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영물이라고 하잖아. 키우면서도 그걸 자주 느꼈고, 애가 나이를 먹고 나니 조용하고 점잖아져서... 정말로 사람 말 다 알아듣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묘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았어.
말만 안 통할 뿐인 정말 사람 같다는 느낌이었어..
그날도 고양이가 침대 위로 올라와서 나한테 막 앵기는데
순간 딱 그 느낌이 들더라고. 나 아프다고 하는 것 같았어.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딱 그 말이 머릿속에서 들리는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왜 그러지? 아파? 하고 물어보니까 얘가 대답을 하는 듯이 눈을 천천히 깜빡이는 거야.
천천히 깜빡이는 건 보통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그때 왜인지 ‘응’이라는 답처럼 들리더라고..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겠다 생각을 했었어. 최근 왜인지 밥 먹는 양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해서 걱정을 했었거든 ㅠㅠ (자율급식이었어서 양을 정확히 못 재봤어 ㅠㅠ 이게 나중엔 넘 속상하더라..)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혈뇨를 봤어. 너무 놀라서 바로 병원으로 안고 갔어.
결과는 충격적이었어... 마지막 건강검진이 괜찮았어서 마음을 놓았는데... 그 병원에서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2차병원 가라더라...
그리고 바로 입원 ㅠㅠ 긴 투병을 했어 ㅠㅠ
마취도 못하는 노묘라서 검사도 제한되고 씨티도 못 찍어봤고 ㅠㅠ 그래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는데 소화기계에 덩어리가 있다고만 들었어 ㅠㅠ
결국은 집으로 데려와서 홈케어 병행하며.. 그렇게 한달쯤 지나니, 어찌저찌 늦게 투여해본 약이 잘 맞아서 차도가 보이는 듯 싶었는데.. 나아지는 수치가 다시 둔화되고..
거기서 인내심 있게 기다려보면 좋았을걸.
내가 그만... 이참에 더 큰 대학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제대로 받고 치료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
고양이한테 ‘큰 병원 가자’고 말을 걸어봤는데.. 어쩐지 싫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
‘갈래?’ 하고 물어보니까 고개를 돌렸고. ‘가지 말까’ 하니까 나를 보고 눈을 깜빡였어.
이게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정말 답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거야..
그걸 믿어야 했는데 ㅠㅠ 나는 바보같이 ‘한번만 고생해줘’ 하고 설득하고 갔다 ㅜㅜ
이동거리도 길고 대기시간도 길어서 많이 위험한 일이었는데.. 상태도 좀 나아졌으니 이참에 제대로 도장을 찍자! 며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네.
결국 암것도 못하고 돌아왔어.
검사비만 200만원이라네..
만일 수술까지 진행하면 800까지도 예상해야된대고..
솔직히 검사비 100정도야 각오했는데... 최대 500까지도 더 쓸 생각까지 했어.. 근데......
가장 큰 이유는 그정도까지의 돈이 없었어.. 적금 다 깨봐도 남은 돈이 안 됐어. 이미 그동안의 투병으로 400이나 쓴 상태였고.. 진짜 이건 오바다 싶어서ㅠ
결국 암것도 못해보고 그대로 돌아와버렸어.
그뒤로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어. 딱 그날부터..
그 대학병원에서 잠시 검사한다고 데려갔다가 검사 중단하고 다시 애기 돌려받았는데 목에서 피가 나는거야;; 이게 뭐냐고 물어봤지만 제대로 답은 못 받고.. 아... 정말 데려가는게 아니었는데.
상태가 너무 나빠져서 결국 연명치료로 돌리고 안락사 시기를 조율하는 단계로 갔어.
그런데 울 엄마가 약간 무당팔자라 하거든. 증조외할머니가 무당이셨고..
엄마가 어느날 애가 마지막 인사를 한다는거야.
엄마랑만 있을 때 눈을 깜빡이는 모양이 딱.. 그동안 고마웠어요, 라고 말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
나는 그 말을 정말 믿기 싫었어.
사실 그 지경까지 가놓고도 나는 희망을 못 버렸거든 ㅠㅠ
왜 가기 직전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반짝 좋아진다고 하잖아.
울 고양이도 딱 그 상태였나봐. 용변을 다시 가리기도 하고.. 캣타워도 좀 올라가고..
그러길래 약도 다시 받고 체크도 받을 겸 동네 병원 예약까지 했었거든.
엄마는 병원행을 극구 반대했어.
얘는 가망이 없다고 단언을 하시는 거야.
근데 병원비는 다 내가 냈으니.. 내가 좀 절박하게 설득하고 매달리고 있었어.
근데 엄마가 마지막 인사를 봤다고 하니...
나도 가서 다시 말을 걸어봤어.
그때처럼 똑같이. ‘병원 갈래?’ ‘가지 말까?’ 라고..
그러니까 ‘갈래?’ 하면 고개를 돌리고, ‘가지마?’ 하면 똑바로 쳐다보고 눈을 깜빡였어.
세네번 질문을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똑같았어. 소름 돋을 정도로 ㅠㅠ
‘낫기 힘들 것 같아..?’ 하니까 너무 슬픈 눈으로만 쳐다보는 거야...
이번에는 실수를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예약을 취소했어.
예약취소는 정말 잘한 일이었더라..
그리고 이틀 뒤에 떠났거든....... 걔가 좋아하던 장소에서..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화장하러 데려가기로 했는데.
동생이랑 동생 남편, 조카까지 다 왔었어.
워낙 오래 정들었으니 다들 장례식은 와보겠다고 온거야.
