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story. 핸드폰
월요일부터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 혜준은 몇 시간에 걸친 회의 후에도 쉴새 없이 일하다가 잠시 기분 전환을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사실 이렇게까지 쉬지 않고 몰아치면서 일할 정도로 바쁜 건 아니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선 몸이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 위로, 해줄걸 그랬나
이렇게 잠시 짬이라도 생기면 자신의 말에 흔들리는 유진 한의 눈동자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 얘기를 한 건 후회하지 않지만... 위로의 말을 해줬다면 이라는 가정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건 성가실 정도로 자신 앞에 나타나던 유진 한이 갑자기 사라져서 그런 걸 것이다.
늘 불쑥 찾아와 혜준을 흔들어놓던 유진 한은 벤치에서 얘기를 나눴던 그날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습뿐만이 아니라 뜬금없이 걸어오던 연락조차도 한번에 끊어졌다.
‘오늘, 시간 안되나요?’
‘오늘 기재부 왔는데 안보이네요 바쁜가봐요 이사무관?’
‘혹시 이거 제목 알아요? 어머니가 찾는 한국 노랜데 물어볼 사람이 이혜준씨밖에 없네요’
만나자고 하는 문자부터 굳이 왜 자신에게 묻나 싶은 문자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던 사람이 연락이 끊기니 자꾸 핸드폰으로 시선이 가게 되었고, 며칠 전에는 박 사무관에게 기다리는 연락이라도 있냐고 연애하냐는 말까지 들었다.
- 정신 차리자 이혜준
지금까지가 이상했던 것이었다. 혜준은 다시금 떠오르는 잔상을 애써 누르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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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0통
신경 안쓰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혜준은 청사를 나가면서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에 온 연락을 확인했다. 걸려온 전화는 없었고,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본 메신저에는 마리와 고모에게서 온 연락만이 전부였다.
문득 혜준은 부아가 치밀었다. 유진 한은 아무렇지 않은데 자신만 이렇게 신경쓰는 듯한 기분에 혜준은 연락처에 있는 그의 번호만 노려보았다.
- Wow, 바하마 지사장? 그게 내 이름이예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드니 얼굴을 내밀고 자신의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유진 한이 보였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 매정해요 이혜준씨. 나는 우리가 좀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 ... 갑자기 나타나서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요
- 아 미안해요. 딱히 놀래키려고 한건 아닌데 너무 핸드폰을 열심히 보길래 궁금해서.. 그런데 내 번호 보고 있던 거네요? 연락해보려고요? 이혜준씨가 나한테? 먼저?
그의 연락을 신경쓰고 있었던 자신을 들킨 기분에 혜준은 답을 하지 않고 뒤돌아 빠르게 걸어갔다. 하지만 곧 성큼성큼 걸어온 유진 한에게 몇 걸음 못가 따라잡혔다.
- 와! 진짜예요? 내가 연락 안해서? 내가 연락할 땐 답장 잘 안 해줬으면서 사실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좀 처리할 일도 있고 생각할 것도 있어서 연락 못했어요. 근데 너무한거 아니예요? 나는 이혜준으로 저장했는데.. 우리가 처음엔 그렇게 만났지만 내가 아직도 바하마 지사장일 뿐이예요? .....
유진 한의 투덜거림을 들을수록 혜준은 귀가 빨개지는 기분에 점점 속도를 올렸다. 그러나 유진 한은 쉽게 혜준을 따라잡았고, 그의 웃음기는 더욱 짙어져 갔다.
어제 이름 바뀐거 보고 휴롬토리는 고딩 때 이후로 처음 글을 써 봤습니다...
유진 한 이제 연락할 때마다 근데 혜준씨 아직도 그대로예요? 계속 물어봐대고
혜준이는 어휴.. 하다가 바꾸겠지..?
유진 한 오늘 이쁘게 무너지고 혜준이 내조길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