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늦은 밤 할 게 없어 몇 주 동안 장기 이식에 대해 넋두리 같은 마음가짐으로
글을 써볼까 말까 고민하다 이렇게 쓰게 되었어.
기억나는대로 쭉 쓰는거라 조금 두서없고 말이 들쭉날쭉할 수 있어.. ㅠ
장기 이식은 간, 췌장, 신장 등등 다양한데 나는 신장을 이식 받았고, 이식은 약 8년 정도 되었어
이식을 받게 된 이유는 유전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신장이 좋지 않았고,
신장이 좋지 않은 건 어렸을 때, 8~9살 쯤? 병원에서 다른 부분이 아파 수술을 알아보려다 신장 수치에 대해
일반인 수치 범위를 조금 벗어난 거 같다는 의사의 말을 시작으로 '만성신부전증'이라는 병명을 알게 되었어
신부전은 말 그대로 신장이 제대로 해야할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건데
보통 일반인은 수치가 0.52~1.1 정도 된다고 하더라
그렇게 초등학교 때서부터 그래도 나름대로 어느정도 유지를 하다가
중학교 3학년 정도가 되니 수치가 미친듯이 올라가서 1.7을 찍었어
그 수치가 되니 이제 의사도 투석 혹은 장기이식을 권하더라고
투석은 신장은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역할을 하지 못하니 기계가 직접 대신해주는 거고
여기서 또 투석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 나뉘어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서 주사바늘을 통해 몸 속의 피를 기계로 내보내 기계에서 노폐물을 걸러서 다시 넣어주고
복막투석은 몸에 구멍을 뚫어 거기에 관?을 꼽아 자신이 집에서 직접 기계에 연결해서 하는 방식이야.
근데 이건 내가 어렸을 때 그리고 꽤 오래전에 들은거라 아주 정확하진 않으니 대충 저런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될거야
장기 이식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자기 몸 속에 넣는 거야
난 어린 마음에 투석은 몸에 구멍을 뚫어야 된다고 하니 싫었어. 그냥.. 지금 생각하니 그냥 싫었던 것 같아.
대신 몸에 구멍을 뚫지 않는 혈액 투석같은 경우는 학교 생활에 지장이 가니 싫었고
그래서 선택한 게 장기 이식인데, (의사들도 장기이식은 나이가 어릴 때 해야 더 남의 장기가 더 잘맞는다고도 했어)
처음에는 장기이식 대기자 신청 얘기가 나오면서 카데바(시체)라는 단어가 우연히 나왔고 그때서야 아 나는 정말 죽음의 끄트머리에 서 있구나 체감이 되더라
그렇게 멍한 상태로 의사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따라다니면서 이런 저런 설명 듣고
그러면서 신장 쪽으로 유명한 교수가 있는 병원에서 이제 진료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잘 기억은 안나는데 일단 그렇게 장기 이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병원을 바꾸게 되었어.
엄마가 선뜻 내게 신장을 주겠다고 얘기하셨고, 어린 마음에 나는 그게 참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절대 당연한 게 아닌데.. 생각날 때마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 내가 아직 부끄러우면서 어이없어..
일단 장기 이식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은 최소 50% 이상은 맞고, 형제/자매는 더 확률이 높다고 했고
가족관계는 무조건 맞는다고 보는데, 일단 맞긴 맞아도 이식을 한 뒤에 거부반응이 오지 않는다고는 보장할 순 없어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장기이식을 위한 검사가 진행돼
이것저것 정말 많이 했는데 기본적으로 기억나는건
위 내시경, 장 내시경, 요도 내시경, 엑스레이, MRI, CT, 무슨 폐활량 검사 비슷한거
당연하게 소변, 혈액검사도 있고.
거진 2~3일에 걸쳐 하루에 두 개 정도의 검사들을 진행해
그리고 수술 하루 이틀전부터 면역 억제제라는 것을 복용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스테로이드'야.
장기 이식을 하면 그냥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는 스테로이드. 수술 전, 수술 후 초반까지는 굉장히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게 되는데
나는 스테로이드를 먹은 첫날 이상하게 손끝이 타들어가고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전혀 아프진 않았지만 뭔가 내 손, 발이 아닌 느낌?
수술은 약 4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일반적인 수술과 달리 회복실에서 바로 병실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수술실 - 회복실 - 멸균실(중환자실) - 일반병실 이런 식이야.
중환자실은 맞는데 멸균실이라고 해서, 균이 전혀 없도록 관리하는 병실로 큰 방에 사람 한 명씩 들어가는 구조야.
