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사 앞부분 영화 설명은 생략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고 벌새단이라는 강력한 팬덤도 생겼어요. 이런 주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벌새> 개봉하고 나서 사실, 잠도 잘 못자고 쉬지도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스케줄에 비해서 얼굴은 좋아 보인다는 얘길 많이 들어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또 영화를 보라고 주변에 권유해주는 벌새단을 보며, 정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개봉 이후 인터뷰와 GV의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어요. 비슷비슷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요?
제가 초반에 인터뷰를 워낙 많이 해서, 인터뷰하는 분들도 이전 인터뷰와 차별화하기 위해 질문을 고심한다고 들었어요. 비슷한 대답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혹시 ‘왜 이런 이야기는 물어주지 않지? 왜 이런 건 궁금해하지 않는 거지?’ 싶은 질문이 혹시 있나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여자 관객들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이요. 살면서 저는 여자들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고, 그래서 학창시절부터 늘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싶었기 때문에, 요즘이 너무 기쁘달까요(웃음). 그래서 저는 제 GV에서도 더 많은 여성관객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세 개의 질문 모두 남성관객의 질문이 채택된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모더레이터에게 여성관객의 질문을 우선해달라고 요청 드린 일이 있어요. 남성관객의 질문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이 영화가 여성영화인 만큼 여성관객들의 반응이 조금 더 궁금했거든요.

아무래도 여자관객들은 자기 검열이 더 강하기 때문에 손드는 걸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여자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이미 동화되어 울고 있거나 너무 감정적이 되어 질문을 못하시는 것 같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영화를 잘 못 읽어낸 듯한 공격적인 질문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질문받기도 했는데요. 공교롭게도 남성관객들이 많았죠. 그럴 때면 보통 저는 “제가 부족해서 그래요”라고 넘기거든요. 그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 에너지를 쓰기에도 삶은 짧다고 배웠거든요.

영화를 본 많은 여성들이 은희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서사로 확장시키는 이야기를 SNS에서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이런 여성 서사에 대한 목마름,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전 이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 어찌 보면 전형적인 이야기다, 이걸 어떻게 새롭게 보여줘야 할까 고민을 했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본 분들이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다’, ‘이제까지 이런 여성 서사가 없었다’는 얘길 하니까,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반면에 그동안 여자관객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느꼈을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알겠더라고요. 맨날 똑같이 묘사되는, 도대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을 보며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났을까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페미니즘 영화를 만들겠다거나 여성 서사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저 제 일상, 제 삶을 담았을 뿐이었죠. 그런데 이처럼 있는 그대로 제가 살았던 시대를 정직하게 묘사하고, 제 주변의 여성을 묘사한 이 영화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서, 아,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겠다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했어요.

영화의 많은 부분이 사적인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지만, 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모니터링과 퇴고를 통해 어떤 원형의 이야기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어요.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있나요?
하나는 제게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어요. 주변에서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제가 만족해야만 하는 그런 면이 있거든요. 딱 들어맞는 구조를 만들었을 때 희열을 느끼는데, 그걸 맞추는 과정이 일단 오래 걸렸고요. 둘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마도 여성이라는 점이 검열의 요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자전적인 것이 아니라 뭔가 원형적 이야기로 풀어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것? 그러나 자전적 요소가 들어간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프랑수아 트뤼포도 <400번의 구타>를 자기 이야기에 기반해 찍었는데, 그걸로 누가 뭐라 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여성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면, 유독 귀찮은 일이 너무 많이 생겨요. 영화 개봉하고 “오빠한테 맞으셨어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게 무례한 질문이라는 걸 아예 모르는 것 같아요. 벙 쪄서 쳐다보는데도 모르더라고요.

