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5


늦여름의 해는 생각보다 길어서, 디저트를 깔끔히 비운 유진과 혜준, 그리고 아이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도 여전히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혜준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차분하고 평화로운 느낌에 기지개를 켰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은 언제나 쏜살같이 달아나서, 붉게 잠기는 황혼을 눈에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 그 문제는 분명 유진이 의견을 냈을 터였다. 유진의 빨간색에 대한 집착은 익숙했다. 첫 만남부터 붉은 와인을 제게 들이대지를 않나. 유별난 사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제 유진이 빨간색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새빨간 색만 빨간색이 아닌 것처럼. 붉은색에 갇혀있던 유진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졌다.


유진은 혜준에게 이따금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혜준을 봐서 깨달은 점인데, 혜준은 초여름 아침 7시의 태양이 아니라, 초여름 오후 5시의 태양에 더 가깝다고. 이헌의 주장은 영 틀린 거라고. 아무래도 저 말이 이헌과 관련된 듯 보였다. 서로 알게 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그 둘은 아직도 얼굴만 봤다 하면 투닥거리기 일쑤였다. 혜준은 피식 웃었다. 저 이야기는 아주 죽을 때까지 우려먹겠네, 싶었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태양이라는데. 혜준은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 보물 사냥꾼들, 다음 단서는 무엇입니까?”


*


혜준은 초여름 오후 5시의 태양이었다. 희게 빛났다가, 점차 색이 짙어지는. 그렇지 않고서야 저 늘어지는 황혼빛을 받고 저리 예쁘게 빛날 수 없었다. 해가 길어서 다행이야, 유진이 작게 속삭였다. 밥 먹고 나오면 해가 질 것 같았는데. 아직 낮이 좀 더 기네. 그래야 혜준이 이렇게 붉은빛에 물들어 잠겨가는 모습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랑 일 때문에, 요즘은 그리 자주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황혼의 색은 다양했다. 다양한 스펙트럼. 결과는 변화무쌍하지만, 한 방향을 향해 뚝심 있게 걸어가는 태양이 만들어낸 궤적이었다. 유진은 저녁놀을 한껏 받고 있는 저 혜준을 삼키고 싶었다. 이렇게 바라보는 혜준은 마냥 달아 보였지만, 실상은 톡 쏘는 알싸한 맛일 것이다. 혜준은 언제나 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다이나믹한 범위에서 돌아다녔다. 무엇이 주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혜준의 빛은 남을 태우지 않았다. 혜준에게 빠진 사람이 스스로 불타게 만드는 종류의 빛이었다, 그것이 정의이든 사랑이든지 간에. 그렇지만 그게 마냥 고통스럽지 않은 과정이었다. 유진은 혜준에게 그 정도로 홀려버렸다.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황혼의 색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붉은색이 가라앉고 나면, 푸른 밤이 찾아올 터였다. 그래서 따뜻한 밤으로, 내일을 준비하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같이 의지하고 쉴 수 있는. 내일의 태양이 맑게 떠오르리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었다, 이혜준이란 사람은. 오후 5시, 황혼, 초저녁, 그리고 다시 아침. 인정하긴 싫지만, 채이헌이 말한 아침 7시의 태양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밝고, 맑고, 청량하고. 혜준은, 그냥 태양이었다.


유진은 이헌이 저보다 먼저 혜준을 만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보다 먼저 혜준을 파악하고 이름 붙이다니. 질투로 속이 조금 꼬였다. 그래도, 채이헌은 절대 모를 것이다. 혜준이 얼마나 붉은 욕망을 갖고 있는지. 제 앞에서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었다. 조금 전 침실에서의 입맞춤이,


“자, 보물 사냥꾼들, 다음 단서는 무엇입니까?”


앞서 휘적휘적 걸어가던 혜준이 유진과 아이들을 돌아보며 웃었다. 유진은 그 얼굴을 마주 보며 웃다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우선 보물부터 챙기시죠, 선장님.”


유진이 혜준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상자를 내밀었다. 자, 열어봐봐. 이게 뭐야? 혜준이 상자를 열며 말했다. 빨간색 목걸이네. 혜준이 유진을 바라보며 곱게 눈을 휘었다. 고마워. 예쁘다. 감상이 너무 담백한 게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혜준이 웃는데.


