는 쿄코에게 반했고, 그런 면도 전부 좋아하게 되었기에....
그리고 쿄코는 고다이의 그러한 마음 씀씀이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 중 하나였음. 괜히 사서 고생하는 팔자라고 타박하는 듯하면서도 매번 메종일각 식구들의 호구가 되는 고다이를 곁에서 계속 챙겨줬지...
쿄코
"사실은 말이야...훨씬 예전부터 고다이씨를 좋아했어."
결국 메종일각의 러브라인은 고다이가 죽은 전남편에 대한 마음을 포함해서 쿄코를 받아들이고, 역설적으로 그로써 쿄코도 전남편에 대한 미련을 덜고 고다이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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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누야샤는 메종일각에 비해 남성향 색채가 훨씬 덜한 작품인데도 남주를 중심으로 메인 러브라인이 형성돼 있음
또 새로운 사랑의 대상인 카고메가 죽은 연인 키쿄우의 환생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히로인이 별개의 존재로 등장해서 가시적인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점도 특이사항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점에서 더욱 두 히로인과의 관계가 각각 유기적으로 얽히게 된 구조임
이누야샤와 키쿄우(생전)의 비극적인 서사가 없었다면 키쿄우의 환생인 카고메가 전국시대로 와서 이누야샤를 만날 일도 없었겠지...
반면 카고메와의 유대가 없었다면 이누야샤는 나락과 키쿄우가 얽힌 지독한 인연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없었을 테고.
이누야샤
"카고메는 내게 가르쳐줬어. 웃는 얼굴을, 사람을 믿는 마음을. 카고메가 있으니까 동료가 생겼어. 동료를 믿는 것도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도 진정한 강함도 상냥함도 카고메가 가르쳐줬어. 카고메는 나를 만나기 위해 태어나준 거야."
여기서 이누야샤의 딜레마가 발생함. 양쪽이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진 채 엮인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인연도 부정할 수 없기에 어느쪽도 선택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거야.
카고메
"너와 이누야샤 사이에 절대로 내가 끼지 못하는 과거가 있어! 그건 인정해 줄게! 근데 말이지. 나한테도 이누야샤와 보낸 시간이 있거든!"
결국 카고메는 이누야샤와 키쿄우 사이의 질기고 끈끈한 인연을 곁에서 지켜보며 상처받다가 키쿄우의 진정한 죽음 이후 그 상처를 짊어진 이누야샤와 맺어지게 됨
사실 이누야샤도 카고메가 없었으면 키쿄우와의 매듭을 저런 식으로 짓지는 못했을 테니까... 메종일각에서 쿄코가 고다이를 통해서 죽은 전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미련을 덜고 새로운 형태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것과도 구도상으로는 같아. 새로운 연인 쪽이 죽은 연인과의 인연을 통째로 수용하면서 맺어진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근데 이누야샤의 경우는 어찌보면 그 방식과 디테일 묘사에서 찜찜함을 훨씬 많이 남기고 있지... 메종일각 같은 경우는 갈수록 쿄코보다 오히려 고다이가 전남편에 대해 더 신경쓰면서 배려하는 모습이고 그게 둘 사이의 러브씬을 통해서도 그려짐. 쿄코와 고다이의 베드씬에서도 고다이가 쿄코 전남편 생각 때문에 발기부전(ㅠㅠ)에 걸려버리는 묘사가 나오고(물론 오해를 해결한 뒤에 제대로 잤잤함 ^^)b 하지만 이누야샤의 경우 키쿄우와 이누야샤의 키스씬은 클라이막스에서 굉장히 극적으로 그려지는 데 반해 카고메와의 키스씬은........
하지만 나는 사실 이 찝찝함마저 메종일각과 차별화된 이누야샤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보고있음ㅋㅋㅋㅋㅋ 너무 답습하면 그건 또 재미가 없잖아
두 작품 럽라구도에는 또다른 공통점이 있거든 바로 죽은 연인과의 인연이 있었기에, 그 위에서 새로운 사랑이 성립 가능하다는 점. 지난 사랑으로 인해서 새로운 사랑이 뜻깊은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과거의 사랑을 부정하거나 퇴색시키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서 의미를 찾는 거지.
첫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랑도 있는 거라고....
그런 메시지를 주는 게 뭔가 굉장히 어른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나는 참 좋더라.
이누야샤가 카고메를 절대 안사랑한게 아님 둘가지고 저울질했다는것도 의미가 없음 키쿄우는 이미 죽은사람인걸
이누야샤도 그걸 알고있다고 생각함 그래서 앞으로는 살날이 더 많을테니 카고메가 언젠가는 죽은사람도 잊게할수있지않을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