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은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시민 케인]을 누르고 작품상을 받아서 탈이지, 훌륭한 존 포드 영화죠. 솔직히 [시민 케인]은 사랑받기엔 좀 차가운 영화였고."
핀처 영화에 대한 감상이 딱 저래. 무작정 사랑하기에는 영화가 차가움. 핀처 영화 보면 자기가 다루는 캐릭터인데도 딱 냉정하게 선 긋는 느낌이 있어.
소셜 네트워크보다는 범작이라는 평인 킹스 스피치가 더 지지받은 이유도 저런 맥락에서 알거 같아. 킹스 스피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한테 이입되잖아. 근데 소셜 네트워크는 주인공이든 아니든 모든 캐릭터들한테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느낌. 그나마 영화에서 좀 편들어준 왈도 캐릭터 조차도 멀리 떨어져서 뚱하게 보고있는 느낌이야. 그래서 영화 좋은거 알겠고 재밌었는데도 결론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싶고.. 영화가 굳이 교훈을 남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보고 나면 대체로 어떤 감정은 남기 마련인데 소셜 네트워크는 그게 딱 직관적으로 오진 않지
저건 같은 원작으로 비교 대상이 있는 밀레니엄을 봐도 그래. 여주는 과거의 상처가 있는 천재인데 월급 틀어쥐고 갑질하는 연상의 남자한테 성적으로 불링 당하는, 하지만 존나 쎈 고스 캐릭터잖아. 설정 과다치로 다 넣어놔서 재밌을수밖에 없는 인물인데 이런 캐릭터조차도 딱 선 긋고 과하게 몰입 못하게 함.
그리고 이게 죽음을 앞둔 노인이 몇십년전 실종된 자기 손녀를 찾아달라고 의뢰하며 시작되는 스토리잖아? 저 할배가 얼마나 안타까워.. 관객들을 처음부터 몰입하게 할 좋은 장치인데도 저 중요한 도입부를 그냥 건조하게 휙휙 처리해버림. 스웨덴판은 저런 부분들을 훨씬 더 이입가게 연출함. 난 비교도 안될만큼 핀처 버젼이 좋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판이 더 재밌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