“뒤로 돌아봐. 목걸이 해줄게.”


“와, 나 붉은색 장신구만 몇 개야? 셀 수가 없겠는데.”


혜준이 쿡쿡 웃으며 한 손으로 짧은 뒷머리를 쓸어 올렸다. 유진이 목걸이를 들고, 혜준의 목을 은근하게 쓸었다. 한 손으로 쥐어도 꽉 잡힐 것 같았다. 가냘프거나 허약한 건 아니지만, 이 저보다 작은 몸에서, 어디서 그런 강단과 힘이 나오는지. 유진이 혜준의 뒷목에 지긋이 입술을 누르며 속삭였다. 그래도 이번 건 애들이 골라준 거야. 장미가 루비를 물고 있는 모양 예쁘지? 돌아봐봐.


“간지러워.”


혜준이 눈을 살짝 흘기며 뒤를 돌았다. 붉은 노을에 잠겨 붉은 목걸이가 반짝 빛났다.


“잘 어울린다. 우리 애들 안목이 좋네.”


내 인생에 빨간색은 딱 두 명만 허락할 거야. 그러니 딱 당신한테만 해주는 겁니다, 이혜준씨.


“그래? 우리 애들은?”


첫째가 옆에서 거들었다. 아, 난 빨간색 싫어. 파란색이 좋아. 빨간색은 쟤가 좋아하지. 셋째가 고개를 끄떡였다.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쪽지를 찾던 아이들이, 찾았다, 소리쳤다. 자, 엄마, 다음 단서야.


*


- 금화를 보물과 교환하시오.


교환 위치. ㅁ로 시작하는 빵집을 지나서 왼쪽으로 스무 걸음.


ㅁ는 누구일까요? 나는 알파벳의 16번째 형제입니다. 우리 몸속에서 쉬지 않고 일하는 장기의 단짝친구이기도 해요. 나는 몸이 매우 붉은 액체랍니다. (정답 1글자)



“흠. 답은 피니?”


음, 이건 좀 징그러운걸? 혜준이 아이들을 돌아봤다. 맞았어! 이번엔 단번에 맞췄네? 아이들이 방방 뛰었다. 수수께끼는 그걸로 끝이 아닌데? 빨리빨리, 엄마. 시간이 없어!


P로 시작하는 빵집. 저기 건너편 상가에 있는 저 빵집을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다. 왼쪽으로 스무 걸음이라. 혜준이 시작점에 서더니, 입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아이들이 따라서 숫자를 세며 혜준의 뒤를 쫓았고, 그 뒤를 다시 유진이 따라 걸었다. 마지막 걸음을 내디디자, 혜준은 코너의 작은 빵집에 도착해 있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작은 디저트 가게였다.


“자, 도착했습니다. 이다음엔 어떻게 할까요?”


첫째가 킥킥 웃으며 혜준의 손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쥐여 줬다. 금화 모양 초콜릿이었다. 헤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걸로 저기 가서 보물과 교환해오라고?”


아이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 금화 초콜릿으로? 그거 너무 이상하지 않니 얘들아? 혜준이 아이들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아이들은 단호했다. 아냐, 해적은 그래도 돼.


*


딸랑. 출입문의 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혜준은 쭈뼛쭈뼛한 걸음으로 가게에 들어섰다. 따뜻하고 달콤한 냄새가 가게 안에 가득했다.


“어서 오세요.”


가게 주인이 인심 좋게 웃으며 혜준을 맞이했다. 저렇게 친절한 얼굴 앞에, 이 초콜릿을 내밀면서 보물을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혜준은 창밖에서 저를 보고 웃는 가족을 슬쩍 돌아보았다.


“저, 이런 말씀 드리긴 좀 그렇지만,”


“아, 저 가족, 몇 시간 전에 뵈었었는데. 정말 화목하시더라고요. 재미있는 부탁도 하시고.”


다행히 가게 주인이 먼저 아는 척을 해왔다. 네, 아이들이 조금 난감한 부탁을 해서요. 혜준이 운을 뗐다.


