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편부터 쭉 다시 보면서 채이헌이 정말 괜찮은 상사이자 동료라는 생각이 참 여러 번 들었는데(대의추구가 지나쳐서 허재와 비슷한 열정의 노예가 될 위험성은 차치하더라도),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게 혜준이의 입장을 정말 누구보다도 걱정하고 신경쓴다는 점이었어.
정부 차원에서도 요주의 인물이자 문제 인사인 유진한과 관련되면 더더욱 그런 경향성이 돋보이는데, 사적인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딱 적절하게 배려해주는게 보여서 보여서 좋더라고.
토빈세 관련 TF 팀에 혜준이가 영입될 때만 해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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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총리님 그건 개인적인...
표정만 봐서는 자기도 이거 내심 신경 쓰이고 궁금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당장은 부하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란 말이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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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한이 주차장에서 혜준이 멱살 잡고 위협한 걸 알지만, 일전에 그 여자 다치게 할 일 없다는 본인의 확답을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간담회는 애저녁에 끝났고 더이상 공무 관련 행위가 아니라는게 분명해 보여서 그런건지 아무튼 이 사무관을 쫓아가는 유진한이 몹시 신경이 쓰이면서도 일단은 그냥 지켜보기로 할 만큼 객관적 거리 두기가 확실한 인물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혜준이가 유진한과 접촉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는 것은 절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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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토빈세를 위한 TF팀, 예 좋아요. 이혜준 사무관이 할 일이 분명 있어요. 거기까지만 해요. 공적인 일을 사적인 일로 가장해서 유진한을 접촉하는 건 안됩니다. 위험하니까.
혜준이의 업무 능력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업무 관계를 빌미로 혜준이가 유진한과 사적으로 접촉해서 정보를 빼내는 미끼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극구 반대하는데... 이 때 앞뒤 맥락의 뉘앙스가 단순히 유진한이 위험한 놈이어서 뿐만이 아니라 허재에 의해 그런 식으로 도구화되어 이용당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서 감탄했었다.ㅎㅎ
... 근데 이게 극이 진행됨에 따라 유진한의 빌런짓(ex. 정인은행 매각)이 나날이 에스컬레이트하고, 그에 대한 불신과 경계에도 점점 더 박차가 가해지면서 점잖고 진중한 우리 채 국장님도 더이상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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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컨퍼런스 초대객 명단에 올라와 있는 유진한의 이름을 보고 앞뒤 잴 것 없이 바로 혜준이한테 전화를 걸며 찾으러 나서는 것 좀 봐.
겉으로는 딱히 내색하지 않아도 이미 채이헌도 눈치채고 있는거지. 유진한이 여기 올 이유는 이혜준 뿐이라는 걸.ㅋㅋㅋ
그게 어떤 의미의 이유든 간에, 혜준이가 공식적으로 유진한과 엮여서 좋을 일이 없다는 걸 아니까 주의를 주든, 경계를 시키든 아무튼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뒤를 쫓는데, 결국 예상한 방향은 아니지만 우려하던 대로 사달이 나고... 급기야 국정원까지 소환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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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관계 아닙니다. 절대. 그 두 사람 관계가 어떻든 그게 이번 사고와 관련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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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알아내야 할 건 유진한과 수마르 전 대통령 경호원과의 관계입니다. 그 이상을 캐는 건 넌센스에요. 대한민국 경제 관료입니다.
그리고 내 부하입니다.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절차가 그런 거라면 조사는 받게 하겠습니다. 받게 하되, 기재부 차원에서 변호사 붙여서 부르겠습니다.
나 여기서 완전 감동했잖아.ㅠㅠ 누구보다도 유진한의 이혜준을 향한 이상할 정도의 집착과 관심을 잘 알고 있을 터인데도 혜준이한테는 똥물ㅋ 한 방울 안 튀기게 하려는 이 각고의 노력을 좀 봐.ㅠㅠㅋㅋㅋㅋ
자기도 분명히 짐작하는 바가 있겠지만, 국정원의 상플에 놀아나지 않고 어디까지나 철저히 당장 필요한 사실 관계에만 집중해서 혜준이를 보호하려 하는데...
