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 유진혜준] Contact _ https://www.dmitory.com/maker/113396906
먼저 보고오는 걸 추천할게
MONEY GAME
Eugene Han X Hyejun Lee
한유진 X 이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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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n t a c t _ w a i t i n g f o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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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New York. 07:15 am.
뉴욕. 지구상 이보다 바쁜 도시가 있을까. 미국의 상업·금융·무역의 중심지로서, 또 공업도시로서 경제적 수도라 불리기에 충분한 도시. 고층 빌딩 숲과 차도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것은 이미 뉴욕이라는 도시에 따라붙는 이미지들이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뉴욕의 한 구석은 피크타임인 듯 사람들로 북적였다.
“Good morning, Eugene. Do you want to order?”
좋은 아침이야, 유진. 주문할래?
나름 월가의 오래된 터줏대감인 'Ms. Rose Hat' 의 주인인 샌디가 유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샌디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색색깔의 장미로 장식된 화려한 모자를 쓴 멋쟁이 할머니였다.
“Hi, Sandy. Your hat is always nice. Americano takeout, please.”
안녕하세요, 샌디. 당신 모자는 언제나 멋지네요.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이요.
유진은 카드를 내밀고는 커피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밤새왔을 메일과 오늘 있을 미팅일정을 체크했다. 그리고 그의 비서의 에밀의 독촉 문자도 와있었다. 성격 급한 에밀의 빠릿빠릿한 일처리가 마음에 들었지만 아침부터 그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텍스트에 유진은 인상을 썼다. 똑똑. 그때 샌디가 주문대를 노크하며 주문한 커피가 나왔음을 알렸다. 고개를 든 유진의 눈에 주문대 옆 바구니가 보였다. 유진이 관심을 보이자 샌디는 말을 덧붙였다.
“It's a fortune cookie. Pick out your fortune for today.”
포춘쿠키야. 오늘의 운세가 어떤지 하나 뽑아보지 그래.
“Oh, interesting.”
오, 재밌겠네요.
유진은 장난스럽게 포춘쿠키 하나를 뽑았다. 포장지를 벗기고 반으로 갈라보니 안에 작은 종이와 글귀가 보였다.
“It is said to rain. Can I believe this?”
비가 온다하네요. 이거 믿어도 되는 거예요?
고개를 들어서 가게 밖을 바라보니 맑게 갠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다. 매연으로 가득한 뉴욕이 모처럼 화창한 날이었다. 유진의 글귀를 본 샌디가 웃으며 말했다.
“Well... I guess it's a bad one.”
음... 꽝인거 같은데.
“Ugh, no way. If anything bad happens, I'll charge you.”
어우, 그럴 리가. 만약 나쁜 일 있으면 샌디한테 청구할거에요.
유진의 말에 샌디는 호탕하게 웃었다. 유진은 짧은 손 인사를 하고 커피를 들고 카페를 나왔다. 문을 열고 나가자 아직은 쌀쌀한 꽃샘추위에 유진은 손에 쥔 따뜻한 커피를 꼭 쥐었다. 유진은 좌우를 살피며 서행하는 차량에 손을 들어 양해를 표시하고 길을 건넜다. 샌디의 오래된 카페 Ms. Rose Hat 맞은편에는 유진의 새직장 '랑페테 시스' 사옥 빌딩이 있었다.
랑페테 시스(Rangpéte Sith). 프랑스인 창업주가 미국에 설립한 투자신용평가 은행으로 유진의 새 직장이었다. 유로화와 달러화가 집결되는 월가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몇 개월전 신임 총괄 이사직으로 출근한 유진은 매일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일정은 전체 임원진 회의로 유진이 부임하고 처음 참석하는 임원회의였다. (이 회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며칠 전부터 에밀이 몇번이고 열변을 토하며 강조했어서인지 유진은 오히려 반감이 들 정도였지만..) 아무튼 크고 깔끔한 회전문을 지나 건물로 들어온 유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의 성격 급한 비서 에밀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까지 들렸다.
“Good morning too, Emil. I'm going up now.”
나도 좋은 아침이에요, 에밀. 지금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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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 I'm afraid that's what my boss said. There's no need for banks to take risks anymore when the repayment rate has dropped significantly. But we're going to need a little more time...”
...네, 유감스럽지만 저희 이사님께서는 그렇게 말하셨습니다. 상환율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더 이상 은행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죠. 그래도 저희 쪽에서 기간을 좀 더..
조수석에 앉은 에밀이 채무기업과 상환일정을 조율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옆 운전석에는 운전기사 숀이 신호 대기하고 있었다. 차 창 밖으로는 점심시간이라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안 그래도 포화상태인 거리가 더욱 북적여졌다. 몇 분정도 더 이어진 전화를 끊은 에밀이 유진에게 통화 내용을 보고하려 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에 유진은 검지 손가락을 들어 에밀의 말을 막았다.