“이 금화를 보물과 교환해오라고 하더라구요.”


혜준이 조금 부끄러워하며 금화를 내밀었다. 가게 주인이 선뜻 초콜릿을 받아들었다.


“오늘 생일이신가 봐요. 여기 케이크 드릴게요.”


아까 결제 다 마치고 가셨어요. 아차. 여기 쪽지도 같이 드리라고 하던데요. 초는 옆에 붙였습니다. 가게 주인이 케이크 상자와 쪽지를 건넸다.


혜준은 케이크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쪽지를 펼쳤다.


- 나는 하루 종일 정해진 길을 따라 돌아다닙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색깔과 숫자로 구분해요. 나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데리고 다닌답니다. 아침과 저녁에 제일 바쁜 나는 누구일까요? (정답 2글자)


가장 가까운 ㅁㅁ정류장으로 찾아가시오.


*


짠. 혜준이 아이들에게 케이크 상자를 들어 보였다. 와, 엄마 너무 힘들었어, 엄살을 부리자 아이들이 혜준에게 매달렸다. 첫째가 영어 ‘P’가 생긴 지도를 건넸다. 또 업데이트해 줘야겠는데? 혜준이 케이크 집에서 받은 쪽지를 흔들었다. 유진이 자연스럽게 혜준의 손에서 케이크 상자를 가져갔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이 어딜까?”


아이들이 와르르 웃으며 앞으로 뛰어갔다. 셋째가 어설프게 뛰다가 비틀거리자, 유진이 어어, 하면서 뛰어갈 준비를 했다. 혜준이 유진의 옷자락을 살짝 그러쥐었다. 아냐, 애들이 알아서 하게 두자. 반걸음 앞서 뛰어가던 첫째와 둘째가 멈춰 뒤돌아 셋째를 돌아봤다. 눈짓을 나누던 아이들이 셋째의 손을 한쪽씩 잡고 걷는 둥, 뛰는 둥, 다시 즐겁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혜준이 곁으로 다가가며 한 손으로 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유진도 자연스럽게 혜준의 어깨를 감쌌다. 땅거미가 마지막 붉은빛을 내며 밤에 잠겨 들고 있었다. 그 어스레한 빛을 뚫고 앞서가는 세 아이를 보던 혜준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 모습을 담았다.


“당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한 적 있었어?”


“글쎄, 그때는 어떻게든 당신 삶에 끼어들려고 노력하던 때라. 멀리 볼 여유가 없었어.”


유진과 혜준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자격이 있을까?”


나는 아직, IMF의 그늘에 잡혀있는 것 같아. 망할 사모펀드. 아까 이번 사건 때문에 말을 듣는데, 또 문득, 그때 기억이 떠오르더라. 난 내가 보고 배울 엄마가 없었어. 고모가 마리랑 나를 자매처럼 키우긴 했지만, 마리네 엄마지 내 엄마가 아니니까. 이리저리 치여도 도망칠 수 있는 곳이 가족인데,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내가 버려지지 않을까, 누를 끼치지 않을까,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어. 난 아빠밖에 없었는데. 아빠도 IMF에 짓눌려서 사라져버렸으니까. 그래서 나는 좋은 부모가 어떤 건 지 몰라. 이래도 괜찮을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혜준. 당신은 언제나 옳아.”


유진이 혜준의 어깨를 꼭 끌어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있잖아, 같이 해나가면 돼. 그렇게 치면 나도 아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래도 나 잘하고 있잖아?


“정말?”


혜준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글쎄.... 혜준이 말끝을 흐리자 유진이 심통을 부렸다. 나 완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거 아시잖아요, 이헤준씨. 그래. 알고 있어. 혜준이 유진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


혜준이 빠르게 버스정류장을 훑었다. 단서가 어디에 있다는 거지? 뚫어져라 버스 노선표를 보고 있는데, 셋째가 혜준의 옷을 잡아당겼다.


“엄마, 여기.”


