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4화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채이헌과 유진한의 대작씬...이랄까, 대립씬이 다시 나와서 너무 좋았어!
물론 주차장 멱살잡이씬, 당신 여자야?씬도 있고, 허 부총리 임명 직후 간담회? 비슷한데서 첨예하게 의견 대립하는 장면도 있긴 했지만 기싸움이나 견제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나 주위 시선 신경쓰지 않고 서로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며 근본적인 가치관을 두고 의견 대립하는 장면은 그동안 없어서 작중에서 이 둘을 라이벌화해서 VS 구도를 유도하는 것치고는 좀 많이 아쉬웠거든.
아무래도 단순히 흑백 대결을 다루는 작품이 아니고, 정의로운 선처럼 보이는 채이헌 내에도 자칫하면 독선과 아집으로 빠질 위험성이 있고, 비열한 악으로만 보이는 유진한 내에도 자기 모순이나 인간적 면모가 있는데다 여기에 양쪽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허재라는 인물이 개입하면 더 상황이 입체적으로 복잡해지는지라 기대하며 예상한 것만큼 단순 대립 구도로 몰고가기엔 쉽지 않을 것 같긴 해.
그래도 어쨌든 절대적인 자유시장경제의 자본주의 논리를 지지하며 돈이 가진 힘을 신봉하는 유진한과, 돈 그 이면에 있는 욕망을 경계하고 무조건적인 배금주의사상이 사회에 얼마나 위험한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우려하는 채이헌 간의 짧고 굵은 대화를 통해서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자본주의를 둘러싼 갈등의 본질을 명확히 짚어준 것 같아서 좋았어.
혜준이가 자본주의의 폐혜랄까, 그에서 기인한 기형적 사회 구조와 병리 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국가 경제와 서민 경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작품의 방향성과 테마를 전달하고 있다면 채이헌과 유진한은 두 개의 가치관 그 자체를 대변하는 느낌이었음.
근데... 그런 만족감과는 별개로 거기서 혜준이에 대해서는 서로 한 마디도 안 하고 줄창 돈 이야기만 나누는 거 보고 한편으로는 그게 다야??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냐구??? 이랬다ㅋㅋㅋㅋ큐ㅠㅠㅠㅠ
아니, 딱히 삼각관계 진지하게 미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채이헌이 앞서서 혜준이를 유진한의 시선으로부터 차단하고 일부러 잠복했다가 둘이 접촉하는 걸 막을 정도로 혜준이에 대한 유진한의 관심과 접근을 무척 경계하고 불쾌해 하는 면이 있어서 적어도 자꾸 이 사무관 앞에서 얼쩡대서 이 사무관 곤란할 상황 만들지 말라던가, 스토킹은 범죄라던가ㅋㅋㅋ 암튼 뭐라고 한 마디 할 법도 한데 곧 죽어도 경제 난상 토론만 벌이는 거 보고 채이헌은 채이헌이구나 싶더라.ㅠㅠㅋㅋㅋㅋ
그 왜, 전에 스파이 의혹이 불거지고 이혜준과 유진한 사이의 관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허재가 대놓고 개인적 관계 운운하며 물었을 때도, 본인도 진짜 궁금하고 또 신경 쓰였을 텐데도 굳이 사감은 드러내지 않고 그런 사적인 질문은 지나친게 아니냐고 막아주려고 하던 거 보고 이 사람 공사 구분이 진짜 칼 같구나 감탄했거든.
업무에 관계하지 않은 이상, 자기가 둘 사이를 묻거나 따질 자격이나 권리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그렇다고 혜준이랑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려는 의도도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꼴보기도 싫고 사사건건 거슬리는 유진한을 바로 앞에 앉혀두고도 끝내 혜준이 관련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정말... 감질나면서도 채이헌의 캐릭터다웠다...ㅠㅠㅠㅠ
한 편, 유진한은 유진한대로 이혜준과 아무 사이 아니라면서 왜 방해하냐, 뭐 대충 그런 식으로 한 번 추궁할 법도 한데 끝까지 그쪽 관련으론 입 안 여는 거 보고 자존심 한 번 더럽게 세다 싶었음.ㅋㅋㅋㅋ
괜히 아니라는 사람 붙들고 긁어 부스럼 만들며 자존심 상하게 상대를 연적으로 의식하고 있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ㅋㅋㅋㅋ
평범한 로맨스 드라마의 삼각관계에서처럼 두 남정네 사이에서 적나라한 개싸움 벌어지는 것도 물론 재밌겠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만의 것으로 묻어두고 감정이 아닌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로만 치열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괜히 더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심중을 심독하게 되어서 좋았어.ㅎㅎ
톨글 다 받는다! 생각해보니 혜준이를 언급을 안했었다는게 참 둘다 ..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