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백합만화 중 정발되는 게 상당히 늘어서 기쁜 한편 아직 빛을 못 본 만화가 많아서 글 써본다
부디 이 만화들도 정발 해주세요....
단편집 중에도 좋아하는 게 많지만 이거까지 포함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장편 만화로만 채웠어.
※ 모든 짤은 현재 웹상에 무료 공개된 분량이나 직접 구입한 이북에서 캡쳐했습니다
첫 타자는 <물고기가 꾸는 꿈> / 오가와 마이코
2014년 초에 완결난 만화라 정발 가능성은 극히 낮을 거 같지만
2014년 말에 나온 <이웃집 로봇>(이것도 좋아하는 만화야!)이 최근에 정발 난 거 보고 희망을 가지고 올려봄ㅎㅎ
일단 이 만화는 엄마가 죽고 흩어진 가정의 자매배덕근친 스토리라 호불호가 엄청나게 갈릴 거야.
표지의 둘이 진짜로 친자매임
[고1 동생 미카게 / 고3 언니 토모에]
막장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주변인 덕에 정상인 주인공이 고통받는 거 싫어하거나
이야기의 결이 애매모호한 작품을 선호하지 않으면 사실 정말 비추하는 만화야.
근데 내가 이 만화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한 톨도 있겠지??
그건 바로...
그림이 취향이라서...^^!
이 작가분이 포케스페 마토 작가한테 그림체 영향 받았다는 말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좋아하는 타입의 그림체야...
동글동글하고 간결한 그림체로 그리는 섬세한 연출도 좋아하는 요소임.
이 특유의 분위기가 반쯤 먹고 들어가는 거 같아.
[언니의 절친이라고 선언하는 선배에게 빡돈 미카게]
[친구 앞에선 평범하고 수줍은 반응을 보이는 미카게]
너무 그림체 얘기만 했지만 언니에 관해선 이상한 집착을 보이는 동생 미카게가
학교 친구 앞에선 그냥 평범하고 귀여운 여자애 같아 보이는 거라든지,
2권에서 나온 모 캐릭터의 사랑을 위장한 기만이라든지,
아버지가 딸을 보는 시선의 크리피함이라든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싸이코(...)들의 묘사가 재밌었어.
[과거와 현재]
작가의 후기를 보면 '가족의 재생' 이 테마였던 모양인데
상당히 두루뭉술하고 도덕적이라곤 할 수 없는 방향이라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짐.
완벽한 수작이라고도 도저히 말할 수 없지만 가끔씩 떠올리게 되는 만화야.
<아빠놀이> / 시라우메 나즈나
제목 '오파파고토'를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고민되는데 일본어 '오마마고토'의 뜻이 소꿉놀이라서 아빠놀이로 번역했어.
이것도 완결작인데 잡지가 백합 잡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인기 부진으로 조기 종료 된 비운의 만화...ㅠㅠ
스토리는 1인칭 오레라는 유니크한 말투의 여주가 아빠의 빚 때문에 부잣집 아가씨들이 다니는 학교로 팔려가서
자신이랑 똑같이 생긴 등교 거부 학생의 대역을 맡게 되며 시작해.
여기까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도입부지만...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따로 있어.
바로 이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사가족계획'이라는 제도.
세대 차가 사회 문제로 부상한 일본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류층에서 인식을 어쩌구 웅앵... 이라는 뒷설정이 있지만
다 조까고 이 제도는 랜덤으로 뽑힌 학생들끼리 가짜 가족을 만들어서 팀 경쟁을 시키는 스케일 큰 '소꿉놀이' 야.
주인공 나츠카와 하루히는 이 제도 때문에 졸지에 애가 다섯인 아빠 역을 맡게 된 거임ㅋㅋㅋㅋㅋ
[왼쪽부터 장남, 장녀, 엄마 / 오른쪽 위부터 초등학생인 차녀, 삼녀, 사녀]
가족으로 묶인 학생들은 정말 집처럼 꾸며놓은 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가족답게 행동하거나 다른 가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해서 포인트를 얻고 가난한 생활에서 위로 올라가는 게 목적이야.
골때리는 설정이지만 독특하고 웃기니까 넘어가자!
아무튼 중요한건 이 만화가 백합 만화란 거야.
가족으로 생활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가족들과 관계를 쌓게 돼.
다른 말로 하면... 플래그를 꽂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만남부터 키스로 시작한 부부]
[무의식적으로 셋째 딸의 하트를 캐치하는 주인공]
백합 요소에 충실한 한편 기본적으로 가벼운 개그만화라서 텐션이 미쳐 돌아감ㅋㅋㅋㅋㅋㅋ
[대충 이런 분위기]
표정 묘사를 다채롭게 잘 그리고 연출이 시원시원한 맛이 있어서 산뜻하게 볼 수 있어.
좀 남성향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작가분이 여자란 게 티 나서 그리 거슬리진 않음.