"I heard it, too. Emil. It's scheduled for November. Let's take it slow."
나도 들었어요. 에밀. 11월에 예정되었다고요. 천천히 합시다.
“Um- Okay. I see.”
음- 예. 알겠습니다.
유진에게 저지 당한 에밀은 다시 자세를 고쳐잡고 앞을 바라보았다. 이에 운전기사 숀이 호탕하게 웃으며 에밀을 위로했다.
"Hahaha- I remember what my wife said. It's a Korean proverb, ‘More haste, less speed.’ ”
하하하, 제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한국 속담인데 ‘급 할수록 돌아가라’.
“Do you know Korean proverbs?”
한국 속담을 아십니까?
웃으며 대화에 참여하는 운전기사 숀의 말에 에밀이 흥미롭게 물었다.
“Because my wife is Korean. Come to think of it, Mr. Han must know better than me.”
아내가 한국인이라 알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사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네요.
“I don't know proverbs well.”
속담은 잘 모릅니다.
숀은 백미러로 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로 유진과 에밀은 숀의 아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되었다. 유진은 자신을 향한 숀의 질문에 별다른 감흥없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에밀은 유진의 말투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눈치없는 아저씨 숀은 대화 상대가 생긴 것이 신난 듯 말을 덧붙였다.
“According to my wife, Korean people are quick-tempered, but I think Emil would be...”
아내 말로는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던데, 에밀 비서님을 보며ㄴ...
“Shawn, please focus on driving.”
숀, 운전에 집중해 주세요.
유진은 아이패드 속 리포트를 넘기며 운전기사 숀의 말을 잘랐다. 유진의 정중하지만 단호한 지적에 차안은 조용한 엔진소리만 들리고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사실 그렇게 정색할 만큼에 소란스런 수다가 아니었음에도 한국이라는 단어에 유진은 저절로 뾰족해졌다.
유진은 지난해 무언가에 씐 듯 한국에 집착했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 쓴 웃음이 났다. 그 덕분에 바하마에서 나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재산의 절반정도 되는 엄청난 돈까지 잃게 되고 그리고...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에 떠오른 어떤 여자.
유진은 리포트에서 시선을 떼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현란한 전광판들, 바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노란택시들이 가득하고 지저분한 쓰레기통 같은 뉴욕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유진은 본인도 이런 익숙한 뉴욕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고 있는데도 저 인파 속에서 있을리 없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Where would you like your lunch? You have time until next afternoon schedule.”
...점심은 어디서 드시겠어요? 오후 일정까지 시간이 있습니다.
유진의 상념을 깬 것은 에밀이었다.
“Go to the Majestic Theater. I heard there's a dress rehearsal today, so let's grab a sandwich there.”
마제스티 극장으로 가죠. 오늘 드레스 리허설 있다던데 거기서 샌드위치나 하나먹죠.
조수석에 앉은 에밀은 고개를 끄덕였고, 유진의 말을 들은 숀은 브로드웨이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아침부터 강도 높은 회의에 좀 긴장했는지 유진은 뒷목을 주무르며 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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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New York. Broadway
마제스티 극장(Majastic Theater).
1921년에 문을 연 역사 깊은 극장으로 각종 코미디 쇼부터 주요 뮤지컬까지 공연할 수있는 메이저 극장으로 유명하다. 특히나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를 볼 수있는 극장이기도 했다. 극장 앞에는 낮 시간이지만 취소표를 구하기 위한 팬들의 줄이 길게 늘어 서있었다. 유진의 차가 극장 앞에 부드럽게 정차하고 유진과 에밀이 내렸다. 앞에 대기하고 있던 지배인이 나와 유진을 맞이했다.
지금은 정식 공연이 아닌 드레스 리허설이었다. 보통 관객이나 외부인이라면 들어올 수 없었겠지만 이 극장의 후원자이자 VIP회원인 유진은 배우들의 리허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진은 스탭과 배우들에게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멀찍이 2층 관람석에 앉아 에밀이 사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무대에서는 이제 막 크리스틴의 아리아가 시작 될 장면이었다. 오늘 크리스틴을 연기하는 배우는 이제 뮤지컬 신에서 주목받는 신예 '레라 코프스타'의 아리아가 시작될 참이었다. 기대하고 있던 배우의 무대라 유진은 자세를 고쳐 잡고 무대에 집중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유진의 뒷 좌석에 있던 에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 소리에 집중이 깨진 유진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Emil, don't you know theater manners?”
에밀, 극장매너 모릅니까?
“Sorry.”
죄송합니다.
에밀은 작게 사과를 하고 진동하는 핸드폰을 들고 극장 밖으로 나갔다. 이미 레라가 노래하는 아리아는 시작했고 유진은 어수선한 정신을 다시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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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무대를 빠져들어 있는 유진에게 비서 에밀이 다가왔다.
“I'm Sorry, Eugene. ‘Bank Stelly’ has requested a change of meeting time to 2:30.