의자 근처 기둥에 작은 쪽지가 꽂혀 있었다. 아이들이 숨기는 거니까, 눈높이에 맞춰 봤어야 하는데. 아차 싶어 얼른 쪼그려 앉아 쪽지를 펴봤다. 고마워, 혜준이 아이에게 살짝 입 맞췄다. 익숙한 날카로운 필체로 적힌 글자가 보였다.


- 낮을 영어로. 한글 발음 두 글자.


데이(Day). 아, 이 수수께끼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귀엽네. 혜준이 미소 지었다.


“짠. 엄마 다 찾은 것 같은데? 이제 끝인가?”


첫째가 엄마에게 선물을 건넸다.


“자, 엄마 여기. 보물이야.”


첫째가 건네준 물건은 위에 토끼가 매달려 있는 볼펜이었다. 빨간 리본으로 묶은 볼펜의 몸통에 작은 쪽지가 하나 더 달려 있었다.


“엄마가 낮 시간 동안에 제일 많이 쓸 것 같은 걸 골랐어. 보면서 우리 생각하라구.”


“고마워. 자 얘들아 이리 와 봐. 엄마가 안아줄게.”


정말 재미있었어, 혜준이 몸을 일으켜 아이들을 팔 안에 가뒀다. 이제 집에 가야지. 셋째가 긴 하루에 지쳤는지 하품을 했다. 유진이 한쪽 팔로 셋째를 감아 들었다.


“자, 얼른 집에 가자. 엄마 케이크 잘라야 해.”


유진이 상황을 정리하고 앞서 걸어 나갔다.


근데 그거 알아, 엄마? 아직 안 끝났어. 둘째가 속삭였다. 뭐? 더 있어?


- 옷 방으로 가세요.


*


“와, 이런 건 언제 준비했대?”


혜준이 선물 상자를 풀어 안의 내용물을 살폈다. 혜준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편한 오피스룩이었다.


“이제 가을이니까, 자켓도 바꾸고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


“응, 깔끔하니 좋은데? 역시 안목 좋아, 한유진씨.”


혜준이 웃으며 유진의 볼에 키스했다. 실용적이고. 새 자켓을 입은 혜준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바스락. 작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와, 아직 남은 거야? 난 퍼즐이 다 완성됐다고 생각했는데”


혜준이 대단하다는 듯이 킥킥 웃었다.


- 엄마가 우리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


*


혜준은 거실 한쪽의 흰 피아노로 다가갔다. 그 뒤를 혜준의 가족이 쪼르르 따라왔다. 흰 피아노는 혜준이 큰맘 먹고 처음 산, 제게 투자한 첫 물건이었다. 저 피아노를 산 해에 유진을 만났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피아노였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피아노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혜준이 피아노 뚜껑을 살짝 쓸다가, 역시 먼지가 한 톨도 없었다, 뚜껑을 열었다. 악보 받침대에 숫자 2가 쓰인 쪽지와 접힌 또 다른 쪽지가 있었다.


둘째가 방에 뛰어갔다가 빨간 리본이 묶인 피아노곡집을 들고 왔다. 짠, 이것도 받아. 내가 주는 보물이야. 유명 디즈니 노래가 담긴 피아노곡집이었다.


“앗, 고마워, 둘째야. 근데 이 선물 왠지 사심이 들어간 것 같은데? 이거 네가 좋아하는 영화 OST 모음집 아니야?”


“음, 엄마한테 선물도 되고, 나한테도 그렇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둘째가 가슴을 쭉 피며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가 쳐주는 피아노가 좋아. 그러니까 이것도 잘 쳐줘야 해!


아이들이 생기면서 유진과 혜준 둘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온 변화 중 하나는, 음악이었다. 둘 다 클래식이나, 아니면 뮤지컬 넘버만 은은하게 틀어놓았었는데,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둘의 취향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최신 가요와 만화 주제가, 동요를 줄줄 꿰고 있는 유진 한이라니. 가끔 정말 믿을 수 없게 변한 모습에, 적잖이 즐겁게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아빠도 피아노 엄청 잘 치는데? 아빠가 쳐줄까?”


“음, 그렇지만 오늘은 엄마 생일이니까! 엄마가 치는 피아노가 듣고 싶어.”