근데 모두가 장례식장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음식 장만도 안 했고, 사실 고양이 알러지가 심하셔서 알러지약 먹어가며 고생을 넘 했던 분이라 ㅠㅠ
(*이 아이를 처음 키울땐 가족 중 아무도 알러지 증상이 없었는데 나중에야 증상이 나타난 경우야. 나도 결국 몇 년 전엔 약한 고양이알러지 판정 받았는데;; 알러지 방지용 용품이나 사료 쓰고 털 잘 빗겨주고 청소 잘하고 사람도 알러지약과 주사처방 받으면 키울 순 있어! 좀 고생스럽긴 해. 그 중에도 엄마가 너무 고생을 하셨다 ㅠㅠ)
암튼 이래저래 엄마는 좀 걔한테 애증도 있고 바쁘다면서.. 엄마만 빼구 모두 출발했어.
우리가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나니까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 지금 가겠다고. 아무래도 가야겠다고.
그래서 우리도 밥은 시켜먹으면 된다고 조심히 오라고 하고 들어갔지.
예약을 미리 했는데 좀 꼬여서 기다리게 됐어.
그리고 추모식 진행하려는데 엄마가 딱 도착한 거야.
적어도 30분 이상 걸리는 곳인데 15분만에 오셨어.
신호를 단 한 번도 안 받고 오셨대. 너무 기적적이었어.
추모식 진행이 조금 늦춰진 것도 그렇고... 엄마는 고양이가 자기 마지막 보러 오라고 부른 것 같았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서 나는 한동안 고양이 꿈을 자주 꿨어.
한 꿈에서는 애가 그대로 살아 돌아온거야. 나는 너무 기뻐서 막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그랬어. 동생이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나는 ‘평행우주에서 데려왔어’라고 답을 했어...
그리고 며칠 뒤 꿈에서도 또 고양이가 나왔는데, 내가 흰 강아지도 같이 데리고 와야 했었어. 고양이는 잠시 냅두고 어느 운동장으로 나가서 그 희고 큰 강아지를 만나러 가니까 애교를 엄청 부리더라고. 그 강아지를 데리고, 고양이랑 같이 어느 검은색 차에 타게 됐어. 근데 장소가 비좁아서 나랑 고양이는 타기가 어려운거야 ㅠㅠ 그래서 우선은 강아지만 타고 출발을 했어.
근데 아빠가 그 말을 듣더니 어릴때 흰 진돗개를 키웠었대... 할머니가 아빠한테 말 없이 개장수한테 팔아서 엄청 속상해했었다고. 울 고양이가 그 개를 같이 데리고 간건가 싶었어.
그리고 다음 꿈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우리 고양이를 만났고 강가 근처에 고양이를 묻어주러 갔고..
그 즈음에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 애니멀커뮤니케이션 하는걸 신청했었어.
사후교감을 해준다고 하더라고..
원래는 당연히 안 믿었는데 그때는 왜인지 그냥 믿거나 말거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
그런데 울 애기 성격이랑 아플 때 증상 등등을 넘 잘 맞추시더라고. 뭐 때려맞추기일수도 있지만 나는 딱 우리 애를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울 애가 곧 환생해서 보러 오겠다고, 얼마 안 걸릴 거라고 답했대 ㅠㅠ
그리고 한동안 유기동물 보호소를 엄청 눈여겨보며 지냈다구 한다...
하지만 한참 뒤에 또 꾼 꿈에서. 고양이가 나한테 안겨 있다가 다시 일어나서 가버리고.. 날 또 슬프게 보더니 떠나버리고 사라졌었어.
그날 엄마랑 술을 한잔 했는데 내가 슬쩍 털어놨어. 사실 내가 이런저런 애니멀커뮤니케이션?을 신청했고 곧 환생해서 돌아온다고 그랬었다고.
하지만 엄마가 걔 안 돌아온대. 엄마가 달래서 못 오게 했대.
한동안 고양이가 엄마 꿈에도 나타났는데 엄마가 막 울면서 신부님으로 환생해야 한다고(천주교 집이야) 너는 신부님으로 환생할 수 있는데 왜 서두르냐고 꼭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한참 울며 설득했었대.
나는 좀 야속했어... 곧 독립하려고 집 알아보는 중이라 내가 따로 나가서 키우면 그만 아닌가 싶기도 했고. 애가 오겠다는데 왜 막았나 싶어서 넘 슬펐어 ㅠㅠ 그치만 다시 생각하니.. 단지 내 욕심 때문에, 내가 보고 싶다고 빨리 고양이로 다시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거라면... 그건 아닌 것 같더라... 이제는, 사람이 될 기회가 있다면 그리 되는 게 더 좋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리고 유골함 만지면서 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행복한 길만 선택하라고, 나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
그때 울 애가 침대에 딱 올라올 때의 그 진동이 느껴지더라고. 지금 옆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넘 강하게 들었다..
그 뒤로도 안방은 고양이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는데 거기서 고양이 털이 날리기도 하고.. 묘한 일들이 꽤 있었네.
지금도 가끔 너무 그립고, 가장 가슴아픈 건.. 애니멀커뮤니케이션 할때.. 고양이도 나를 그리워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제일 가슴아팠어..
그치만 환생은 있는 것 같고 (천주교지만 환생은 믿게됨ㅋㅋㅋ;;) 완전한 이별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 지금은 마음이 좀 편해. 가끔 꿈에서 보고 인사하기도 하구. 이제는 거의 안 나타나지만 말야..
마무리를 어케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고양이도 먼 길을 떠날 때 여러 묘한 경험들을 주고 가는 것 같아서 썰을 풀어봤어.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