또한 명상과 심리상담을 병행했다는 글도 시나리오북에서 봤는데, 그 과정이 필요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제 인생의 한 시기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도 필요했지만, 영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이야기를 제가 너무 나의 이야기로 여기고 자기연민에 빠지면, 은희는 피해자, 은희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은 가해자들이 되어버리잖아요. 저는 그런 구도에서 벗어나 결국에는 우리가 살아 있는 축복 같은 걸 그리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은희가 여성들과 갖는 연대가 중요하게 그려지길 바랐어요. 제 삶에서 그런 것들이 실제로 절 살렸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명상, 심리상담 등을 통해서 내 안의 미움이나 분노, 풀리지 않은 부분과 화해해야만 전체적인 시야가 생길 것 같았어요.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그런 건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감독님에게는 왜 그토록 여성과의 관계가 중요한가요?
저는 살면서 운 좋게도 매력적인 여성들을 많이 만났고, 지금도 그들이 제 주변에 있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극중 영지의 대사 중에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고 하잖아요.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여성으로서 억압받는 경험이 없었더라면 저는 소수자와도 연대할 수 없는 정말 매력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 같아요. 이런 영화도 당연히 만들지 못했겠죠. 그런 점에서 나쁜 일과 기쁜 일은 같이 오는 것 같아요. 여성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물론 저에게도 남자사람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과의 관계도 다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어요. 남녀관계, 권력 이런 데서 자유롭고 유연해요. 생각해보면 제 삶에서 가치 있는 관계의 얼굴들은 모두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예를 들어 은희 아빠의 고춧가루 신처럼 홀로 독백하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요. 상대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그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하지 않는 것. 진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스스로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생각하고 성찰하는 그런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매혹적인 연기를 보여준 영지 선생님 역의 김새벽 배우나 은희 그 자체였던 박지후 배우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감독님이 영화에서 특히 좋아하는 배우들의 표정이나 그 표정이 잘 드러난 신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김새벽 배우가 병원에서 은희에게 “맞지마”라고 말할 때의 결연한 표정을 좋아해요. 엄마는 감자전을 허겁지겁 먹는 은희를 지긋이 바라보는 표정을 말하고 싶고요. 은희는 영지 선생님이랑 손가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밤에 혼자 걸어오다가 가슴 벅참, 쓸쓸함, 문득 그리움을 혼자 모두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은희 친구 지숙이는 오빠에게 얻어맞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우리에게 미안해하기는 할까?”라고 말할 때, 그 초연한 표정이 기억에 남고요. 또 수희는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나서 등교할 때 거울을 보는 신에서, 텅빈 눈으로 거울을 보는 표정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에서는 언니인 수희와 은희의 관계가 좀 더 구체적이었다면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수희의 모습이 덜 보이더라고요. 편집하며 많이 덜어낸 듯 한데요. 감독으로서 수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 같아요.