장기이식은 내 면역체계에 다른 사람의 장기가 들어오면 그 장기의 '다른 면역체계'가 들어오면서
나의 면역체계는 다른 면역체계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해. 그렇게 되면 이식 받은 장기가 망가지니까
내 면역체계가 다른 장기를 공격할 수 없게(힘들게) '면역억제제'를 복용을 하고
'면역억제제'를 먹기 때문에 굉장히 균에 취약해.
그렇게 멸균실로 내려왔고, 다리에는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무슨 공기압 마사지 기구를 착용한 채로
멍하니 2~3일을 거기서 보내야 했어. 밥도 주지 않고, 물도 주지 않는데
나중에 밥을 주긴 했지만 흰 죽이었고 배가 고파 먹고 싶어도 이상하게 한 입 삼키니까 더 먹고 싶지 않더라..
원래 안경을 써야 할 정도로 시력이 나빴는데 안경 없이 TV를 보니 소리만 듣게 되고
그렇게 들은건 애국가와 아침마당 오프닝 소리.. 하... 그래서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직까지 싫어하는건 함정.. ^^
하루종일 누워 있다 보니 시계로 시간을 알 수 있어도 시간 개념은 사라져. 몸도 전혀 뒤척일 수도 없어서 그냥 자꾸 자려고만 했고.
근데 새벽 4시만 되면 내 엑스레이 찍으러 오는 기사들 때문에 잠이 확 깨기도 했지.
엑스레이 기계를 질질 끌고와서 내 등에 판을 받쳐야 했으니 나를 일으키는데 그 때 배가 제일 아팠고 ㅠ
이때 기억이 시각적으로는 잘 기억은 안나는데 후각적으로 굉장히 기억에 잘 남아
멸균실이라 그런가 굉장히 청결함으로 인해 아무냄새가 나지 않는 그 냄새...?
그렇게 어느정도 안정되면 일반 병실로 내려오는데 이때도 면역력으로 인해 1인실에 머물다 6인실로 넘어가는 구조인데
나같은 경우는 6인실이 어렸을 때부터 낯가림이 심하고 소심했고 어른들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피해서 1인실에만 있다가 퇴원했어.
(나중에 보니 1인실 1박에 41만원이었더라..........)
1인실에 내려오니 입맛도 돌아오고 조금은 걸을 수도 있었는데, 이 때 수술 후 간병해주는 사람이
아빠는 회사를 다니셔야 했고, 언니는 학교 때문에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간병인을 쓰자니 내가 너무 부담스러웠어
이게 수술하고 나와보니 목 왼쪽에는 카데터(피 뽑기 쉽게하기 위해 그냥 몸에 부드러운 튜브관 꼽아서 거기 통해서 피 뽑고 약 주사하기도 하는 거)가 달려있고, 소변줄까지 있으니 민망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 막 수술을 마치고 회복중인 엄마가 날 간호해주셨어..
이게 참 신기한게 고작 신장 하나 더 들어왔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 다르더라.
원래 신장이 안좋으면 만성피로에 식욕부진 뭐 이거저거 많던데 나는 어렸을때부터 그냥 몸이 약하니까 그러려니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사실 수술 직전에 학교 다닐때 거의 하루종일 학교에서 잠만 자다왔고
집에서 밤에 자고 일어나도 뭔가 머리의 피로만 처리하고 몸의 피로는 그대로 남아있는 느낌이었어.
다시 살아난 느낌에 내 스스로가 신기했고 식욕이 돌아오면서 병실에서 식단을 선택?할 수 있는 용지를 받을 때 제일 기뻤어
저염식과 그냥 뭔가 맛있는 양식 조합 중 선택이었는데 어쩌다 맛있는게 나오면 양식으로 택해서 먹는 즐거움도 느끼고 그렇게 지내다가
무사히. 퇴원을 했지.
이 때는 먹을 것도 균을 굉장히 조심해야 됐어서 모든 음식은 익혀 먹고, 김치는 유산균때문에 김치도 안먹었나 익혔나.. 익혔던 것 같아!
그리고 중간에는 내가 가진 비활성화? 상태인 감기균 때문에 감기에 걸렸는데, 항생제나 소염제는 쓸 수 없어 일단 경과 보다가 폐렴까지 간적도 있어 ^^
뭐 어찌되었든 무사히 나아 퇴원했지만...