그리고 정말 중요한 장점이... 캐들 얼굴이 맛집이야(중요)
[치명치명 쿨계 장남(여자임)]
[세젤예 엄마 우윳빛깔 엄마]
이렇게 정말 재밌는 만화였지만 원한다면 10권까지도 느긋하게 풀 수 있었을 거 같은 스토리가
3권 만에ㅠㅠ 급하게 마무리된 게 유일한 단점...
개인적으로 재연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백합 만화 1순위야.
마지막으로 백합 하렘스러워서 취향 아닐 것 같은 토리에게...
정히로인은 엄마 역인 유카리이므로 커플링 고정러들은 안심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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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피크닉> / 원작 : 미야자와 이오리, 작화 : 미즈노 에이타
현재 원작 소설 1권이 정발을 앞두고 있지만 만화는 정발이 안 났으니 소개함.
그림체가 익숙한 토리도 있을텐데 작화를 <스파이럴 ~추리의 띠~>로 유명한 미즈노 에이타 작가가 담당했어.
이 작가님 신작이라기에 본 건데 뜻밖의 백합이라 횡재했던 기억이 나ㅎㅎ
제목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양산형 이세계물인가? 싶겠지만 전혀 아니야!
제목의 '이세계'는 일반적인 이세계물에 쓰는 異(다를 이)가 아니라 裏(속 이)를 쓰고 있어서 '뒷세계'로 해석하는 게 옳음.
그럼 이 뒷세계가 무엇인가 하면
이런 괴물딱지 같은 것들이 배회하고 현실세계의 여러 법칙이 무시된 세계야ㅎㅎ
예? 백합 아니었냐고요? 왜 갑자기 장르 체인지 됐냐고요??
원작 작가 공인 백합 맞아.(작가가 백합 팡인임)
[이세계에서 우연히 만난 소라오(흑발)와 토리코(금발)]
다만 이 만화의 주 스토리는 여주 두 명이서 저 위험천만한 이세계를 탐험하고 일본의 인터넷 괴담을 체험하는 이야기거든.
장르를 따져보면 스릴러+호러+서바이벌+백합 쯤 되지 않을까?
어디서는 동방의 비봉클럽이랑 비슷하다는 감상도 봤는데 듣고보니 좀 비슷하더라.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백합이 아니더라도 재밌게 볼 거 같은 정도로 순수하게 스토리가 재밌어서
뒷내용이 궁금한 나머지 원작 소설도 사서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백합이 진해지니 백합이 목적이어도 믿고 봐도 돼.
진짜... 백합러인 나톨이 너무 떠멕여줘서 당황할 지경.....ㅋㅋㅋㅋㅋ(좋다는 뜻)
만화판은 원작 소설의 기묘한 호러 요소를 십분 살린 연출이 강점이야.
난 스파이럴 작가님이 이렇게 호러 잘 그리는지 미처 몰랐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소설의 화자인 소라오가 작가가 남자다 보니 다소 찐따 남덕(...)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래도 만화판으로 보니 귀엽더라.
저 덧니가 특히 귀엽다고 생각해.
아무튼 흔하지 않은 백합, 여주 듀오 현대 판타지물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만화임.
일본에서 꽤 인기가 있는지 원작 소설 홍보용 pv까지 나왔어.
아마 몇 년 안에 애니화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레발을 살짝 쳐봄ㅎㅎ
<하루와 미도리> / 후카우미 콘
<아빠놀이>가 연재되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백합 작품이 백합 잡지가 아닌 일반 잡지에서도 잘 연재되는 거 같아서 신기해.
나름대로 백합이 메이저에 가까워졌다는 증거 같아서 뿌듯...
이 작품도 그 중 하나야.
사실 이 만화는 그냥 백합이라고 퉁치기엔 아직 성애적인 감정선이 아님.
하지만 분명히 백합이야!
왜 성애적이지 않음에도 백합이라고 할 수 있느냔 건 밑으로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얘기할게.
하루하루 일에 찌들고 사람 대하는게 서툰 사회인인 주인공 미도리는
어느 날 갑자기 중학교 시절 유일하게 좋아했던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듣게 돼.
[중학교 졸업식 때 이후 만나지 못한 친구, 츠구미]
츠구미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소식이 끊기고 아무도 행방을 몰랐던 사람이라
미도리는 연락이 어떻게 왔는지 몰라서 망설이다 장례식에 참석함
그리고 그 곳에서 있는 줄도 몰랐던 츠구미와 쏙 빼닮은 츠구미의 딸과 만나게 돼.
이 애의 이름은 '하루코'인데 제목의 '하루'는 하루코의 별명이야.
츠구미는 알고 보니 17살에 애를 낳았고 아이 아버지와는 진작 헤어진데다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 집안과도 절연한 상태에서 혼자 딸을 키워온 거였어.
즉, 이 14살 짜리 애는 고아가 된 거임.
