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담시리즈 몇개 다시보는데
7080년대 토미노 원작의 건담을 보면
“싸움보다 서로 이해해야 한다” 이 하나의 메시지를 가지고도 되게 다양한 시각들이 나오거든
그렇게 이해하자고 했으면서 정작 메인 주인공들은 서로 끝까지 이해못하고 죽음, 이해는 했는데 막상 행동은 다른사람,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소통이 안되는 사람, 이해보다 싸움을 더 좋아하는 사람, 서로 깊이 이해했지만 허무하게 죽어버린 사람들 등등...
단순하게 ‘우리 싸우지 말고 모두모두 사이좋게 지내요~^^’ 로 끝나는 만화가 아니어서 참 명작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이해하자고 했던 사람들도 다 죽는거 보면 결국 주제 자체가 틀린거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하고
근데 비교적 최근에 나온 건담시리즈들을 보면 “싸움보다 서로 이해해야 한다” 는 메시지 자체는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데 그걸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얕다고 생각해
갈등이 있어서 싸운다->갑자기 뭔가 깨닫고 각성->우린 이러면 안돼! 하고 해피엔딩~
물론 그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크고작은 사건들이 많지만, 메시지를 나타내는 흐름 자체가 직관적이라 뭐 자근자근 씹어볼 거리가 없다고할까...ㅠ
건담의 아무로나 에반게리온의 신지같은 아주 섬세하고 복합적인 인물들이 많이 사라진것같아
개인적으로 원피스의 루피를 보면 그렇게 느끼는데(원피스 자체는 나도 좋아하고 명작이라고 생각함), 정의를 지키고 의리를 지키는거 다 좋은데 그거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게 느껴져. 그냥 얘는 주인공이고 착한편이니까 아무리 좌절을 겪고 뚜드려맞아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날수있다! 라는 느낌만 받음
왜 정의를 지켜야하는데? 왜 해적왕이 되려는건데?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되잖아? 에 “얘는 주인공이니까” 로 퉁쳐버리는 느낌
차라리 나에겐 우솝이 더 매력적인 캐릭터였어ㅋㅋㅋ 루피한테 모든사람이 너처럼 앞만 보고 살아갈 수 있는건 아니다 하고 일침놓을때, 찌질할때는 한없이 찌질하고, 근데 마냥 찌질한건 아니고 또 급할때는 어찌저찌 한사람 몫은 하고 가끔 소름돋게 멋질때도 있는데 그걸 결코 좋아서 해내는건 아니고...우솝 인기는 별로지만ㅠ 캐릭터적으로는 더 이해할게 많은 캐릭터라고 생각함
같은 이유로 로우보다 도플라밍고가 더 좋음ㅋㅋㅋ
각자의 이유는 다 있겠지...지구는 소중하니까 지켜야하는거고 아버지의 원수는 원통하니까 갚아야하는거고 의리를 지키는건 당연하니까 지켜야하는거고...근데 그거 외의 선택지를 주는 만화가 많이 없어진것같음
미야자키 하야오가 요즘 애니메이터들은 사람을 관찰하지 않는다고 아주 싫어했다고 하고, 건담 감독도 진격의 거인을 보고 ‘개인적인 경험(왕따당한거)을 투사한건 알겠지만 그거 이상은 없다’ 라고 비판한걸 보면서 무슨 말인지 좀 알것같았어
명작을 꼽아보라고 하면 요즘 애니메이션보다 70-90년대까지 작품이 많은 이유...
아무튼 개인적인 생각이고, 애니메이션에는 메시지가 없어도 작화, 연출, 스토리, 캐릭터성 등등 많은 즐길거리가 있으니 너무 심각하게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ㅎㅎㅎ 그냥 내 생각...!