마지막 쪽지는, 엄마가 피아노를 쳐야 답을 얻을 수 있잖아, 둘째가 속삭였다


- 베토벤 소나타 8번, 3악장의 마지막 음에서 두 음 올라간 음의 이름은?


비창 3악장. 만약 혜준 자신과 유진을 잇는 운명적인 인연의 끈이 있다면, 첫 만남 때 비창 3악장에 대해 교감한 것이 아닐까. 그때 만약 나국장을 따라 유진 한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면, 그 카페에서 반짝반짝 작은 별 연주곡이 나오지 않았다면, 제가 피아노를 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 이야기가 베토벤 소나타로 귀결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혜준이 이렇게 이 사람들과 한 자리에 웃으며 있을 수 있었을까.


혜준은 언제나 비창 3악장이 조금, 슬프다고 생각했다. 2002년, 집에서 피아노가 사라질 때 마지막으로 치고 있었던 곡이기도 했다. 주제부가 반복되는 론도는, 혜준의 삶이 어디 비슷한 궤도를 반복적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과거의 향수와 고통이 번갈아 떠오르는 그런 곡이었다. 그 곡을 치고 있자면, 어떨 때는 아련한 추억이 어떨 때는 고통이 혜준을 감쌌다. 알레그로, 빠르고 경쾌하게. 그렇지만 혜준이 연주하는 3악장은 어딘가 조금 늘어지곤 했다. 마음 깊숙한 곳의 무엇이 곡의 발끝을 잡고 늘어지는 것 마냥. 혜준이 이 곡을 제 속도로 칠 수 있게 된 것은, 유진을 만나고 난 뒤였다.


유진 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제멋대로 자유분방하게 구는 사람. 유진은 비창과 조금 닮아있었다. 곡이 자유분방해 보이면서도, 그 속에는 대위법이라는 규칙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그 모습이 비록, 어린 시절의 고통을 무디게 갈아내면서 나타난 모습이라 해도. 위험한 길이라도 목표를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것처럼. 알레그로. 유진은 알레그로를 닮은 사람이었다.


그의 박자가 혜준의 인생에 들어왔기 때문에, 혜준은 비창을 제 속도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곡이 더 이상 비극적으로 들리지 않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해, 피, 버스, 데이, 투. 피아노 건반에는 마지막 글자를 채울 단어가 없을 것 같았다. 손가락이 악보를 기억했다. 그렇지만 혜준은 저를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배신할 수 없었다. 혜준이 첫 음을 약하게 눌렀다. 이후 손이 미끄러지듯 다음 마디로 넘어갔다.


*


혜준이 연주하는 피아노는 혜준과 닮아있었다. 담백하고 정직한 연주였다. 기교로 뒤덮지 않아 느껴지는 청량함이었다. 유진은 혜준을 처음 본 날의 전경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던 나른한 오후. 베토벤 소나타 8번 3악장이, 조금, 슬프다는 말. 그 감상은 제 감상과 놀랍도록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혜준이라는 사람을 더 알고 싶어졌다. 먼저 호기심을 갖는 것은 처음이라, 그리고 그 관심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진심이어서 놀랐던 기억도 있었다. 내가 포기한 것. 그에 얽힌 깊은 감정의 골과 음악에 대한 갈망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남은 인생을 모두 주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곡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유진은 슬그머니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


도. 마지막 음에 손가락이 걸렸다. 혜준은 연주의 여운을 느끼며 잠시 심호흡을 했다.


“난 엄마가 피아노 칠 때가 정말 좋아.”


“나도. 나도 저렇게 피아노 잘 치고 싶어.”


“나도 피아노!”


레. 미. 마지막 글자는 미였다. 해피버스데이 투 미. 해피버스데이 투 유가 아니라? 이제 보니 높은음자리 미 건반 옆면에 작은 장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엄마는 꼭 엄마 생일 대충 챙기더라? 난 생일날만 기다리는데. 아빠가 챙기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려고 그러지?”


첫째가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는 혜준의 등에 매달렸다. 유진이 큰 장미 다발을 혜준에게 안겨줬다.


“자, 모든 보물을 찾은 걸 진심으로 축하해요, 이혜준씨.”


