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은 억울한 죄인의 누명을 쓴 아버지 때문에 비뚤게 자란 구도경의 심리를 비롯해 상처 입은 사람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려 애쓴다. 이 때문에 사건은 종종 범죄자와 형사들의 과거 이야기 그들의 내면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때문에 이야기의 스피드는 느려진다. <더 게임>의 현란한 연출은 그런 아쉬움을 보완해 주는 장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적 특성에는 부합하지만 현실감은 떨어지는 작위적인 설정들은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더 게임>이 설정의 작위성 때문에 맥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넘치는 긴장감 속에 장르 드라마의 특성이라고 이해하고 패스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 게임>이 지루한 까닭은 사실 다른 곳에 있다. 섬세한 감정연기를 소화하기에 옥택연과 이연희 두 배우의 기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다른 조연들이 빼어난 감정과 상황 연기로 긴장감의 피치를 올려놓으면 두 주인공이 김을 빼버리는 식이다.
물론 옥택연과 이연희는 스타로서는 상당히 매력이 있다. 옥택연은 건강하고 남자다우면서도 순수해 보이는 이미지의 흔치 않은 아이돌 스타다. 이연희는 그녀만이 드러낼 수 있는 청순한 느낌을 아직까지 지녔다. 하지만 두 배우는 <더 게임>에서 이들이 지닌 매력 외에 감정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 두 배우의 다소 어색한 걸음걸이만큼이나 이들의 감정연기에는 맥이 끊기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이연희의 앙다문 입술로는 서준영의 결기나 미어터지는 감정을 꾹꾹 눌러 참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이연희가 연기하는 강력반 형사는 형사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옥택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배우가 부릅뜬 눈으로 소리를 지른들 죽음을 보는 예언가 김태평의 고뇌나 괴로움은 그냥 고성방가로 느껴진다.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알고 있지만 숨기는 포커페이스는 그냥 아무 생각 없는 멍한 표정으로 읽힌다. 백짓장도 맞들며 낫다지만 두 배우의 백지같이 무덤덤한 연기가 더해지면 지루함만 남는다. 안타깝게도 두 배우는 아름답고 멋지지만 그 매력을 연기로 표현하는 감정의 근육이 투박하다. 그렇다 보니 <더 게임>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들로 섬세하게 채워져야 할 장면들이 모두 스킵하는 장면으로 변해 버린다.
반면 <더 게임>에서 살인자 구도경을 연기하는 임주환은 다르다. 임주환의 구도경 연기는 그저 잘생긴 도련님 같던 이 배우를 다시 보게끔 만든다. 언뜻 사악한 소시오패스처럼 보이는 구도경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의 붕괴되는 내면들이 하나둘 그려진다. 그리고 임주환은 그림자가 배경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 오밀조밀한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가며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어낸다.
심지어 다른 젊은 주인공들이 감정의 텐션을 놓칠 때 이 배우는 살인자를 연기하면서 멜로의 감정선까지 짚어낼 줄 안다. <더 게임> 지난주 방송에서 서준영과 김태평의 로맨스 장면들은 그저 친구끼리의 술자리 장면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서준영을 멀리서 지켜보며 연모하는 구도경의 감정을 그린 장면들은 짧은 순간에도 아련한 무언가가 존재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더 게임>에서 승자가 있다면 주인공들이 아니라 사연 있는 살인마를 연기한 임주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