[츠구미에게 못해준 만큼 해주고픈 심리에서 하루를 맡은 미도리]
엄마 쪽의 친척이 있긴 하지만 맡아줄 곳이 불확실한데다 장례식에서 여러 뒷말을 듣는 걸 보다 못해
미도리는 충동적으로 자기가 하루랑 같이 살겠다고 선언해버림.
그리고 하루는 성격이 대범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미도리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였어.
그렇게 시작된 타인끼리의 동거 생활이 이 만화의 스토리야
이후로도 미도리가 츠구미를 어떻게, 얼마나 좋아했는가,
하루는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가,
하루와 미도리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가 등등이 중점임
성애적인 감정은 1g도 보이지 않는 감성적인 스토리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백합은 '여자와 여자 사이의 깊은 감정선과 관계성'을 말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백합이라고 부를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만족하며 볼 수 있을 거 같음ㅎㅎ
이른바 키잡이나 역키잡이 되어도 좋고 그냥 가족애가 되어도 좋고...
<밤과 바다> / 고모토
현재 연재중인 일본 백합 만화 중에선 제일 좋아하는 만화야!
일본 백합물에선 상당히 정석적이고 흔한 여고생 백합임에도
내가 이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이쯤 되면 예상이 되겠지만...
그림 때문이다!!!!
는 엄청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맞지만(그림체에 까다로운 나톨...^^)
주인공 둘의 관계 묘사가 정말 취향이었기 때문이야. 진짜임.
[서로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편한 관계]
이 두 사람은 겉보기엔 전혀 다르지만 타인에게 관심이 거의 없다는 공통점이 있어.
우츠미(흑발)은 언뜻 사교성이 좋아보이지만 수영 말고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 뇌를 안 거치고 나오는 타입이고
야노(은발)은 쿨하고 말수가 적은 태도가 속으로도 똑같고 주변에 흥미가 없어.
(사족으로 제목 <밤과 바다>는 야노(夜野)와 우츠미(内海)라는 각자의 성에서 따온 것임.)
[누가 봐도 첫 눈에 반하는 순간... 나도 이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이 만화에 반함]
그런데 어느 날 야노는 우츠미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갖게 돼.
그 전까진 우츠미가 같은 반 애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는데 말이야...ㅋㅋㅋ
야노는 답지 않게 우츠미에게 직접 말을 걸어서 수영부의 견학을 부탁함.
한편 우츠미는 야노를 '예쁘고 신비로운 귀국자녀 전학생'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야노의 색다른 모습에 의아해 하고...
여차저차 해서 둘은 점점 친해지게 됐어.
[스킨십을 꺼리고 늘 새침한 야노]
[ '뭐, 됐나'하고 생각을 뭐든 대충 넘겨버리는 우츠미]
그럼에도 이 둘의 어딘가 건조한 태도는 변함이 없음.
서로에게 약간의 호감과 흥미는 갖고 있고 친하게 지내는 듯 보이지만 미묘한 거리감이 항상 있어.
본인들은 인식하지 못해도 이 거리감이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걸 보는 게 이 작품의 묘미야.
['왠지 징그럽네.']
이 만화에서 또 한가지 감상 포인트로 감정이 표현될 때의 물과 해양생물을 이용한 연출이 있어.
예를 들어 우츠미가 기운이 없을 때 야노 시점에선 물 밖에 나온 생선ㅋㅋㅋ처럼 표현되곤 하는데
["난 달라. 너와 친구가 하고 싶은 게 아니고..."]
야노가 친구 관계를 부정하는 듯한 말을 한 순간에 물이 차오르고 우츠미의 모습이 망둥어(?) 처럼 보여.
우츠미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물에 빠지듯이 그 감정에 잠식되는 느낌...
아름다운 장면이 너무 많아서 그런 장면들만으로도 산 보람이 느껴지는 만화야.
여기선 주인공 둘의 관계에 대해서만 얘기했지만 조연 캐들의 관계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좋아해.
그냥 이 작가의 감성과 그림이 너무 취향인가봐...ㅎㅎㅎ
이 만화가 완결나도 신작이 나오면 다 챙겨볼듯.
☆★ 1~3화랑 최신 3화를 볼 수 있는 정식 연재처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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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괜찮은 백합 만화가 많이 있지만 내 취향이 십분 반영된 정말 좋아하는 만화로만 추려서 올려봤음.
영업글 겸 리뷰 같은 게 됐는데 이런 거 주절주절 떠들 곳이 거의 없어서 재밌게 적었어.
혹시 영업당해준 톨이 있다면 기쁠 거야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톨은 일본 백합 만화 정보를 주로 이 사이트에서 얻고 있는데
아마존 킨들 세일이나 신작 정보가 잘 정리돼서 올라오기 때문에 일본어 되는 백합러 토리들에겐 꿀일듯ㅎㅎ
끝으로...
백합러 동지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