그렇게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먹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스테로이드 양은 줄였고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는 20대 중반을 넘어서서 계속 그 신장을 유지하며 살고 있어.
신기하게도 내게 신장을 준 엄마가 나보다 신장 수치가 더 좋은데, 조금 검색해보니 면역억제제가 그냥 신장에 안좋다더라.. ^^
장기 이식을 받으면 이 장기를 계속 쓸 수 있는게 아니라 어느 순간 예고없이 거부반응이 찾아오는데
나는 벌써 이식을 한지 10년을 바라보고 있고 보통 장기이식을 받으면 10~15년 정도를 쓴다고 해.
고등학교는 입학처리만 받고 퇴학을 해서, 검정고시로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또 온라인대학을 다니면서 어느정도 직장에서 자리도 잡았지만
곧 몇년 뒤에 어쩌면 다시 이 수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참 많아.
이제 조금 냉정하게 혹은 궁금해할 법한 수술비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기본적으로 2000~2500만원 정도고 나는 대략 2500정도 들었어.
1인실에 쭉 입원해 있었고, 그리고 중간에 어떤 일로 인해 1인실 내려왔다가 다시 수술실로 올라가는 일이 있어 다시 멸균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더 나왔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면역억제제에 대한 문제.
어쩌면 이걸 알려주고 싶어서 그렇게 글이 쓰고 싶었던 것 같아.
보통 일반인들도 피부과에서 처방받는 스테로이드는 의사가 그렇게 지속적으로 처방해주지 않는 약이기도 하고
언론에서도 위험한 약이라고 다루는데, 지금부터는 내가 겪은 부작용들에 대해서 말해볼게.
모두가 겪는게 아니라 사람마다 다 겪는 부작용이 다르니까 감안해서 봐줘!
1. 수족 냉증 : 수족 냉증이라기보다 그냥 손에 땀이 심각하게 많이나고 그냥 몸에도 많이 나.. 여름에 땀으로 샤워를 하고 다녀! ^^
2. 체취 : 남들보다 뭔가 안씻으면 냄새가 더 나.. 이건 약과긴 한데 그래도 살다보니 신경 쓰이긴 하더라
3. 고관절 괴사 : 이건 정확히 무혈성 무슨 괴사라고 병명이 있는데 보통 신장 이식 환자한테 많이 발생한다고 했고, 얼마전에 나도 검사했을 때 아주 약간 조금 고관절 쪽이 괴사가 되어 있다고는 하는데 아주 미세해서 별다른 치료는 받고 있진 않아. 근데 괴사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니 나중에는 인공관절을 끼겠지? 사실 이 부분이 좀 크긴 해.
4. 호르몬 문제로 인한 것들 : 목, 가슴 쪽에 크고 작은 물혹. 약이 호르몬을 조절하다보니 자궁쪽에도 문제가 많아. 뭐 부정출혈이라던가.. 무월경?
5. 약 처방 : 일단 아파도 의사들이 약을 잘 안줘.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해. 특히 항생제/소염제들이 몸에 안 좋다보니 감기에 걸려도 감기약은 안주고 그냥 목에 소독정도만 해주는 정도? 그리고 나 스스로도 감기기운이 올라온다 싶으면 먹을것도 다 익혀먹고 따뜻한 물에 약속들 취소하고 사려서 몸을 살피는 편이야.
일단 호르몬 문제가 제일 큰 것 같아. 호르몬 문제로 인해 악성 종양이 생길 확률도 높고, 그만큼 말 그대로 암 걸리기 쉬워.
그리고 이제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지 않아 겪은 일들은 무엇보다 신장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면서 시력과 청력을 너무 많이 잃었고, 이 부분에 대해선 의사도 설명해주지 않았고 내 스스로 인터넷에서 찾아서 알게 되었어.
그래서 지금은 청력은 조금 웅얼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특정 단어 혹은 아주 중간중간 들려 이해하지 않을 정도로 들려 그런 사람들과는 조금 의사소통이 힘든 정도? 그리고 시력은 안경쓰면 정말 눈에 뵈는게 없는 수준이야.
지금 쓰고 나니 굉장히 두서라는 게 없는데..
그냥 뭔가 장기이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한명쯤은 있겠지 싶어서 막 썼어..
혹시 신장이식에 대해 궁금하거나 그런 점 있어 댓글로 남겨주면 최대한 아는대로 댓글 달아볼게
지금까지 잘 버틴 글쓴이도 가족들도 대단하네
건강이 최고야, 계속 건강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