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싫이 내 인생웹툰이라 재탕을 몇십번 한 거 같은데 정말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캐릭터들 입체적이고 매력있다
작가가 진짜 세심하게 캐릭터 짠 게 느껴져서 코어층이 탄탄했던 것 같음..ㅜㅜ
혹시 이영싫 안 본 토리 있으면,,, 이영싫 꼭 봐줘
내가 정말 입체적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는 일단 주인공, 나가야
회색눈+눈 뜨면 사나운 인상인 작중시점 고2인 주인공은 공식 세계관 최강자임. 투시, 순간이동, 염력 등 유명한 초능력은 거의 다 가졌고 먼치킨임. 1화에서 히어로기관인 스푼에 영입되어서 히어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나가는 세계관 최강자 치고 마인드가 굉장히 소시민적임
기본적으로 선하고 양심적이지만,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도와주고 싶지는 않은, 어떻게 보면 별로 영웅적이지 않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 나가는 스스로가 항상 정원이 덜 찬 구명보트를 타고 있을 때 물에 빠진 사람을 외면할 수 없는 것처럼 남을 돕는다고 이야기하는데, 나가는 한번도 본인의 구명보트가 꽉 찬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함.
나가 스스로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관찰하기에는 이기적이고, 무시하기에는 양심적이라고 이야기함.
그렇다고 나가가 비겁하냐,하면 그건 또 아님..기본적으로 이타적이기 때문에 악에 대한 잣대가 굉장히 엄격하고, 본인이 규정한 악에 해당된다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걸 봐서 의외로 과격하게 정의로운 축에 속한다고 생각함. ( 사실 본인보다는 부모님 교육의 영향이 좀 있는 거 같음)
하지만 그건 악인에 한정지었을 뿐이지, 영웅적인 건 아님. 악에 대한 엄격한 잣대는 있지만, 자원봉사자는 아닌 거지. 이유없이 남을 위해 희생할 정도로 마냥 선한 인물은 아닌 현실적인 캐릭터라 입체적이라고 생각ㅠ(이런 캐릭터에 꽃혀서 찾아봤는데 없더라ㅜㅜㅜ)
게다가 작중 시점에서 주인공은 고작 고 2임.. 판단력이나 멘탈도 성인보다 미숙함. 난 작중에서 나가가 영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이 장면 카타르시스 오짐.. 초반에는 악당 눈만 마주쳐도 무서워하고 능력 못쓰게 됐다고 겁 먹던 나가가 능력도 못 쓰는 채로 위협당하고 있지만, 오히려 인질을 구하겠다고 다짐하는 거..초반 끔찍하다는 묘사가 자기 자신을 불쌍하다고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인질을 대하는 묘사인게 드러나면서 카타르시스가 두배임.. 그렇지만 이런 성장이 나가를 극적으로 바꿔놓은 건 아니고, 본질은 그대로라고 생각함. .그저 멘탈이 성숙해지고 능력활용에 익숙해지면서 이 상황에 대해 안전하게 탈출할 거라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즉 아직도 구명보트의 정원이 남은 상태였다고 봄.
이렇게 현실과 타협하는 주인공과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이
영정이지. (별개로 영정 캐디 정말 잘 뽑은 거 같음. 파도머리랑 영정이랑 진짜 잘 어울림)
영정은 모든 인간성을 버리고 오직 대의만을 추구하는 히어로임. 비인간적일 정도로 대의를 추구하고 감정에 절대 휩쓸리지 않음.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인류 전체의 행복이 온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사람이고,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 어떤 짓도 감수할 수 있는 여자임. 결국 그런 성격 때문에 백모래에게 미운털이 박혀 죽었고 죽는 순간까지 기인이었음. 영정이 나가에게 제안했던 방식인 어떻게 보면 잔인해보일 수 있지만 나가 본인도 작중 후반부에 가면 그 제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만큼 합리적인 방식이었음.
영정이 처음 등장했을 때 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나가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일을 칠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영정은 그런 사소한 감정에 좌지우지 되지 않았던 걸 보면 정말 예측불허의 캐릭터였음
물론 영정도 사랑이나 열등감같은 감정이 있긴 했지만, 그런 감정을 기계적으로 죽이고 자신의 신념을 추구하는 모습이 정말,,이상한데 독보적이었음..아마 제목인 이런 영웅은 싫어에서의 '이런 영웅'이 영정이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영정과 가담항설의 백매가 만나는 걸 보고 싶음. 인간의 나약한 양심을 혐오하던 백매가 영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정말 궁금함
그리고 또 재미있게 봤던 게 인간을 바라보는 불사신간의 차이
소금보라, 물보라 일족은 상처가 낫지 않기 때문에 인간 자체를 혐오하고 안 믿는데 반해
인간이 주는 어떤 치명상도 소용이 없는 이호네 종족은 인간을 호의적으로 바라봄
이호 종족 각각이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도 각자 다른게 이호는 인간을 완전히 동물취급했다가 백모래의 영향으로 인간 자체를 우호적으로 보게 되고, 백모래에게 느끼는 부성애와 죄책감이 강함. 하지만 결국 이것도 백모래 자체를 온전히 사랑해서 그런게 아니라 백모래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이 똘똘 뭉친 거라고 생각, 이호는 개인적으로 다시는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함. 실제로도 그렇게 되긴 했지만, 이호는 인간에게 쏟는 애정이 너무 커서 끝이 좋지 못할 거 같음. 늙어가는 대상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미칠 거 같음
형인 일호도 인간에게 호의적이지만, 이호에게 비할 건 아니라고 생각함.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호는 인간에게 느끼는 애정이 더 크다면, 일호는 혈육인 이호나 다른 불사신 가족들이 더 중요해 보임. 이호보다 성숙해서 인간은 결국 죽는 존재라는 걸 납득하고 애정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 같음.
은비단은 다른 가족들이 인간을 자식으로 본다면, 유일하게 연애대상으로 보는데, 신선했음..ㅎㅎ 그리고 모든 가족중 인간에게 주는 애정이 가장 적은 것 같음. 인간을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은비단은 누군가를 사랑해본적은 없을 거 같다. 그래서 내가 은비단 배우자면 솔직히 많이 힘들 거 같음..내가 내 배우자를 진심으로 사랑해도 상대방의 사랑을 확신할 수는 없을 거 같고 항상 은연 중에 나 역시 스치는 애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할 거 같어..어떻게 보면 가장 불사신다운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함. 저런 태도로 인간을 대하지 않으면 일찍 미쳐버렸을 거 같기도..
ㅎr..랩터 얘기랑 사사 얘기랑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데 너무 힘들다
암튼 이영싫 캐릭터 입체적이라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