...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미 채이헌 안에서는 유진한에 대한 반감과 대항의식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가 아닐까 함.ㅋㅋㅋ
일단 유진한 자체가 채이헌의 판단에 따르면 돈을 위해서라면 국가 경제 파괴는 물론이거니와 못 할 짓이 없는 위험한 놈이기도 하고(실제 사람 죽이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죄 없는 사람 잡아다 구타 협박 하는 정도는 거뜬히 함;;), 본인의 경제 윤리관과 대척점에 서있는 존재라는 이유만으로도 경제 관료로서는 이미 대립할 이유가 충분한데, 여기다가 자신의 순수와 이상, 신뢰, 기대를 한데 모아 놓은, 아껴 마지 않는 부하이자 동료와 자꾸만 얽혀들려 한다?
초여름 아침 7시의 햇살 같은 맑고 청량한 내 부하를, 그런 돈 밖에 모르는 쓰레기랑 엮는다고??;;
이건 채이헌이 아니라 일개 덕후 입장에서도 용납 못 할 일임.ㅋㅋㅋㅋ 거의 지뢰X최애 급의 망조합 아닌가ㅋㅋㅋㅋㅋ
그리고 믿고 함께 하던 조희봉의 유진한 끄나풀 의혹을 결정적 계기로, 슬슬 채이헌의 잘 쌓아올린 이성과 칼 같은 객관성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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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준 사무관. 당신 유진한한테 현혹되고 있는 거야 지금. 유진한이 어떤 인간인지 몰라요?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쓰레기야!
맞는 말은 맞는 말인데... 한창 조희봉 이야기를 하던 지금 이 타이밍에 나오기엔 좀 뜬금없는 감이 있고;; 그 논리적 허점을 놓칠 혜준이가 아님.
솔직히 이 장면에서 혜준이의 표정은 되게... 황당하달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느낌이더라.ㅋㅋㅋㅋ
정작 당사자인 혜준이는 유진한에 대해 딱히 사람이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든가, 얘의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는 식의 실드 치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했는데 채이헌 혼자서 폭발해서 핀트 나간 느낌이랄까...?ㅋㅋㅋ
혼자 이헌혜준 망상하며 "주변" 운운에 버튼 눌리던 유진한과 마찬가지로, 떡 줄 혜준이는 생각도 없는데 이쪽도 혼자 유진혜준으로 망상 달리며 펄쩍펄쩍 뛰는 채이헌이 아주 볼 만 함.ㅋㅋㅋㅋㅋ
어쨌건 조과장의 배신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순간 울컥해서 언성을 높였던 건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어찌저찌 다음 중차대한 임무로 넘어가지만 유진한에 대한 채이헌의 개인적 반감은 여전한 상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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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환율방어전을 앞에 두고 이게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인 건지, 아니면 단순히 알량한 자존심을 앞세운 반감인 건지를 두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채이헌...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헌신과 열정이 남다르게 강한 만큼 유진한과의 대립은 불가피하고, 자신과 같은 결, 같은 선 안의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혜준이에 대해서도 그런 만큼 더 강하게 유대감과 보호의식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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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같으면 이런 식으로 사적으로 접근해오는 유진한에 대해 경계하며 시선으로 견제만 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가만히 방관하고 있지만은 않게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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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대놓고 선전포고의 자리를 마련한다. 한국을 저속한 욕망으로 분탕질 하려는 널 상대로 우리-나, 이혜준 그리고 내 동료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이거 좀 멀리 나가서 심독하자면, 니가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이혜준 역시 대한민국의 경제 관료로서 나와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절대 너 따위와는 같은 편에 설 수 없다, 뭐 그런 도발로 해석할 수 있지 않으려나?ㅎㅎ
뭔가... 평상시 채이헌 자체가 멸사봉공의 화신이다보니 유진한이라는 특정 개인에 대해 그토록 뚜렷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이 간혹 의아하게 여겨질 때도 있긴 해.
근데 서양우 본부장 건이나, BIS 조작, 정인은행 매각, 국가신용등급 조작 등등을 거치면서 외국 투기 자본에 대한 불신과 경계가 팽배해지고, 그 상징이자 대표격으로 모든 혼란의 시발점에 서있는 유진한에게 초점을 향하게 되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더라고.
여기에다 굳이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촉망받는 인재이자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소중한 부하 직원인 혜준이의 존재까지 더해지니 유진한에 대해 점점 더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며 불타오르는 것도 꽤 납득이 가서 한 번 주저리 끄적여봤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