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기 전에 해외에 나가봐야겠다! 마음 먹음.
근데 여행은 관심이 없었음. 여행말구 살아보고 싶었음.
그러다가 뭐? 여행하면서 돈 떨어지면 일을 하면 되는 비자가 있다고? 하고 워홀을 결심하게 됨.
후보는 뉴질랜드와 일본. 이유는 각각 반지의 제왕과 노다메 칸타빌레의 나라니까.
근데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영어보다 일어가 더 쉬울 것 같음. 한국어랑 어순이 똑같으니까.
ㅇㅋ 일본에 가자!
휴학을 때리고 6개월간 워홀 초기 자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함. 그리고 히라가나부터 시작함. 그땐 어릴 때라 근자감이 있었음. 노력하면 뭐든 될 거야!! 하는 무모함이 있었음. 개 무리수였다는 걸 나중에 일본 땅에 떨어진지 10분 만에 깨닫지만.. 어쨌든 머리속에 꽃밭을 그리며 일어 공부를 시작함.
히라가나 가타카나까지는 혼자서 외우고 전화 일본어를 시작함. 매일 10분씩 원어민 강사와 대화를 하는 것임. 영어로치면 하우아유 파인땡큐앤유? 같은 것을 하면서 점점 나자신이 일어 개씹고수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음(아님)
한자 공부는 일어 공부 책이 너무 노잼이라 내가 좋아하던 일본 소설을 원서로 사서 읽기 시작함. 모르는 단어 나오면 사전으로 찾아서 외움.
어느정도 기본적인 문법을 익혔다 싶었을 때는 노다메 칸타빌레 전 시즌을 뺑뺑이 돌림. 처음엔 자막으로, 그 다음엔 자막 없이, 나중에는 치아키랑 노다메가 하는 대사를 동시에 읊을 때까지 봄. 회당 몇 십 번은 본 듯..
그렇게 6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갔음. 슬슬 어느 도시로 갈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실질적인 계획을 세워야했음.
전화 일본어 쌤한테 물어 봄.
"센세, 일본에서 제일 좋은 동네 어디에요?"
"나고야."
"엥? 왜죠."(당연히 도쿄라 할 줄 알았음)
"내 고향임ㅋ"
"ㅇㅋㅇㅋ"
전화 센세의 고향도 맛볼겸, 나고야로 가기로 하고 인천-나고야 편도 티켓을 끊음. 근데 티켓을 끊고보니 나고야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음. 인터넷에 아무리 쳐봐도 나고야에 사는 한국인 동지를 찾을 수가 없음. (지금은 모르겠음. 하지만 그땐 오사카나 도쿄보다 나고야에 대한 정보가 적었음. 물론 내가 일본어를 못해서 그랬을 가능성 농후. 한국어 서치만 오지게 했기 때문에 ㅋ)
결국 구글에 일본어로 "나고야 쉐어하우스"를 침. 대충 사진 보고 제일 깨끗해 보이는 집으로 골라서 메일 보냄.
나 여기서 언제부터 최소 3개월 이상 살 것임. 진짜임. 그러니까 방을 내놓으시오. 한국인임.
그렇게 집을 구했음. 나는 한국에서도 귀찮음 때문에 집 안 가보고 사진만 보고 구하는 사람이라.. 비 새고 바퀴벌레 나와도 감수하기로 함. 내 귀찮음에 대한 댓가니까..
그리고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 급하게 jlpt n2를 응시했..지만 결과가 뜨기 전에 나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버림.
나중에서야 부모님한테 연락와서 합격했다고 전해들음. n1은 쫄려서 안 쳤음. 쳤어도 탈락했을 거임.
그렇게 나고야 공항에 도착함. 근데 몰랏지 실제 나고야 역이랑 나고야 공항이랑 그렇게 먼지는....
쉐어하우스 관리자랑 나고야 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공항에서 역까지 어케 가는지 모르겠는 거임. 그래서 역무원 잡고 물어봄..
"나고야 역은 어디에 있읍니까?(로봇말투or시리 말투)"
그리고 승무원이 뭐라 대답했어
"&@!?#%"
나는 그가 랩이나 불경을 외우는 줄 알았어.
그때 나는 내 일어실력의 현실을 깨달았지.
아 ㅈ 됐구나. 하나두 못 알아듣겠다.
이렇게 공항에서 미아가 되어 국제 홈리스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승무원에겐 알아들은 척을 했어. 파든?을 너무 많이 해서 이쯤 되면 알아들은 척 해야지 안 미안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냥 사람들의 물결이 흐르는 곳을 따라갔어. 사실 뭐 나고야 공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곳이 나고야 역이지 어디겠어.. 첨부터 이렇게 할 걸^^ 하면서 그 흐름들 따라가서 기차를 타고 나고야 역에 도착하게 되었단다.
쓰고보니 존나 구구절절 노잼이네.
알바구하고 일한 얘기도 하고 싶은데 이미 너무 길어지고 말았구나. 아무도 관심은 없겠지만 담에 또 잠이 안 오면 혼자서 끄적거릴게. 다들 좋은 아침이야. 나는 이제 자러 가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