미래의 은희는 수희에게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해요. 수희는 은희와 또 다른 방식으로 자기의 삶을 견디는 중이죠. 또 장녀이기 때문에 수희가 은희뿐만 아니라 대원이에게도 완충재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희는 억압을, 대원이는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뒤틀린 사랑이거든요. 둘 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거죠. 은희는 도리어 막내였기 때문에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자랄 수 있었던 반면에 수희는 더 힘들게 견뎌왔을 거예요. 그래서 미래의 은희는 어떤 식으로든 수희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하고, 수희와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수희가 많이 등장하진 않아도, 식탁에서 은희가 오빠에게 맞았다는 얘길할 때 유일하게 수희만 은희와 눈을 마주쳐요. 상황을 뒤엎진 못하지만 지지하는 눈빛으로 은희를 봐주죠. 무너진 성수대교로 갈 때도 수희는 은희랑 가잖아요. 각자 힘든 시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통과하지만, 결정적으로 힘들 때는 서로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 가장 중요한 관계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수희처럼 중요한 여성 가족으로서 엄마가 있습니다. 영화 속 엄마는 흔히 연속극에서 관습적으로 묘사되는 모성상이 아니었어요. 이 가족들 속에서 오롯이 단독자로 있고자 하죠. 저는 그래서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영화 속 엄마를 보면 마치 공무원처럼 너무나 많은 일을 해요. 삼시 세끼 밥 차려주고, 아이들 도시락을 차려주고 아빠가 춤추러 나가는 동안에도 떡집에서 일을 하고요. 저는 엄마와의 관계에서는 은희의 감정이 아니라 이 모든 걸 초인적으로 해내느라 지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모든 일을 해내느라 자신 안에 소용돌이를 만들어낸 엄마의 감정이 더 중요했거든요. 그게 은희가 “엄마아!~” 아무리 불러도 엄마가 듣지 못하던 장면이에요. 집에서는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바깥에서 마주 대하고 있는 엄마의 낯선 얼굴을 본 은희는 답답해서 엄마를 부르지만 그 소리는 닿지 않겠죠. 이런 엄마의 단독자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전 엄마들의 전형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요. 그것 또한 엄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모성신화라고 생각하니까요. 모성신화가 사실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은 싸울 일이 없어야 해요.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만약 어렸을 때 모성신화를 주입받지 않았다면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고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엄마의 편이 되어주었을 것 같아요. 그러지 못한 걸 정말 많이 반성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엄마의 이야기, 나이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엄마, 아내 같은 어떤 역할이 아니라 단독자로서 나이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정말 드문 것 같아요. 나이 든 남성들의 이야기는 되풀이되는데 말이죠.
아저씨들의 이야기는 정작 많이 봤잖아요. 매력 없는 아저씨들이 징징대는 걸 우쭈쭈해주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많은데, 정작 아이를 다 키우고 또 부모를 모셔야 하는, 정말 초인적으로 그 많은 일과 돌봄을 해내는 중장년 또 노년의 여성을 아무도 조명하지 않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은희를 떠나 보내야 할 텐데요. 은희는 과연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까요?
은희는 아마도 영지 선생님과 비슷한 사람이 되겠죠. 원래 자기랑 비슷한 사람을 알아보는 거잖아요. 은희에게 영지의 어떤 씨앗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알아봤을 거 같거든요. 분별 판단하지 않고 이 삶에서 단독자로서 ‘인싸’가 되려는 욕망 없이 때로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도 들으면서 살아갈 거 같아요. 소수자와 연대하면서 사람을 외모나 성적 정체성, 그가 가진 부의 척도 같은 걸로 판단하지 않고 본질로서 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은희를 떠나보내는 것은 기다려지면서도 막상 그날이 오면 슬플 거 같단 생각도 들어요. 잘 떠나보내려고요. 그래야 다음이 올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은희 이후에는 어떤 이야기에 도전하고 싶은가요?
그동안 잘 이야기되지 않았던 서사들을 이야기할 것 같아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할 것 같고요. 나이 든 여성, 어린 여성, 성적 소수자 여성 같은, 잘 다뤄지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흔들리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고요. 그리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전쟁영화를 꼭 다루고 싶어요. 보통 전쟁영화라면 스펙터클한 장면부터 이야기하잖아요. 그게 정말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게 제겐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래서 전쟁이나 역사야말로 여성의 눈으로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다른 프레임, 다른 서사로 말해져야 한다고요.

