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노. 야노가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쓸쓸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치만 야노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아닐까.
그러니까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줘.
내가 지켜볼게. 내가 항상 널 지켜볼게. 외롭지 않게.
ㅡ결혼식 때 하는 맹세의 말이면 되지?
ㅡ뭐?!
ㅡ「…그대는 이 사람을 아내로서 영원히 사랑하고 아껴줄 것을 맹세합니까?」
ㅡ…맹세합니다.
ㅡ우리 결혼하는 거냐?
ㅡ아.
ㅡ아하하.
ㅡ말, 말만으로는 부족해.
ㅡ뭐?
ㅡ나라면 이렇게 말할 거야.
손가락을…, 분질러 주세요.
키스를 했다.
상대는 봄부터 내내 좋아했던 남자애로, 한번 고백을 했다가…영문 모를 대답만 듣고
틀렸구나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좋아해.」
기적처럼 세상의 빛이 단숨에 변하는 걸 보았다.
야노는 마법을 휘두른 것이다.
야노가 안아준다. 교복의 사각사각한 감촉이 기분 좋다.
야노의 손이 내 등을 어루만진다. 왠지 난 야노가 남자라는 걸 느낀다.
야노의 손가락이 내 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뭉클해진다.
야노가 키스를 한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나나미. 나도 과거를 바꾸고 싶어. 그게 가능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거야. 네가 울지 않고 끝날 수 있다면 말야.
하지만 그런 건 불가능해. 과거는 바꿀 수가 없어.
그렇다면, 「과거」에 지지 않을 「현재」를 만들어가자.
…세상은 날 위해 돌고 있진 않아. 하지만 넌 날 위해 있는 거잖아.
…그런 거 아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연애란 타이밍이 전부니까.
중요한 때 중요한 일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어떤 운명적인 만남도 꽝이 되는 거지.
후회해도 늦어. …후회해도.
몇 번이고 너를 만나 또 몇 번을 속아도
지긋지긋할 정도로 너와 다시 시작해서
진저리가 날 때까지 너와 불행에 빠진다.
광대가 되었다가 바보가 되었다가 개가 되었다가.
자존심도 냉정함도 모두 버리고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그저 너만 날 사랑해준다면.
ㅡ뭐 원래 생각대로 안 되는 거긴 하지만.
ㅡ뭐가?
ㅡ자기 마음 말야.
ㅡ어떤 식으로?
ㅡ…가령, 가령 남자친구가 너무 바보 같아서 한 대 패주고 싶을 때.
근데 웃는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자기도 모르게 용서해주고 마는 거야.
늘 마음에 져버려. 좋아한다는 건 노력과는 정반대야.
ㅡ「영원」이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ㅡ있어. 틀림없이.
어둠 속에 하얗게 빛나는 그의 얼굴을, 밤하늘의 별을 전부 모아놓은 것 같은 그의 눈동자를,
「영원은 있다」고 말하던 아직 어린 17살의 그를,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어른이 된 우리가,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아버린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우리가,
그때만큼은 시간이 멈추고 이 세상에 우리밖에 없고
이 순간은 무엇보다 진실하며 꿈 같고 찰나이면서 영원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날의 우리 마음 속에 확실히 영원은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결국엔 어른이 되고 만다.
미안해, 야노. 미안해. 한순간이나마 흔들렸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마치 내 마음을 시험하는 듯한 밝은 겨울 하늘.
머릿속에 떠오른 이 생각은 불손한 것일까?
「그를 위해 살고 싶다.」
아니야. 나나미.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어.
우린 그때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거짓도 없고 잘못도 실수도 실패도 없어. 그저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뿐이야.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추억은 기억의 단편과 단편에 의해 재구성된 창조물이라고.
기억을 떠올리는 건 환상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난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가 한 말을, 웃는 얼굴을, 목소리를.
기억의 단편과 단편을 모아 이어붙여서 내 뇌리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는,
이미 그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런 "때"는ㅡ 존재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ㅡ인간은 7년이 지나면 몸 안의 세포가 전부 다 바뀐대.
7년 전과 똑같은 세포가 한 개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건 다시 말해 7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인간이 된단 거야.
ㅡ말도 안 돼. 그럼 어떻게 기억이란 게 있는 거야?
세포가 전부 다 바뀐다면 기억도 전부 다 바뀌어야 하잖아.
ㅡ그건 아마 복사 덕분일 거야. 새로운 기억이 낡은 기억을 복사해서 계속 이어가는 게 아닐까?
복사의 복사의 복사의 복사의 복사처럼.
ㅡ그럼 점점 엷고 흐려지겠네.
ㅡ그렇지. 그래서 오래된 기억일수록 희미해져가는 게 아니겠어?
ㅡ흐려지지 않는 기억도 있어.
내가 늘 마음속으로 묻고 떠올리는 건 17살 시절의 그이다.
기억 속에서 내가 아는 야노는 17살의 모습인 채 멈춰 있다.
왜냐면 난 18살의 야노도, 20살의 야노도, 23살의 야노도 모르니까.
고등학교 2년 반밖에 그를 모르니까.
하지만 17살의 그는 이제 없다.
내가 아는 그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제 그 사랑은 끝났다고.
타인의 신체를 상하게 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위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건 왜일까.
다시 시작하자.
어려서 받아들일 수 없던 마음까지 모두 지금이라면 분명.
지금이라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야.
야노. 명심해. 너랑 나나미는 내 희생 위에 이뤄졌어.
잊지 마. 내가 너한테 뭘 해줬는지. 우정을 쓸모없게 만들지 마.
온 힘으로 네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힘내. 이번엔 내가 너에게 말할 차례야.
나나미. 네가 그랬지?
'야노가 날 강하게 만들어준 거야.'
아니야, 나나미.
네가 있기 때문에 살 수 있었어.
이 하늘 아래 어딘가에 너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떨어져 있어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언제나 네 행복을 빌었지. 그게 오늘까지 날 버티게 한 모든 것.
네가 날 강하게 만든 거야.
나나미. 내가 지금 데리러 갈게.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그러니까 힘내.
이번엔 내가 널 위해 모든 걸 버릴 거야. 너 외엔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러니까 이번엔 꼭 날 기다려줘.
「응!!」
줄곧 물음표를 던져왔던
기억은 나일까?
기억은 너일까?
우린 그저 기억의 집합체인가?
여러 개의 선택을 한 결과
지금 서 있는 이 길 위에서
옳았다고 생각한 나도
틀린 것처럼 여겨졌던 나도
난 늘 나다웠다.
너도 그도 그 누구도 모두
이걸로 된 거야.
이걸로 된 거야.
누군가 말했다.
추억은 기억의 단편에 의해 재구성된 창조물이라고.
추억은 환각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만약
거기에 멈춰 서 있었더라면
길의 방향을 꺾었더라면
돌부리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다른 길로 가지 않았더라면
멈추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때
만약
만약…
부디 당신에게도
추억이 늘
다정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를.…
우리들이 있었다, 오바타 유키 처돌이 나야나 ㅠㅠㅋ
작품에 대해서 할 말은 많고도 많지만 나를 우있 처돌이로 만들었던건 역시 작품 내에 나오는 독백이랑 대사..
오랜만에 정주행하고 뽕차서 적어봤어..모두 주말의 마무리는 우있이 어떠니^^
애니 성우들 솔직히 발연기긴 했는데 나중에 듣다보니 그 덤덤한 말투가 더 꽂히는 것 같기도 했고 ㅠㅠ ost가 너무 명곡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