I heard that Vice President Ethan Merlay will be present at the meeting. I think we'll have to move soon.”
죄송합니다만, 유진. 뱅크 스탤리 측에서 2시 30분으로 회의시간 변경을 요청해 왔습니다.
에단 멀레이 부사장이 회의에 참석한다고 하더군요. 곧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Did you say Ethan Merlay? He is the vice president? holy shit!”
에단 멀레이라고 했어요? 걔가 부사장이라고요? 미쳤네.
Ethan Merlay. 유진은 그에 대해서는 안 좋은 기억밖에 없었다. 유진의 대학시절 동문인 그는 정통한 금융엘리트 집안 출신에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백인 엘리트의 표본이었다. 더욱이나 지금보다 어렸던 대학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는데 자신이 유색인종에 관대한 백인이라는 것을 뽐낼 방법으로 유진에게 위선을 떨면서 비아냥거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졸업한 이후에 업계에서 이름만 들어면 짜증이 치솟았는데 얼굴을 마주칠 생각에토가 나올 것 같았다.
“Changing time because of him? Damn it!”
걔 때문에 시간을 바꾼다고요? 젠장.
“Yes, they've been eagerly pressing for it. What should i do?”
네, 그쪽도 간곡히 부탁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유진의 격한 반응에 에밀도 당황스러운지 눈을 굴렸다. 유진은 두 손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해야할 일을 머리속으로 정리했다. 어떤 방향이든 오늘 재수없는 에단의 얼굴을 봐야한 다는 건 변함없었다.
유진은 아름답게 노래 부르던 크리스틴의 청아한 음색도 꺅꺅대는 소리로 들릴 만큼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짜증나는 상황이지만 이제 그 꼴보기 싫은 에단도 유진의 클라이언트이니 맞출 수밖에 없었다. 유진는 찡그린 이마를 문질렀고 짜증스런 한숨이 흘러나왔다.
“ha.... I’ll get up after this song.”
하... 이것만 듣고 일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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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짜증으로 들썩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무대에 노래하는 크리스틴을 바라보았다. 저 아름다운 여자가 왜 지하에 숨어사는 저 기괴하고 유령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걸까. 이 오페라의 유령을 수십 번 본 유진이지만 크리스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창공을 찌르는 듯한 크리스틴의 고음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때쯤 또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렸다. 또 에밀인 줄 알고 유진은 인상을 쓰며 돌아보았지만 에밀이 보이지 않았다. 진동소리는 옆자리 자신의 코트에서 나고 있었다.
코트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모르는 번호였고 국제전화였다. 그리고 +82 이라고 시작하는 한국에서 온 전화다.
'누구지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바하마 한국지사로 돌아간 섀넌인가? 아니면 날 죽이겠다는 협박전화?'
바하마를 나오고 나서 협박전화같은 목숨을 위협받는 경고는 줄어들었지만 사실 진짜 협박전화여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을 쪼개 극장을 방문한 지금 이 순간을 또 방해하는 이 전화가 전혀 반갑지 않았다. 한국에서 올 전화는 대개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 못할것이 예상됐기에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유진은 통화버튼을 슬라이드 했다.
“Hello”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정말로 원한담긴 협박성 고함이 들려올까봐 살짝 의심스럽기도 했다.
“Hello? Who are...”
[“,,,이혜준입니다.”]
대답으로 혀 굴러가는 영어가 아닌 각진 한국어가 들려왔다. 게다가 예상했던 목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유진은 잠시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화면에 떠 있는 번호를 바라보았다. 화면에 떠있는 +82-10-3456-400*
정말 이혜준?
기분 나쁘게 표독스런 섀넌의 목소리도 아니고, 자신을 죽이겠다는 살벌한 협박전화도 아니고, 조용하면서 단정한 목소리. 유진은 혜준의 목소리임을 깨달았다.
“Wow...uh- 진짜 이혜준씨에요?”
유진은 근 1년 만에 해보는 한국어가 살짝 어색했다. 이혜준이라는 이름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뭔가 어떨떨한 기분이었다.
[“네에…음…안녕하세요. 이게 국제전화라서 간단히 말 할게요. 제가 왜 전호ㅏ.,,”]
“내가 다시 걸게요.”
유진은 전화를 툭 끊었다.
1층 무대에서는 아름다운 크리스틴의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유진은 코트를 들고 바로 극장을 나왔다.
극장의 방음문을 열고 로비로 나온 유진을 본 에밀이 다가오려 했지만 유진은 손을 들고 에밀의 걸음을 막았다.
유진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최근통화 맨 윗줄을 눌렀다. 곧이어 신호음이 넘어갔다.
설마 안 받을까하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제 말해요. 간단히 말고 길게.”
※상황설정디테일은 모두 지어낸거임. 아무튼 지어낸거임. 반박 안 받음. 나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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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쥬?
반응 좋으면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