 

 전문: https://street-h.com/magazine/103403


김보라 감독의 전쟁영화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

  • tory_1 2020.02.11 08:31
    좋은글 정말 고마워. 밑줄긋고싶은 부분이 너무 많다.
  • tory_2 2020.02.11 09:34
    와우
  • tory_3 2020.02.11 09:38

    김보라 감독님 차기작도 너무 기대돼ㅠㅠ!!

  • tory_4 2020.02.11 10:4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7/19 17:51:00)
  • tory_9 2020.02.11 21:20

    222 진짜 무례해

  • tory_5 2020.02.11 11:34
    김보라감독님 인터뷰 볼때마다 참좋다 다음작품도 너무 기대됨ㅠㅠ!
  • tory_6 2020.02.11 11:39
    이 영화는 얘기만 많이 듣고 아직 보기 전인데 인터뷰 보니까 꼭 봐야겠단 생각이든다.. 꼭 봐야지.!!!!
  • tory_7 2020.02.11 11:54

    영화도 좋았는데 감독님 인터뷰도 너무 좋네! 차기작 너무 너무 기대된다!!

  • tory_8 2020.02.11 13:0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1 00:13:55)
  • tory_10 2020.02.11 23:35
    영화도 좋고 인터뷰도 좋다 감독님도 좋아!!!
  • tory_11 2020.02.12 10:08

    벌새 영화도 너무 좋았지만, 글에서 보이는 김보라 감독의 단단함이 참 안정적이고 좋다. 

  • tory_12 2020.02.12 11:28

    나는 이 영화를 보면 한순간이라도 큰 감정에 매몰될까봐 두려워서 못 보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보고 싶어....

    감독님이 상담 병행하면서 건강한 거리두기를 지양하셨다니까 더더욱 보고 싶어진다...

  • tory_13 2020.02.12 12:38

    진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 tory_14 2020.02.12 13:53
    박수치구 싶다
  • tory_15 2020.02.12 14:3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25 21:26:17)
  • tory_16 2020.02.12 21:22
    미쳤다 인터뷰 너무 좋다 3차 찍을래 ㅠㅠ
  • tory_17 2020.02.13 09:26

    인터뷰가 너무 좋다.. 영화볼때 사실 크게 감흥 없었거든 영지샘이라는 존재가 내 삶에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도만 생각해본ㅎㅎ

    인터뷰때문에 다시 보고싶다~

  • tory_18 2020.02.13 10:5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2/20 11:30:42)
  • tory_19 2020.02.13 13:34

    " 저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 에너지를 쓰기에도 삶은 짧다고 배웠거든요."

    이 태도 너무 좋다

  • tory_20 2020.02.13 14:07

    물론 저에게도 남자사람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과의 관계도 다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어요. 남녀관계, 권력 이런 데서 자유롭고 유연해요


    이부분 공감... 그래서 제가 남자사람친구가 없어요(!?)

  • tory_21 2020.02.13 23:45
    그냥 대박이다.... 완벽한 인터뷰야
  • tory_22 2020.02.14 09:21
    살면서 저는 여자들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고, 그래서 학창시절부터 늘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싶었기 때문에, 요즘이 너무 기쁘달까요(웃음). 그래서 저는 제 GV에서도 더 많은 여성관객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최근에는 영화를 잘 못 읽어낸 듯한 공격적인 질문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질문받기도 했는데요. 공교롭게도 남성관객들이 많았죠. 그럴 때면 보통 저는 “제가 부족해서 그래요”라고 넘기거든요. 그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 에너지를 쓰기에도 삶은 짧다고 배웠거든요.

    생각해보면 제 삶에서 가치 있는 관계의 얼굴들은 모두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엄마들의 전형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요. 그것 또한 엄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모성신화라고 생각하니까요. 모성신화가 사실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은 싸울 일이 없어야 해요.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만약 어렸을 때 모성신화를 주입받지 않았다면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고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엄마의 편이 되어주었을 것 같아요. 그러지 못한 걸 정말 많이 반성하거든요.

    아저씨들의 이야기는 정작 많이 봤잖아요. 매력 없는 아저씨들이 징징대는 걸 우쭈쭈해주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많은데, 정작 아이를 다 키우고 또 부모를 모셔야 하는, 정말 초인적으로 그 많은 일과 돌봄을 해내는 중장년 또 노년의 여성을 아무도 조명하지 않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쟁이나 역사야말로 여성의 눈으로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다른 프레임, 다른 서사로 말해져야 한다고요.


    이 인터뷰 읽고 김보라 감독님이 더 좋아졌어 ㅠㅠㅠㅠ
  • tory_23 2020.02.14 09:48

    처음에 이 영화 보고 GV갔을때는 은희에 집중했었는데, 이 인터뷰를 보면서 엄마나 수희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한글자 한글자 곱씹으면서 감독님을 이해하고싶다. 너무 좋다. 인터뷰.. 와

  • tory_24 2020.02.14 15:56
    감동적이다
  • tory_25 2020.03.04 05:14
    인터뷰 너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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