혜준은 이 기분을 무어라 정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따뜻함, 강렬함, 포만감, 약간의 저릿함과 아련함. 그래서 혜준은 생각을 그만두고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 난생처음으로 혜준 스스로가 온전히 제 생일을 축하한 날이었다.


**


카메라를 삼각대 위에 놓고, 제가 찍겠다고 달려드는 아이들을 말리느라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 잘 찍을 수 있어, 아냐 내가 더 잘 찍어, 나도 찍을 줄 알아! 보다 못한 유진이 상황을 정리했다. 얘들아, 지금 케이크 먹어야 해. 너희 내일 학교 가야지. 의도와 다르게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한다는 말에 더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럼 학교 가기 전에 더 놀아야지!”


결국 온 가족이 식탁 앞에 둘러앉게 된 것은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그동안 가족사진도 찍고, 세 아이들이 완성한 보물지도 사진도 찍었다. 간만에 가족끼리 보낸 북적이는 저녁이었다. 신나게 놀다 지친 아이들이 제 몫의 접시를 들고 얌전히 혜준이 소원을 빌고 촛불을 끄기를 기다렸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눈을 뜬 혜준은 한 번에 모든 촛불을 껐다.


“엄마 무슨 소원 빌었어?”


“비밀이야. 소원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야기하면 안 된대.”


혜준이 케이크를 정확하게 반으로 자르려 노력하며 대답했다. 유진은 바쁘게 움직이며 아이들의 소매를 걷고 있었다.


“난 당근 싫어. 그러니까 제일 조그만 조각으로 줘.”


첫째가 미심쩍다는 듯이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당근이랑 케이크라니, 어울리는 조합 맞아?


“난 큰 조각!”


둘째가 빠르게 덧붙였다. 저기 장식 있는 부분으로 주면 안 돼?


“엄마, 나도 제일 큰 조각.”


셋째가 따라 말했다.


그래, 알았어. 혜준이 아이들에게 케이크 조각을 나눠주고, 유진의 몫도 덜려는 차였다. 유진이 혜준을 막았다.


“아냐, 오늘은 생일인 사람이 제일 좋은 걸 먼저 가져갈 거야.”


유진이 혜준의 손에서 나이프를 가져가 가장 큰 조각을 혜준의 접시에 덜었다. 그 뒤 차근차근 아이들의 접시에 케이크를 덜어준 후, 제 접시에도 한 조각 담았다.


“엄마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야지.”


“엄마 생일 축하해!”


아이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흥얼거렸다. 해피버스데이 투 유, 해피버스데이 투 유,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영어와 한국어가 묘하게 뒤섞인 노래였다. 사랑하는 우리 혜준. 유진이 귓가에 속삭였다.


“엄마, 엄마는 왜 당근 케이크 좋아해?”


첫째가 얼굴을 찡그리며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없는 당근을 예상한 모양인데, 생각보다 달고 맛있자 첫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음, 네 아빠랑 처음 먹은 케이크라서.”


혜준이 유진을 돌아보며 웃었다.



**


각자 아이들 한둘을 맡아 씻기고 재우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 깊어졌다. 혜준은 소파에 앉아 카메라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고 있는 유진의 무릎을 베고 길게 누웠다.


“잘 나온 사진 있어? 또 한 장 뽑아다가 걸어놓을까?”


혜준이 유진이 들고 있는 카메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참, 세 명이 눈을 다 뜨고 있는 사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유진이 쿡쿡 웃으며 혜준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되는대로 셔터를 누른 스냅사진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정말 셋 모두 얌전한 사진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었다. 누군가 뛰어오르지 않으면, 누군가는 드러누웠고, 누군가는 카메라를 향해 달려들었고, 이유도 제각각이고 표정도 제각각이었다. 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우리 이번 사진 뽑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유진이 혜준의 머리를 가만가만 쓸었다. 유진은 아이들 사진을 보며 웃는 혜준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런 말 하기 정말 미안한데 혜준아, 당신이 포기한 게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난 우리 애들이 형제가 많아서 좋아. 가끔 애들이 부러워. 피를 나눈 형제가 있다는 게 무슨 느낌일까? 혼자 남겨지지 않는다는 기분이 어떤 걸까?”


