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돈이 적어서 택시를 타기도 애매해 지폐를 들고 고민하던 때


마침 아는 사람이 운행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어


버스 내 사람들도 다 아는 사람의 지인들이라 금방 서로 친해져서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지


한참 떠들다


창 밖으로 보이는 생소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서야


아 이 버스 내가 가는 길과 목적지가 좀 다르구나 알게 됐지


날 포함해 서너 명 되는 차에 탄 사람들이


다 주거 지역이 달랐거든


어쨌거나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난 적당히 기회를 보다가


그나마라도 가장 내 지역과 가까운 장소에서 내리려고 했어


당시 내가 살던 곳은 논밭이 있는 마을이라 점점 길이 좁아지고 길가에 줄지어 선 나무가 늘어가자


아 이쯤 내려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이상하더라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분명 집 주변과 비슷한 산록으로 뒤덮여 있지만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이었어


이 때 갑자기 차가 멈춰 서더라?


정확히는 비포장된 산길을 우당탕 올라가다가 그마저도 길이 너무 좁아서 멈춰 서게 됐어


나와 셔틀버스 운행자, 승객들을 포함한 서너 명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차에서 내렸어


내리고 분위기는 조금씩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말곤 정적이라 조금 꺼려졌어


그냥 차를 돌려서 가자고 여긴 도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운행자는 평소 이 도로로 자주 왔는데 본 적 없는 광경을 보자


그럴 리 없다고 하면서 손전등을 켜고 아직 땅거미가 내려앉는 중인 산길을 올라갔어


산길이라고 해도 높은 산은 아니고... 흔히 말하는 동네 텃산 있지? 그 정도였어


나를 포함한 승객 셋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운행자가 여기가 어디지만 알자고 몰아붙였기에 따라섰지


올라가던 도중 옆에 난 수풀 사이로 익숙한 논밭이 보이는 거야


그래서 아 난 저기로 가 볼게 우리 집인 듯 ㅇㅇㅇ 했는데


운행자가 저기로 가는 건 위험해 보인다 했어


그래서 슥 보니 가는 길은 우리가 걷는 흙과 얕은 풀로 이뤄진 길과 비교도 되지 않게 풀이 무성했어


정말 뱀 나오기 딱 좋긴 하겠더라고


그래서 일단 사람이 걸을 수 있을 만한 길이 나오면 좋으니까 마저 운행자를 따라서 걸었어


차를 세운 곳에서 얼마나 멀리 왔을까


그다지 멀지 않았어


등 뒤를 보니 차는 달려서 10초만에 도달할 거리에 있었거든


길은 거기서 끊겼어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거대한 수풀이 앞길을 막고 있었달까


나를 포함한 승객 세 명은 수풀이 자아내는 기이하고 오묘한 분위기에


더 이상 가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자는데 동의했어


하지만 운행자는 왜인지 앞으로 계속 가자 했지


다들 그저 운행자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가길 꺼리자


운행자는 자기 먼저 가겠다고 하더니 무성한 수풀 중 하나를 헤치고 들어갔어


얼마나 우거져 있던지 사람 여럿이서 숨을 정도가 되더라고


나머지 셋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풀에 숨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어


운행자의 등을 불안하게 보던 중 갑자기 방울 소리가 났어


그리고 이어서 운행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바라보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어


거대한 노인의 얼굴 같은 것이 사자춤 추듯 덩실대면서 나타나더니


그대로 운행자를 집채로 삼켜서 먹었어


노인이 운행자를 씹을 때마다


도옥.. 독... 독... 하는 소리가 났어


생전 처음 보는 괴기한 상황에 우리는 숨을 쉴 수도 없었어


마침내 도옥... 독..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끝나고 노인 두 명의 모습이 사라지자


우리는 시선을 교환하고 당장 자동차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어


차에는 다행히도 놓고 온 차키가 그대로였어


나는 재빠르게 운전석을 열었어


사실 운전 면허 그런 거 없었지만 알 게 뭐야!


저 괴물한테 죽느니 벌금 딱지 좀 떼는 게 나을걸?


자동차 시동을 켜면서 요란한 소리가 나자 뒤에서 방울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


재촉하는 승객들을 데리고 나는 험한 산길에서 구부러지듯 돌아 급하게 페달을 밟았어


그 뒤론 우린 무사했지만 난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


분명 그 곳엔 사람이 사는 법한 마을도 있었어


(나중에 확인하니까 우리 마을은 아니었지만)


그러고 보면 어둡고 을씨년스럽던 저녁에 유난히 밝게 시야에 들어오던 논과 밭도


사실 괴물의 함정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이 들어


실종된 운행자는 돌아오지 못했어


주변에 말해 봤자 아무도 우리 말을 믿지 않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라고 진지하게 걱정하더라


이제 와선 입을 열지 않지만 아직도 가끔 잠자리 들기 전 생각 나는 게 있어


그 노인 괴물이 이빨이 몇 개나 되는 입을 쳐벌리고 씹을 때 나던 독... 도옥... 독... 소리







출처: 내 꿈 + 뇌
  • tory_1 2020.01.16 13:26
    와 바짝 긴장한 채 읽었다 출처가 꿈이라니 다행ㅠㅠㅠ
  • tory_2 2020.01.16 13:29

    카테고리 창작 아닌가..

  • W 2020.01.16 13:55

    바꿨어!

  • tory_4 2020.01.16 14: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1/02 13:00:20)
  • tory_5 2020.01.16 17:57
    국적 등장인물의 성별 이런 게 모호한 배경에 내용까지 엄청 판타지 같다 잘 읽었어!
  • tory_6 2020.01.18 08:10
    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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