“그러게. 나는 마리가 있긴 했지만, 알잖아. 난 군식구에 가까우니까. 동등한 형제 관계는 아니었지.”


우리 애들은 행복할까? 혜준이 카메라를 옆으로 치우고 유진의 옷깃을 잡아 제게 끌어당겼다. 혜준은 유진을 제 입술로 끌어당겨 입 맞추며 말을 이었다. 오늘 생일 정말 고마워. 그렇지만, 넷째는 안 돼. 유진이 입을 맞추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미안해, 내가 그렇게 힘이 좋을지 누가 알았겠어?


*


혜준이 침실 문가에 얼굴만 쏙 내민 채 유진을 불렀다.


“당신 선물 하나 더 남아있더라? 방금 발견했어.”


침대에 앉아 태블릿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던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어, 그 옷장에 있는 거?


“응, 하마터면 발견 못할 뻔 했어.”


“저번에 뉴욕 출장 갔을 때 7번가 구경하다가 당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오긴 했는데. 알다시피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내가 이런 옷은 거의 안 입잖아.”


“그냥 내 욕심이니까, 입지 않아도 괜찮아. 당신 좋아하는 옷,”


혜준이 숨어있던 문틀에서 폴짝 튀어나왔다. 와, 유진이 숨을 들이쉬었다. 무릎길이의 클래식한 붉은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혜준이 유진에게 걸어갔다.


“이건 선이 거의 안 들어가서 그런가. 입기 편하네.”


색도 차분하고. 혜준이 유진의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어때?


“잘, 어울린다.”


“감상이 그게 다야? 나 이런 옷 자주 안 입어요, 한유진씨.”


근데, 이 옷 나한테 되게 잘 맞는다. 사이즈 어색한 곳이 하나도 없어. 혜준이 감탄했다. 알아, 나 세탁소집 아들이잖아. 옷에 아주 도가 텄다고. 유진이 눈을 곱게 휘며 웃었다. 혜준이 맨발로 자박자박 걸어서, 유진의 무릎에 놓인 태블릿을 저 멀리 치워버렸다. 혜준은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침대에 올라간 다음 유진의 무릎에 걸터앉았다. 숨 쉬세요, 한유진. 혜준의 입술이 유진의 귓가로 향했다.


사실, 나도 붉은색 좋아해. 당신 덕분이야.


*


약속한 것보다 더 늦어졌지만 드디어!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왔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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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만든 보물찾기 지도는 대충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ㅋㅋㅋㅋㅋㅋ


종영하고, 계자님이 풀어주시는 오피셜 설정들 보고, 유진 본체 인터뷰랑 라방까지 보니까 진짜 머니게임이 떠나나 싶어서 넘 싱숭생숭하다ㅠㅠㅠ 그래도 이번주까지는 같이 더 달려줄거지..?ㅠㅠ


뒷 이야기 더 쓰고 싶은데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 불타는 밤 맨날 보기만 했지, 실제로 쓸 수 있을까요...



*


찰칵. 유진의 손목에 다시 수갑이 채워졌다. 아까 해봤더니 좀 재미있더라고. 혜준이 짓궂게 웃었다. 혜준은 긴 줄에 걸린 열쇠를 목에 걸었다. 손 안 쓰고 이 열쇠를 벗겨내면, 손 풀어줄게. 단, 조건이 두가지 있어.


첫째, 넷째는 안 돼.


둘째, 나 내일 엄청 일찍 출근할 거야.



까무러치듯 잠든 혜준이 눈을 떴다. 온몸이 쑤셨다. 유진 한. 혜준이 이를 갈았다. 오늘 일찍 출근해야 한다니까. 뻐근한 팔을 들어 옆을 더듬었지만, 유진을 발견할 수 없었다. 뭐야, 어디 갔어. 헤준이 무거운 몸을 돌려 빈자리를 바라봤다. 찰칵. 문이 열리더니, 가운을 입은 유진이 욕실에서 머리를 털며 나오고 있었다. 깼어? 좀 더 자도 되는데. 아직 새벽이야.


대충 이런 전개로 갔다가, 뮤지컬도 보러가고. 그럴겁니다... 혹시 못 돌아올까봐...

  • tory_1 2020.03.09 01:35

    작가토리 보물지도까지 그려줬어ㅋㅋㅋ

  • W 2020.03.12 00:00

    ㅋㅋㅋㅋ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하나 그려왔습니닼ㅋㅋㅋㅋ

  • tory_1 2020.03.09 02:13

    끝까지 봤는데 혜준이가 잘못했네ㅋㅋㅋㅋ

  • W 2020.03.12 00:00

    우리 혜준이,, 하고싶은거 다 해!!!!ㅋㅋㅋㅋㅋㅋ

  • tory_2 2020.03.09 02:23

    나까지 행복해지는 글이당ㅋㅋ 보물지도 넘모 귀엽고요ㅋㅋ

  • W 2020.03.12 00:01

    아유 감삼다 같이 달려주시져ㅠㅠ 머겜 못보내ㅠㅠ

  • tory_3 2020.03.09 02:32
    지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W 2020.03.12 00:01

    ㅋㅋㅋㅋ내 글씨체 탄로났스ㅠㅠㅋㅋㅋㅋㅋ

  • tory_4 2020.03.09 02:49

    정말 행복한 가족이다 ㅠㅠㅠㅠ 근데요 선생님! 돌아오셔야합니다!! (단호)

  • W 2020.03.12 00:01

    아 선생님들이 계시는 한 저는 좀 더 써오고 싶은데요ㅠㅠ 같이 달리시죠

  • tory_5 2020.03.09 05:14
    아 너무 좋다 진짜ㅠㅠㅠ 읽는 내내 행복해지는 글이었어ㅠㅠㅠㅠ 초여름 오후 5시 같이 따사로운 햇볕이 느껴지는 그런 글 ㅠㅠㅠㅠㅠ 선생님 돌아오셔서 다음 이야기도 풀어주셔야 합니다!!!
  • W 2020.03.12 00:02

    이헌발 아침 7시 반박하느라 고생 많이했습니다ㅠㅠ 유진한 내 노고를 보고 혜준이에게 망러팅 말고 잘 해보쇼! 열심히 또 써올게! 조금 텀이 길지만ㅠㅠ

  • tory_6 2020.03.09 05:15
    보물지도 뭐야 너무 귀엽다 ㅜㅜ 나 다음편 기대하고 있을거야 !!!!!!
  • W 2020.03.12 00:02

    히히 보물지도 괜찮습니까! 담편 열심히 돌려볼게!!!

  • tory_7 2020.03.09 08:13
    너무 예쁘다ㅜㅜㅜㅜㅜㅜ
  • W 2020.03.12 00:03

    감삼다 우리애들 영원히 행복해야해ㅠㅠㅠㅠ

  • tory_8 2020.03.09 08:41

    와.. 어떡해.... 너무 행복한 글이야...ㅠㅠㅜㅜ

  • W 2020.03.12 00:03

    감삼다! 복작복작하게 잘 살거야 분명히ㅠㅠㅠ

  • tory_9 2020.03.09 08:57
    제발 다음편 ㅜㅜㅜㅜㅜ
  • W 2020.03.12 00:04

    또 행복회로 착즙날조곡해사기 좀 돌려보고 오겠습니다!

  • tory_10 2020.03.09 11:10

    둘 다 외로워보여서 아이들 복작복작한 가정을 이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작가토리 덕분에 염원을 이루어따...ㅠㅠ 고마워

  • W 2020.03.12 00:04

    맞아 둘다 형제 없고 외로워서 왠지 여건이 되면 복작복작하게 살 것 같았어ㅠㅠㅠ

  • tory_11 2020.03.10 02:4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9/13 13:43:38)
  • W 2020.03.12 00:04

    아유 감삼다ㅠㅠ 같이 봐줘서 넘 고마워 계속 같이 달리자 히히

  • tory_12 2020.03.10 12:12
    아 세상따뜻해ㅠㅠ 너무고마워톨아
  • W 2020.03.12 00:05

    아유 아님다 제가 덕분에 더 행복하게 글 썼습니다ㅠㅠ 또 열심히 가져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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